레벨 인피니트 ‘승리의 여신: 니케’는 3주년 이벤트 ‘갓데스 폴’로 유저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인헤르트 스쿼드의 전사, 퀸과의 격전, 그리고 릴리바이스의 바디를 차지한 퀸의 등장까지, 충격적인 전개가 이어졌다.
2026년 신년 이벤트 ‘아크 가디언’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약 100년 전 방주 밀봉 작전 당시, 유저들이 오랜 시간 추측만 했던 릴리바이스의 최후, 갓데스 스쿼드 지휘관의 정체, 그리고 갓데스 스쿼드의 마지막 작전 등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졌다.
특히 스노우 화이트의 사고전환 원인이 밝혀지면서 그녀의 서사가 완성되었다. 3주년에서 기억을 되찾은 스노우 화이트가 왜 그 기억을 잃었는지, 방주 밀봉 작전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드러났다.
엔더슨과 릴리바이스의 관계 역시 핵심이다. 니케는 여러 이벤트를 통해 두 사람에 대한 복선을 쌓아왔고, 아크 가디언에서 그 이야기가 비로소 공개됐다.
※ 아래에는 승리의 여신: 니케의 스토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갓데스 스쿼드의 지휘관 ‘엔더슨’
엔버지, 방주 중앙정부의 부사령관 엔더슨의 정체가 드디어 오피셜로 밝혀졌다. 무려 갓데스 스쿼드의 지휘관이었다는 것. 사실 갓데스 스쿼드의 지휘관이 엔더슨이라는 것은 유저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엔더슨과 갓데스 지휘관에 관련된 떡밥이 지속적으로 뿌려졌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성우가 동일하다. 보통은 다른 인물을 연기할 때는 톤이나 말투를 바꿔서 연기하기 마련인데, 갓데스 스쿼드의 지휘관과 엔더슨은 완벽하게 동일한 목소리와 억양으로 연기되었으니 동일 인물일 수밖에 없다.
방주 밀봉 작전 당시 갓데스 스쿼드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최초이자 최강의 니케이며 맏언니, 리더 역할을 해온 릴리바이스의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양산형 니케로 만들어진 헬레틱이 등장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갓데스 스쿼드와 지휘관은 지상에 남은 인류가 무사히 방주로 들어가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방어 작전을 펼친다. 그 과정에서 겁쟁이었던 스노우 화이트와 베는 것에만 집착했던 홍련이 사고 전환을 겪으며 한 단계 성장한다.
반면, 밀봉 작전 중 양산형 헬레틱에게 큰 부상을 입은 지휘관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이를 눈치챈 릴리바이스가 치료를 받고 지상에서 목숨을 걸고 인류를 지키고 있는 갓데스 스쿼드를 책임지고 방주로 데려오라는 말과 함께 그를 방주로 돌려보낸다.
릴리바이스와 엔더슨은 천천히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틈 사이로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으며 작별 인사를 나눈다. 릴리바이스는 갓데스 스쿼드의 리더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전장에 남았고, 끝내 사망한다.
서브컬처 게임에서 특정 캐릭터 간의 사랑을 직접적으로 그려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대부분의 게임이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여러 캐릭터와의 관계를 열어두는 구조를 택하는 반면, 니케는 엔더슨과 릴리바이스라는 두 등장인물의 관계를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 올렸고, 그들의 사랑을 정면으로 묘사했다.
니케는 메인 챕터와 이벤트 스토리로 현재와 과거를 채워가는 독특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크 가디언 역시 약 100년 전 방주 밀봉 작전을 다루며,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언급되었던 갓데스 스쿼드의 마지막 순간을 직접 보여준다.
유저들은 ‘RED ASH’, ‘OVER ZONE’ 등 여러 이벤트를 거치며 엔더슨과 릴리바이스에 대한 복선을 조금씩 접했다. 흩어진 조각들이 하나로 모이며 치밀하게 빌드업이 완성됐고, 덕분에 유저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납득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의문은 방주로 돌아간 엔더슨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느냐다. 마지막에 공개된 중앙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엔더슨은 V.T.C.에 의해 혼수상태에 빠진다. 이는 갓데스 스쿼드의 영향력을 제거하려는 중앙 정부와 언체인드를 노리는 V.T.C.의 계략이다. 심지어 중앙 정부는 갓데스 스쿼드의 신격화를 막기 위해 정치적, 사회적 말살까지 계획했다.
그렇다면 엔더슨은 어떻게 부사령관이 되었을까? 100년 전 인물이 어떻게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가? 이런 의문들은 향후 스토리에서 풀릴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릴리바이스의 바디를 차지한 퀸의 존재다. 언젠가 엔더슨과 퀸이 만나게 될 텐데, 그 순간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된다.
스노우 화이트와 홍련의 사고전환
이번 스토리에서 사고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나왔다. 그동안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니케의 머리가 망가지는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극한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NIMPH가 뇌의 정보와 감정을 재조립하는 생존 전략이다.
일반적으로는 사고 전환 시 정신이 붕괴돼 이레귤러가 되지만, 극히 일부의 니케는 재배치된 정보가 기적적으로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 경우가 바로 ‘스노우 화이트’다.
스노우 화이트는 방주 밀봉 작전 당시 두려움과 자신이 해내야 한다는 극한의 압박감과 책임감이 충돌하는 상황 속에서 사고 전환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생존에 불리했던 레드 후드의 기억과 릴리바이스에 대한 기억이 제거된다.
사실 사고 전환이 니케 스토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설정은 아니다. 직접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지휘관과 각 스쿼드의 니케들, 랩쳐, 퀸과 달리 ‘승리의 여신: 니케’라는 거대한 세계관 내에 존재하는 일종의 배경 설정에 가깝다.
각 인물 서사의 완성도를 한 단계 높여주는 좋은 식재료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이번 스토리에서 보여준 사고 전환은 의문점이 있다. 바로 홍련의 사고 전환이다.
홍련은 양산형 헬레틱과의 전투 중 자신의 검이 헬레틱을 벨 수 없다는 것에 무력감을 느끼고 사고 전환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베는 것에만 집착했던 자신을 버리고 흩날리는 꽃잎처럼 자유롭고 여유로운 언니의 검술을 깨닫는다.
그러나 홍련은 사고 전환을 겪은 후에도 기억이 사라지지 않았다. 인격은 달라졌지만, 그동안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들과 주변 인물들을 모두 기억하는 상태다. 즉, 지금까지 스토리상으로 알려졌던 사고 전환과 달리 홍련은 페널티 없이 ‘각성’ 상태에 돌입한 셈이다.
여기서 꽤 여러 가지 추측이 가능한데, 대표적인 것이 NIMPH의 불완정성이다. NIMPH는 니케 스토리에서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설정이다. 인류가 니케를 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스토리상으로 꾸준히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인류가 니케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물리적으로 보면 니케는 당연히 인간이 아니다. 여성의 뇌에 NIMPH를 주입한 후 기계 바디에 이식했으니 인간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과 닮은 존재에게 감정을 이입한다. 인간이 벌레를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 있지만 같은 인간의 얼굴을 한 존재에게는 그러지 못하는 이유다. 니케 역시 인간의 외형을 하고 있고, 감정을 표현하며, 대화를 나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인류는 니케를 동료로, 든든한 수호자로 인식한다. 그런데 만약 니케가 인류에게 위협이 되거나 NIMPH의 통제에서 벗어나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보인다면 어떨까? 그 순간 인류는 니케를 ‘인간과 비슷한 존재’가 아닌 ‘제거해야 할 위험 요소’로 재정의할 것이다.
니케 스토리상에서 이런 묘사들이 지속적으로 언급된다. 니케포비아부터 언체인드에 의해 NIMPH가 제거된 메티스 스쿼드, 헬레틱 등등 NIMPH의 통제력이 깨진 사례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인류 입장에서 NIMPH는 완전무결해야 한다. 니케는 불멸함과 동시에 인류를 지키는 절대적인 병기여야 한다. 그러나 홍련이 겪은 사고 전환은 완전무결해야 할 NIMPH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준다. 본래라면 불필요한 기억이 소거되어야 하는데, 홍련은 오히려 더 강해진 상태로 각성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자칫 그저 가져다 쓰기 좋은 설정이 될 수 있다. 스토리 비중이 높은 니케에게 사고 전환이 발생하면 각성 상태로 만들고 “짜잔, 사실 이 니케는 특별해서 기억을 잃지 않고 더 쌔졌습니다”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후 관련 이야기가 더 풀릴 수도 있다. 현재 시간대에서 홍련은 심각한 부상을 입어 복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게다가 미러와 동행 중인 홍련의 언니 ‘장화’와 관련된 내용도 있으니 추후 관련 이야기를 풀면서 새로운 설정이 등장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정재성 시나리오 디렉터를 독방에 가둬두고 온갖 떡밥부터 엔딩까지 다 털어놓게 하고 싶지만 실제로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지휘관들은 기다릴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