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디센던트] 침공 던전 “갈 때 가더라도 이벤트 정도는 괜찮잖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넥슨 ‘퍼스트 디센던트’의 대표 콘텐츠 ‘침공 던전’이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침공 던전은 2024년 ‘침공’ 시즌에 등장한 일종의 파밍 콘텐츠다. 당시 신규 계승자로 추가된 헤일리 연구 재료와 골드, 역배열 강화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어 출시 당시 큰 기대를 모았다.

“신규 계승자 연구 재료와 골드, 게다가 신규 성장 요소 경험치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혜자스러운 콘텐츠인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침공 던전은 기대와 달리 유저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혜자 던전이지만 재미가 없었다. 게임에서 순수 재미가 보상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재미를 초월할 정도로 큰 보상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지속적으로 즐겨야 할 콘텐츠라면 재미의 중요도가 훨씬 크다.

커뮤니티만 봐도 게이머들이 원하는 것도 문법에 어긋나지 않았다. 도파민을 충족시켜 줄 만큼 강력한 파밍 요소, 성취감을 자극하는 난이도(퍼즐 포함), 그것도 아니라면 소위 뇌를 빼고 플레이해도 즐거운 재미다.

드디어 이걸 안 해도 된다고? [사진=김영찬 기자]
드디어 이걸 안 해도 된다고? [사진=김영찬 기자]

침공 던전은 위 세 가지 요소 중 두 가지만 해당된다. 도파민이 도는 파밍 요소와 퍼즐을 곁들인 공략이다. 문제는 그 두 가지마저도 꽤 많은 것이 결여되어 있다.

퍼즐의 탈을 쓴 단순 반복 플레이와 제한된 플레이 횟수, 루트 슈터 장르의 문법을 정면으로 반박하듯 찔끔찔끔 튀어나오는 몬스터까지,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야심 차게 등장한 침공 던전은 울며 겨자 먹기로 플레이해야 하는 숙제 콘텐츠로 자리 잡았고, 이는 장장 547일 동안 지속됐다. 그리고 오는 3월 12일, 침공 던전은 공식적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퍼스트 디센던트 개발진도 민심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침공 던전은 출시 이후 크고 작은 수정을 거듭했고, 유저들의 피드백을 반영한 개선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으니 결국 삭제라는 결론에 도달한 셈이다.

404 에러를 차용해 유머로 승화시킨 침공 페어웰 이벤트 [사진=넥슨]
404 에러를 차용해 유머로 승화시킨 침공 페어웰 이벤트 [사진=넥슨]

침공 던전은 삭제되지만, 골드 획득이라는 역할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해당 역할은 ‘계승자 임무 현황판’으로 이관되며, 400% 침투 작전 역시 기존대로 유지된다.

그래도 빈손으로 보낼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아픈 손가락이라도 그냥 삭제할 수는 없는 법, 침공 던전을 위한 페어웰 이벤트가 준비됐다. ‘찾을 수 없는 404 에러’를 차용한 이벤트로, 일일 횟수는 줄었지만 회당 보상은 100만 골드에서 404만 골드로 껑충 뛰었다.

생각해 보면 콘텐츠 삭제를 이벤트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발상이다. 재미없다고 욕먹던 던전을 조용히 없애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이벤트를 열고 404만 골드를 쥐여주는 방식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547일 동안 억지로 돌렸던 던전치고는 꽤 유쾌한 작별이다.

이벤트 기간 동안 침공 던전 보상으로 404만 골드를 획득할 수 있다 [사진=김영찬 기자]
이벤트 기간 동안 침공 던전 보상으로 404만 골드를 획득할 수 있다 [사진=김영찬 기자]

실제로 이벤트가 열리고 나서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침공 던전을 매칭해보면 채팅창에는 연신 404 에러와 관련된 드립이 오갔고, 유저들도 그 드립을 즐기는 눈치였다. 매번 빠르게 숙제만 끝내고 싶어 하던 계승자들이 모처럼 침공 던전을 즐기고 있었다.

547일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다. 재미없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매일 돌아야 했던 던전이 이렇게 유쾌하게 퇴장한다는 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결말이다. 기자도 다이아 육성에 소모했던 골드를 침공 던전 이벤트를 통해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었다.

불편했던 걸 조용히 덮는 대신 꺼내들고 웃어넘긴 방식 덕에, 계승자들도 억울함 대신 웃음으로 침공 던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애증의 콘텐츠치고는 꽤 따뜻한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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