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귀띔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단순 건망증 아닐 수도


치매는 가장 대표적인 뇌 신경 질환이다. 전국 60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 수가 약 95만여 명에 달한다. 하지만 많은 이가 단순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를 혼동하곤 한다. 두 질환은 겉보기에 비슷하지만, 원인과 진행 양상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치매는 정상적으로 생활하던 사람이 뇌 질환으로 인해 기억력, 언어 능력, 판단력 등 여러 인지 기능이 저하되면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말한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과는 다르다.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파킨슨병 치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뇌 속에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신경세포를 손상시키고, 그 결과 점진적인 기억력 저하가 나타난다.


반면에 나이가 들면 사소한 일을 자주 잊거나 사람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는 등 기억력 저하를 경험한다. 이런 변화는 대부분 ‘건망증’이다. 이는 뇌의 노화나 피로, 스트레스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기억의 인출이 어려운 상태다. 건망증의 경우 기억의 일부가 남아 있어 힌트를 주면 다시 떠올릴 수 있고, 스스로 기억력 저하를 인식해 메모나 반복 확인 등으로 보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치매는 일찍 발견해 상태에 맞게 약물치료와 인지 재활을 병행하면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출처: Gettyimagesbank]

치매는 일찍 발견해 상태에 맞게 약물치료와 인지 재활을 병행하면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출처: Gettyimagesbank]


그러나 치매는 사건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며, 아무리 귀띔을 해도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다. 또 본인의 인지 저하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부인하는 경우가 많고, 성격 변화나 감정 기복이 동반되기도 한다. 인천나누리병원 뇌신경센터 이민영 과장은 “건망증은 힌트를 주면 다시 기억이 떠오르지만, 치매는 기억의 저장 자체가 손상돼 단서를 줘도 전혀 회상하지 못한다. 단순한 깜빡임이 반복되거나 일상의 실수가 늘어난다면, 조기 검진을 통해 원인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매는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천나누리병원 뇌신경센터는 국가치매조기검진사업의 감별검사 지정 의료기관으로, 치매 질환에 대한 정밀 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국가치매조기검진사업은 보건소 선별검사에서 치매 진단을 받은 60세 이상(중위소득 120% 이하) 환자를 대상으로 병원에서 원인과 뇌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정밀 검사를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다. 진단 검사는 최대 15만원, 감별 검사는 최대 8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민영 과장은 “치매는 치료보다 ‘조기 발견’이 핵심이며, MRI나 혈액 검사를 통해 초기 단계를 확인하면 약물치료와 인지 재활을 병행해 진행을 늦출 수 있다”며 “초기에 발견된 치매 환자 중 일부는 거의 정상 수준으로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치매는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약물치료와 인지기능 치료를 통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가족과의 정서적 교류,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두뇌 활동(독서, 악기 연주, 그림 등)도 도움이 된다. 특히 혈관성 치매의 경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기저질환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을 조절하고 사회적 교류를 유지하는 것이 뇌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예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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