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원장 양한광)는 폐암을 포함한 다양한 암종에서 화학요법제로 사용되는 백금계 항암제의 내성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인 ‘CREB(Cyclic AMP response element-binding protein)’를 찾아내고, 그 작용 기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 암전이연구과 윤경실 박사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인체 종양 구조를 모사한 3차원 종양 스페로이드 모델과 이종이식 동물 모델을 활용해 시스플라틴 저항성 기전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것이 특징이다.
먼저 다양한 유전적 변이를 가지는 비소세포성 폐암 세포주를 시스플라틴에 잘 반응하는 ‘민감성 세포’와 반응하지 않는 ‘저항성 세포’로 나눈 뒤, 두 군에 시스플라틴 처리 시 차별적으로 변화된 유전자 시그니처를 도출했다.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 분석과 기능 검증을 통해 ‘CREB’가 시스플라틴 내성 관련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상위 핵심 전사조절인자임을 확인했다. 실제로 시스플라틴 처리 후 ‘CREB’의 발현량과 활성 수준이 폐암세포의 약물 민감도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임이 밝혀졌다.

특히 CREB이 조절하는 유전자 중 ‘TNKS’와 ‘KDM6A’가 시스플라틴 내성과 깊게 연관돼 있으며, 두 유전자의 활성 변화가 항암제 반응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민감성 종양 스페로이드에서는 시스플라틴 투여 후 ‘CREB’이 ‘TNKS’와 ‘KDM6A’ 유전자에 결합하는 정도가 크게 줄었고, 이로 인해 두 유전자의 발현이 감소하면서 암세포 사멸이 증가했다. 반면 저항성 스페로이드에서는 ‘CREB’의 결합과 유전자 발현 수준이 유지돼 약물 저항성이 지속됐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CREB’를 억제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시스플라틴 내성을 가진 종양 스페로이드와 이종이식 종양 마우스 모델에서 항암제 감수성이 뚜렷하게 높아졌고, ‘TNKS’와 ‘KDM6A’의 발현도 함께 감소했다. 이는 ‘CREB’ 억제가 시스플라틴 내성 폐암에서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제시하는 결정적 근거로 평가된다.
윤경실 박사는 “이번 연구는 기존 항암 화학요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분자 표적 치료 개발에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했다”며 “향후 ‘CREB’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와 시스플라틴 병용요법의 임상적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 공익적 암 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 암 연구 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Biological Sciences’ 7월호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