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일반적으로 분당 60~100회 규칙적인 속도로 평생 박동한다. 긴장하거나 운동할 땐 더 빠르고, 잠 잘 땐 더 느려진다. 이런 심장 박동의 속도나 규칙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통틀어서 부정맥이라고 한다. ▶맥박이 간혹 중간에 한 번씩 건너뛰는 기외수축 ▶맥박이 과도하게 느린 서맥 ▶맥박이 과도하게 빠른 빈맥 ▶속도가 일정하더라도 불규칙한 심방세동 ▶치명적인 급사를 일으키는 심실빈맥 또는 심실세동 등 종류는 다양하다.
부정맥으로 인한 증상 역시 무척 다양하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가장 흔하지만, 호흡곤란이나 흉통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부정맥이 심하면 신체로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실신, 드물게는 급사까지 이어질 수 있다. 자각 증상이 전혀 없지만, 혈압을 재거나 다른 질환으로 치료 중 심전도 검사를 시행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많이 착용하는 스마트워치를 통해 발견되는 사례 역시 늘었다.
심방세동은 가장 흔한 부정맥으로, 심장의 보조 펌프에 해당하는 심방이 매우 빠르고 불규칙하게 수축한 상태다. 심방이 효과적으로 수축하지 않아 심방 내에 혈전이 발생할 수 있고, 작은 혈전이 뇌혈관을 막게 되면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위험도 평가에 따라 적절한 뇌졸중 예방을 위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항부정맥제, 항응고제 등 약물치료나 도자절제술을 시행해 심방세동으로 인한 증상을 조절하는데, 진단 직후 초기에 치료받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널리 시행되고 있다.
심박수가 느린 서맥도 치료가 필요하다. 서맥을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는 약제는 없으므로 심장박동기 이식이 최선의 치료다. 심실빈맥 또는 심실세동에서 소생된 환자는 위중한 심장병이 있는 경우가 흔하므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심부전 환자의 경우 급사의 위험성이 높으므로 담당의사와 상의해 심실제세동기 이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심실제세동기는 몸에 삽입할 수 있는 작은 자동제세동기(AED)라고 비유할 수 있다. 환자의 심장 리듬을 분석해 심인성 급사를 초래하는 치명적인 부정맥을 자동으로 진단해 치료하는 장비다.
도움말: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준 교수
김준 교수가 풀어준 부정맥 궁금증 Q&A
Q. 부정맥 환자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
A. 최근 매스컴에서 저속 노화, 지중해 식단 등 여러 가지 식단이 소개되고 있지만 따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한식 위주로 식사하되 약간 짜지 않게 먹을 것을 권한다. 식사할 땐 천천히 오래 씹어서 삼키면 과식을 피할 수 있고 소화가 잘된다. 특정 음식이 심장병에 좋다고 말할 순 없지만, 가능한 한 골고루 모든 음식을 잘 먹는 것이 좋다. 특히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고, 소고기나 돼지고기와 같은 적색육은 가능한 한 적게 먹는 것이 좋다.
Q. 술과 담배, 어떤 게 심장에 더 나쁜가.
두 가지 모두 나쁘다.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병력이 있는 사람은 담배가 죽상경화의 진행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음주 또한 여러 가지 부정맥의 발생에 기여한다. 폭음은 심근 기능의 저하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피한다. 만약 다른 심각한 심혈관 질환이 없다면 일주일에 2~3번 정도 가볍게 먹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으나, 이미 심혈관 질환이나 부정맥으로 진단받았다면 가급적 음주도 피하는 게 좋다.
Q. 비만일수록 부정맥 발생률이 높은가.
A. 비만으로 여러 가지 부정맥, 특히 심방세동의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그래서 비만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국인은 맛있는 음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 대신 너무 많이 먹는 것을 피하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