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만섭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원로 배우 이순재가 25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91세. 최근까지도 드라마와 연극 무대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건강이 급격히 악화해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철학과 재학 중 연기에 눈을 떠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했다. 이후 TBC 1기 전속 배우로 활동하며 한국 방송사와 함께 성장했다.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아버지, ‘허준’·‘상도’·‘이산’의 사극 명연기,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의 코믹 연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는 ‘직진 순재’로 불리며 나이를 잊은 열정을 보여줬다.
연극계와 방송계는 그의 별세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배우 박정자는 “어떤 역이든 온몸과 마음을 불사르신 분”이라며 추모했고, 나영석 PD는 “끝까지 무대 위에 있고 싶다던 말씀을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제자 유연석은 “좋은 연기 보여주셔서 감사했다”며 SNS에 글을 올렸고, 배우 정보석·배정남·성경숙 등도 “큰 별이 졌다”며 애통함을 전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7일 오전 6시 20분, 장지는 이천 에덴낙원이다.
![(좌)매일경제신문 배병휴(현 이코미톡뉴스 회장) 논설주간과 이순재 고인. [사진=방송 인터뷰 화면 갈무리]](https://i0.wp.com/livingsblog.com/wp-content/uploads/2025/11/414532_217854_3339.jpg?resize=600%2C430)
“연기에서 정치로, 봉사의 길을 택하다” (@이순재 국회의원 당선 후 현장 인터뷰)
원로 배우 고 이순재가 제14대 국회의원(1992년)으로 당선된 후, 당시 매일경제신문 배병휴 논설주간(현 이코노미톡뉴스 회장)과 가진 인터뷰에서는 연기 인생과 정치 입문 배경, 그리고 향후 포부가 진솔하게 드러났다.
이순재는 국민들에게 친숙한 드라마 속 ‘대발이 아버지’ 캐릭터의 인기가 정치적 성과와 직접 연결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유권자들은 드라마 속 인물과 후보자를 분간할 능력이 충분하다”며, 당선은 지역 주민들과의 꾸준한 교류와 준비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13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4년간 지역구에 거주하며 주민들과 밀착해 활동한 끝에 재도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연예인 출신 정치인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정치인은 전문 능력을 살려 일정 기간 봉사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정치가 출세의 수단이나 직업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신은 문화·예술 분야뿐 아니라 교육, 지역 개발 문제에도 관심을 두고 의정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인터뷰에서 끝으로 그는 “정치 참여는 능동적 선택이라기보다 시대와 지역의 요구에 따른 수동적 계기였다”며, 연기자로서의 긴 경력 뒤에 정치라는 새로운 도전을 맞이했음을 담담히 전했다. 이순재는 인터뷰 내내 “정치란 봉사”라는 원칙을 강조하며, 배우로서 쌓아온 성실함과 책임감을 정치 활동에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