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V 입원으로 부모 생산성 손실, 예방 항체주사로 입원 감소 기대




최근 독감이 크게 유행하며  멀티데믹 및 영유아 감염병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최근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독감은 최근 10년 동기간 대비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모든 연령층에서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면역체계가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영유아를 돌보고 있는 부모들에게는 일상의 불안이 크게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영유아에게 큰 위협으로 지목되는 바이러스 중 하나가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다.  RSV는 최근 국내 입원 환자 수가 전년 동기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빠르게 퍼지고 있으며 일부 부모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감염 위험성과 임상적 중증도에 대한 이해는 충분하지 않다.


RSV는 2세 이하 영유아 90% 이상이 적어도 한 번은 감염될 정도로 흔한 바이러스다.  유행기에는 감염자 1명이 3명을 추가로 감염시킬 수 있어 집단시설, 다자녀 가정 등에서 특히 빠르게 전파된다. 국내에서는 통상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유행하며 , 특히 11월 중순 이후 입원 증가가 두드러진다. 특히 RSV는 영유아 세기관지염과 폐렴의 주요 원인으로 매년 겨울철 영아 모세기관지염 입원의 50~80%, 폐렴 입원의 30~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바이러스로 인한 입원이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 신체적·정서적·경제적 부담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생후 몇 개월 되지 않은 아기가 갑작스레 입원하게 되면 부모는 자신을 탓하며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더불어 입원 기간 발생하는 의료비, 돌봄 공백, 직장 결근 등은 가정의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린다. 


실제로 유럽에서 수행된 연구에서도 RSV 입원은 부모의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직장 내 생산성 저하까지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구진은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영유아 전반에 대한 사전 예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영아가 선택할 수 있는 RSV 예방 수단은 개인위생 관리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초 RSV 예방 항체주사인 베이포투스가 출시되며 보다 적극적인 예방이 가능해졌다. 예방 항체주사는 RSV에 직접 대응할 수 있는 항체를 체내에 바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투여 이후 빠른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항체의 유지 기간은 최소 5개월로, RSV 시즌 전 또는 시즌 중 1회 투여만으로 시즌 전체에 걸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RSV 유행기 출생 신생아의 경우 출생 직후 접종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외에서는 이미 이 예방 항체를 국가예방접종프로그램(NIP)에 도입해 전 영유아에게 적용하는 국가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국가들에서는 RSV 관련 입원이 실제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칠레는 생후 6개월 이하 영아 15만 명을 대상으로 베이포투스를 접종한 결과 RSV 관련 사망이 0건으로 기록되었다. 기존 동기간 사망 13건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감소다. 또한 RSV 입원 1건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접종자 수가 35명이라는 분석 결과는 예방적 접근의 공중보건적 가치를 다시금 시사한다. 


아직 국내에서는 해당 예방 항체주사가 전액 자부담으로만 제공되고 있어 가정별 접근성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 최근 국회 차원에서 영유아 RSV 예방 항체주사의 NIP 도입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어 향후 제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저출산 시대에 영유아 감염병으로부터의 보호는 개별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다. 모든 아이가 RSV로부터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예방 정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동탄제일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보배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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