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은행 대출 막히자 빚투·카드론 증가, 정부 다음 대책은?


정부의 가계 대출 규제로 은행권 문턱이 높아지면서 가계부채가 카드론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글=한시온 기자,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가계 대출 규제로 은행권 문턱이 높아지면서 가계부채가 카드론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글=한시온 기자, 사진=연합뉴스]


[한시온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정부의 가계 대출 규제로 은행권 문턱이 높아지면서 가계부채가 카드론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의 부담도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강도 높은 대출 규제 이후 뚜렷한 후속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100% 이내로 제한하는 대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기타대출’로 분류됐던 카드론을 신용대출로 포함시켰다. 이 영향으로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10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 수장들은 새해 정책 기조로 ‘생산적 금융’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제시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열린 ‘2026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취약계층이 따뜻한 한 해를 보낼 수 있도록 포용금융을 지속 가능한 경영문화로 정착시키고, 생산적 금융 활성화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달라”라고 말했다.


카드론·대환대출 동시 증가…취약계층 부담 가중


실제 카드론 잔액은 최근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카드사 9곳(삼성·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BC·NH농협)의 카드론 잔액은 42조552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4778억 원(1.1%) 증가한 수치다.


기업별로 보면 신한카드가 8조1755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카드(6조6234억 원), 국민카드(6조3521억 원), 현대카드(6조0747억 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카드론은 심사가 간단하고 빠르게 자금을 받을 수 있어 생활비나 급전이 필요한 차주들이 주로 이용하지만 금리는 은행보다 훨씬 크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9개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약 14%로 집계됐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같은 기간 예금은행 신규 취급 기준 대출 평균 금리는 4.15%로 카드론은 시중은행 대출보다 약 3배 이상 비싼 금리로 자금이 공급되고 있는 셈이다.


기존 대출금이나 연체금을 갚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는 대환대출 잔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9개 카드사의 대환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1조3611억 원에서 10월 1조4219억 원, 11월 1조5029억 원으로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카드론 급증 배경에 ‘빚투’도 거론…DSR 규제 금융자산까지 확장해야


코스피가 4600선을 기록하는 등 연일 강세를 보이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카드론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8일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본지에 “대출 규제가 금융 안정성을 높이기보다는 오히려 불안정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정부가 내세우는 ‘생산적 금융’ 기조 아래 자금이 주식과 같은 모험투자로 몰리고, 이 과정에서 빚을 내 투자하는 행태가 확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대출 접근성이 높아 주식시장으로 단기 자금이 과도하게 쏠리는 ‘단타 투자’ 현상이 심각하다”라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부동산 중심에서 금융자산 영역까지 확장하는 등 무작정 규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섬세하게 설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현재의 카드론 증가 상황을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8일 카드업계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정부의 6.27 규제 이후 카드론 잔액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최근 증가세는 9월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게 보이지만, 계절적 수요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카드론 금리가 높은 것은 이용자 상당수가 취약 차주로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신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은 “카드론 잔액 증가율이 생각보다 미미하고, 정부의 대출 규제와 크게 관련이 없다”라며 “대환대출 증가는 시장 전체로 볼 때 나쁘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렇듯 카드론 증가를 둘러싼 해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취약계층의 빚 부담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포용금융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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