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인딩 오브 아이작’ 개발자의 후속작 ‘뮤제닉스’는 에드먼드 맥밀런 특유의 기괴한 미학 아래, 전술 RPG의 정교함과 로그라이크의 불확실성, 그리고 육성 시뮬레이션의 애착을 기묘하게 결합한 신작이다.
단순히 강력한 캐릭터를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 클래스가 보유한 스킬과 패시브의 연결고리를 엮어 ‘시너지의 기적’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마치 잘 짜인 카드 덱을 운용하는 듯한 전략적 쾌감을 선사한다.
플레이어는 매 순간 가혹한 선택지 앞에 서게 되지만, 그 압축된 선택들이 모여 거대 보스를 쓰러뜨리는 결정적인 한 수가 되는 과정은 이 게임이 가진 로그라이크로서의 순수한 재미를 잘 보여준다.
가장 파격적인 지점은 죽음보다 진한 여운을 남기는 은퇴와 유전 시스템에 있다. 한 번의 모험을 마친 고양이는 전장을 떠나 가문의 시조가 되며, 플레이어는 이들의 뛰어난 형질과 돌연변이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가계도 관리를 시작하게 된다.
- ㆍ게임명: 뮤제닉스
- ㆍ장르: 로그라이크, RPG
- ㆍ개발사: 애드워드 맥밀런
- ㆍ유통사: 애드워드 맥밀런
- ㆍ출시일: 2026년 2월 11일
- ㆍ플랫폼: PC
■ ‘최적의 시너지’를 향한 무한 반복 플레이

뮤제닉스의 전투 시스템은 얼핏 간결해 보이나 그 속에는 쫀득한 전략성이 숨어 있다. 각 고양이는 기본적으로 4개의 액티브 스킬과 2개의 패시브 능력을 보유한다. 플레이어는 이 한정된 슬롯 안에서 최상의 효율을 낼 수 있는 빌드를 구축해야 한다. 단순히 강한 기술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각 기술이 서로를 증폭시키는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과정이 이 게임의 핵심이다.
움짤의 예시처럼 ‘버티기’ 스택과 ‘가시’ 딜을 활용한 무한 버티기 콤보로 위기의 상황에서 끝까지 진행해 클리어할 수 있다. 해당 콤보로만 7라운드부터 마지막 13라운드까지 무려 7라운드를 탱커 혼자 버텨 보스를 잡아냈다. 이처럼 스킬의 가짓수는 제한적이지만, 각 클래스마다 준비된 수십 가지의 고유 능력 덕분에 조합의 경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전투에서 마주하는 선택지는 언제나 가혹하다. 레벨업 시 주어지는 무작위 스킬 중 현재 팀의 컨셉에 맞는 최적의 선택이 무엇인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강력한 공격기보다 아군을 보호할 수 있는 유틸리티 패시브 하나가 전멸 위기의 파티를 구원하기도 한다. 이러한 ‘압축된 선택의 재미’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결국 뮤제닉스는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정답을 만들어낼 것을 요구한다. 완벽한 고양이는 존재하지 않으나, 부족한 개체들이 모여 서로의 패시브와 스킬을 보완할 때 비로소 거대 보스를 쓰러뜨릴 수 있는 ‘시너지의 기적’이 발생한다. 이는 로그라이크 RPG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 기괴한 적들과 예측 불가능한 기믹, ‘랜덤성’의 정점

에드먼드 맥밀런 특유의 기괴하고도 유머러스한 적들은 게임의 핵심 재미를 선사한다. 단순한 몬스터를 넘어 각자 독특한 행동 패턴과 환경 기믹을 보유한 이들은 플레이어를 끊임없이 당황하게 만든다. 십자 모양으로 폭발하는 쥐 폭탄을 던지는 ‘래디컬 랫’부터, 특정 조건에서 치명적인 상태 이상을 거는 보스들까지 적들의 개성은 실로 독보적이다.
로그라이크의 생명인 랜덤성은 단순히 아이템 드랍에 그치지 않고 지형과 환경 요소 전반에 걸쳐 작용한다. 비가 내리면 지면이 젖어 전격 데미지가 확산되고, 풀 타일에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화염 지옥으로 변하는 등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실시간으로 전황을 뒤바꾼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은 때로 불합리하게 느껴질 정도로 가혹하지만, 이를 극복했을 때의 성취감은 그만큼 배가된다.

특히 적들의 기믹은 플레이어의 위치 선정을 극도로 중요하게 만든다. 넉백 공격을 이용해 적을 가시 함정으로 밀어 넣거나, 반대로 적의 투사체를 아군 탱커 고양이가 대신 맞도록 배치하는 등 매 턴이 퍼즐을 푸는 것 같은 정교함을 요구한다. 수백 종의 아이템과 적들이 만들어내는 변수는 수백 시간을 플레이해도 매번 새로운 경험을 보장하는 요소다.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재미를 제공하는 지점도 바로 이 ‘깊이 있는 카오스’다. 플레이하다 보면 예측 불가능한 기믹 때문에 전멸하는 경우가 수없이 많지만, 그 불합리함조차 뮤제닉스라는 거대한 생태계의 일부로 수용하게 만드는 치밀한 설계는 엄지를 들게 만든다. 운조차 통제 범위 안에 두려는 플레이어의 시도가 게임의 진정한 재미를 구성한다.

■ ‘은퇴’가 끝이 아닌 이유, 교배 시스템이 낳은 유전적 서사

뮤제닉스의 가장 파격적인 장치는 한 번 모험을 끝내고 돌아온 고양이는 다시는 전장에 나갈 수 없는 ‘은퇴’ 시스템이다. 애지중지 키운 강력한 캐릭터를 단 한 번의 런 이후 보내주어야 한다는 사실은 초기에는 당혹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이는 곧 게임의 진정한 정수인 ‘교배와 유전’ 시스템으로 연결되는 관문 역할을 한다.
은퇴한 고양이들은 집안의 구성원으로 남으며, 새로운 세대를 이어갈 부모가 된다. 플레이어는 은퇴한 고양이들의 뛰어난 스탯과 돌연변이, 혹은 특정 스킬들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치밀한 ‘가계도 관리’를 시작한다. 부모의 지능 스탯이 높다면 자식 또한 그 재능을 이어받을 확률이 높아지며, 집안의 가구 배치나 환경에 따라 유전적 형질이 발현되는 방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작위 돌연변이는 게임에 의외성을 더한다. 때로는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새끼가 태어나기도 하지만, 드물게 전 세대를 뛰어넘는 ‘슈퍼 고양이’가 탄생하기도 한다. “이번 고양이는 실패했으니 다음 세대를 기약하자”는 식의 장기적인 안목이 요구되는데, 이는 기존 로그라이크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독특한 육성의 재미를 제공한다.
결국 뮤제닉스에서 한 번의 죽음이나 은퇴는 소멸이 아니라 가문의 역사를 기록하는 한 페이지가 된다. 교배 시스템을 통해 최강의 유전자를 조합해 나가는 과정은 육성 시뮬레이션의 애착과 로그라이크의 긴장감을 기묘하게 결합한 형태다.

■ 플레이어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독보적 게임성

마지막으로 뮤제닉스는 플레이어의 선택을 전적으로 존중하는 넓은 스펙트럼의 게임성을 보유하고 있다. 뮤제닉스는 기괴하고 비효율적인 조합조차도 하나의 전략으로 기능하게끔 설계되어 있다.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정석적인 전술로 적을 압도할 것인가, 아니면 위험부담이 크지만 폭발적인 시너지를 노리는 도박적인 빌드를 택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한다.
하드코어한 유저들을 위한 깊은 전략성부터, 고양이를 수집하고 번식시키는 시뮬레이션의 재미를 찾는 이들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이 이 게임의 최대 강점이다. 플레이의 다양성을 존중한다.
턴제 전술 RPG의 정교함, 로그라이크 특유의 몰입감, 그리고 육성 시뮬레이션의 애착 형성이 한데 어우러져 독보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든 시스템은 플레이어의 시도를 제약하지 않고, 오히려 그 결과로 나타나는 혼돈을 즐기라고 권장한다.
결론적으로 뮤제닉스는 개발자의 고집과 철학이 응축된 결정체다. 기괴한 비주얼 뒤에 숨겨진 정교한 메커니즘은 왜 이 게임이 인디 게임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는지를 증명한다. 어떤 성향의 게이머든 뮤제닉스의 문을 두드리는 순간, 자신만의 고양이 가계도가 써 내려가는 독특한 서사에 깊이 매료될 것이다.
깊이 있는 전술적 시너지
방대한 콘텐츠와 몰입감
독특한 육성과 유전 시스템
정보 가독성의 부족
은퇴에 따른 강제적인 이별
교배 과정의 지루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