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전국 PC방을 포격 소리로 가득 채웠던 ‘포트리스’가 20여 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금 출사표를 던졌다. CCR Inc.가 선보인 ‘포트리스3 블루’는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탄도학적 재미에 4K 고해상도라는 현대적 기술력을 덧입혔다.
‘빨콩’ 한 발에 일희일비하던 올드 유저들에게 이보다 설레는 복귀 소식은 없을 터였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포트리스3 블루는 반가움보다 낯선 이질감이 앞섰다. 고해상도로 선명해진 전장은 시각적 만족감을 주지만, 그 내부를 채우고 있는 시스템과 감성은 유저들이 기억하던 ‘포트리스’의 본질에서 다소 동떨어진 모습인 탓이다.
추억을 자극하는 물리 법칙의 정교함은 계승되었을지 모르나, 게임을 감싸고 있는 인터페이스와 콘텐츠 구성은 현대 모바일 게임의 양산형 공식에 함몰되어 버린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기존 팬들의 몰입감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상당히 많았다.
- · 게임명: 포트리스3 블루
- · 장르: 포격 슈팅
- · 개발사: CCR.Inc.
- · 유통사: 블로믹스
- · 얼리 액서스: 25년 12월 31일
- · 플랫폼: PC / 모바일(예정)
■ 포트리스 특유의 재미는 여전하나 그 ‘맛’은 떨어졌다
포트리스3 블루가 내세운 가장 강력한 무기는 과거 유저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탄도학적 재미를 현대적인 4K 해상도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화면의 크기를 키운 데 그치는 게 아닌, 원작이 가진 물리 법칙의 정교함을 보정했다. 과거의 조작감과 큰 차이가 없다.
그 시절 ‘맛’을 가장 살린 게임 모드는 ‘2블루 4K모드’다. 포트리스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포트리스2 블루’의 물리 엔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된 게 특징이다. 각도와 파워, 그리고 풍향이라는 세 가지 변수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고유의 손맛을 살렸다.
각도 조절과 힘 조절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고전적인 턴제 슈팅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해상도가 높아지며 연출적으로 발전한 대목도 있다. 지형 파괴의 디테일과 폭발 이펙트의 해상도는 확실히 높아졌다.
다만, 구작에서 느껴지던 폭발의 맛은 크게 감소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구작의 타격음이 훨씬 강렬했다. ‘이온 어태커’가 쏘는 인공위성 레이저라던가, ‘캐논’의 빨콩은 묵직한 맛이 살아있었는데, 이번 작에서는 그런 강렬한 타격음은 들어보지 못했다.
직관성은 발전했다. 바람의 변화와 지형의 고저차라는 환경적 요인이 더욱 직관적으로 가시화되기도 했다. 화면 상단에 표시되는 풍향계와 바람의 세기 수치, 각도 등은 과거에 비해 더 직관적으로 표시돼 플레이의 편의를 더한다. 남은 턴수를 알려주는 UI도 존재한다.
고인물 게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초보 유저들을 위한 나름의 배려도 돋보인다. 바로 ‘리얼 모드’다. 탄도 기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진입장벽을 허문 초보자 배려 모드다. 투사체 예상 경로를 가이드라인으로 미리 보여줘 그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만든다.
물론 비판받을 요소도 있는 모드다. 리얼 모드에서 조작 탱크 외의 나머지는 AI가 조종한다. 대전류 게임에 왜 이런 보조 장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유저가 상황을 통제하고 책임지던 과거의 조작적 쾌감을 분산시킨다. 아무리 초보자용 모드라도 말이다.
스쿼드 시스템과 AI 자동 전투의 도입은 게임의 핵심 정체성인 ‘턴제 슈팅’의 의미를 퇴색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추가적으로 ‘무한의 탑’, ‘보스 레이드’ 등 PvE 요소도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얼리 액세스로 출시돼 아직 개발 중이다.
■불친절한 UX와 정체성 혼란: 이름값에 못 미치는 디테일
아쉬운 대목도 있다. 심미성을 놓친 인터페이스다. 냉정하게 말해 본작의 체력 바, 닉네임 표시, 파워 게이지 등 인게임 UI 요소들은 20여 년 전 구작보다도 조잡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고해상도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적 세련미가 부족해 오히려 구작의 깔끔한 구성이 그리울 정도다.
특히 기본 프로필로 설정된 AI 생성 이미지들은 게임의 독창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이는 최근 시장에 쏟아지는 저가형 양산형 게임의 인상을 강하게 풍기며, ‘포트리스’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성의 없는 디테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용자 경험 측면의 불친절함도 크게 다가온다. 게임 진입 후 캐릭터를 선택하던 직관적인 과거 방식과 달리, 본작은 매칭 전 캐릭터를 확정해야 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 대한 안내가 전무하다는 것이 문제다.
일반적인 게임이라면 매칭 전 캐릭터 선택창이 팝업되거나 메인 화면의 캐릭터를 클릭해 교체하는 방식을 따르지만, 본작은 우측 하단에 별도로 배치된 ‘스쿼드’ 메뉴를 직접 찾아 들어가야 한다. 별도의 튜토리얼이나 설명 없이 방치된 이러한 구조는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게임의 시각적 일관성을 해치는 캐릭터 디자인 역시 어딘가 ‘사짜’ 느낌이 강하다. 전차 기반의 슈팅 게임에 뜬금없이 등장한 ‘인간형 미소녀 캐릭터’들은 지형지물이나 기존 탱크들과 전혀 조화되지 못한 채 전장을 겉돈다.
이는 최근 모바일 시장의 대세인 서브컬처 유저층을 포섭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되나, 결과적으로 포트리스 시리즈가 수십 년간 고수해온 감성’과 투박한 매력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형국이다. 탱크와 미소녀가 한 화면에서 포격을 주고받는 풍경은 시각적 불쾌감을 넘어 게임의 정체성 자체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과금 모델에 대한 우려도 있다. 과거 포트리스는 오직 유저의 물리적 감각과 탄도학적 계산 능력이 승패를 가르는 공정한 대결의 장이었다. 그러나 ‘포트리스3 블루’는 탱크에 등급 시스템을 도입하며 성능의 차별화를 공식화했다.
포트리스3 블루가 보여주는 변화들은 수익성 극대화라는 현실적 목표와 원작의 유산 사이에서 길을 잃은 모습이다.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덧입힌 캐주얼한 요소와 수집형 시스템은 포트리스가 가진 본질적인 가치를 흔드는 양날의 검이 됐다.
장점
1. 4K로 재현된 그 시절 재미
2. 신규 유저를 위한 진입장벽 완화
3. 직관성을 끌어올린 인게임 UI
단점
1. 콘셉트에 맞지 않는 디자인
2. 타격감 하락과 사운드의 부재
3. 대전 게임에 부적합한 시스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