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자녀와 함께 외출을 계획하는 가정이 많다. 그러나 이 시기는 기온이 떨어지며 호흡기 바이러스의 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영유아 자녀를 기르고 있는 초보 부모들은 자녀의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호흡기 질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주요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영유아 부모들이 특히 잘 알아 두어야 할 대표적인 바이러스가 2세 이하 영유아 90%가 한 번 이상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respiratory syncytial virus)다.
RSV는 2세 이하 영유아 90%가 한 번 이상 감염될 만큼 전파력이 강하다. 유행기에는 RSV 감염자 1명이 3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으며 기침이나 재채기 등에서 나온 비말을 통해 전파되는 만큼 밀집된 환경에서 더욱 빠르게 퍼진다. 전파력은 증상이 나타나는 동안 가장 강하지만 평균 4~6일간의 잠복기 동안에도 전파될 수 있으며, 무증상 보균자도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 부모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영유아 자녀에게 RSV를 전파할 위험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영유아가 RSV에 감염되면 잠복기를 지나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열이 나거나 코가 막히는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때문에 감기와 RSV감염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감기에 걸렸을 때의 기침 소리와 다르게 RSV에 감염되었을 때는 쌕쌕 소리 등이 동반되는 기침이 나올 수 있으며, 이는 바이러스가 하부 호흡기로 퍼져 폐로 통하는 좁은 기도에 염증을 일으킨 신호로 볼 수 있다.
감염된 일부 영유아에서는 하기도까지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다. 감염 후 2~3일 만에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으며 실제로 RSV는 국내 영아 세기관지염과 폐렴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보고된다. 통계에 따르면, RSV는 매년 11월에서 이듬해 4월 사이 발생하는 영아 모세기관지염 입원의 50~80%, 폐렴 입원의 30~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RSV는 건강한 만삭아에서 질병부담이 크다. 연구에 따르면, 첫 RSV 시즌에 RSV 관련 하기도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영아 중 약 80%는 기저질환이 없는 만삭아였다. 이처럼 RSV 감염의 예후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모든 신생아와 영아를 대상으로 한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
RSV는 치료재의 부재로 예방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RSV는 기본적으로 여타 호흡기 감염병 예방과 마찬가지로 개인 위생 수칙 준수가 필요하다.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손 씻기, 기침 예절 준수하기,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있는 사람과의 밀접 접촉 피하기 등을 실천해야 한다. 하지만 선선한 가을날, 집 안에서만 종일 위생 수칙을 준수하며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다 적극적인 예방을 고려하고 있다면 올해부터 접종이 가능해진 모든 신생아 및 영아 대상의 RSV 예방 항체 주사를 자녀에게 투여할 수 있다. 해당 RSV 예방 항체주사는 첫 번째 RSV 시즌을 맞은 신생아 및 영아라면 모두 투여 받을 수 있으며 올해 4월에서 9월 사이 출생한 영아라면 9월 말에서 10월 중 접종이 가능하다. 접종을 고려하고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접종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를 권장한다.
가을철 RSV 유행 시기를 앞두고, 영유아 보호자는 관련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예방 수단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리 RSV 예방에 대해 알아두고 건강하게 관리하여 소중한 자녀와 함께 즐거운 일상을 보내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