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도 명조 시작 안 했어? 지금 당장 설치해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슬프지만 여자 친구를 만들지는 못했다. 해마다 마음 먹는 목표이지만 매번 실패한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는 의외로 슬프거나 외롭지 않았다. 기자의 인생 게임이 대규모 업데이트를 적용했는데 무척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여자 친구는 아니지만 아내도 만들었다. 아마 누군가는 “내 아내인데?”라고 반박하겠지만 양보할 수 없다.
쿠로게임즈 '명조: 워더링 웨이브'의 3.0 버전 '별하늘을 보기 위해 태어난 우리들'이 마침 크리스마스 당일 업데이트됐다. 3.0 버전에서는 리나시타를 떠나 메인 지역 '라하이 로이'에서의 모험이 펼쳐진다.
기자는 명조 오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즐기는 중이다. 즐기는 과정에서 솔직히 꺾일 만한 위기가 많았다. 금주 지역이 대표적이다. 중구난방한 스토리, 활공은 물론 바이크조차 없는 드넓은 필드, 편의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부가 기능들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다.
명조는 꾸준하게 변화를 모색했다. 그 결과 '장리'의 등장을 기점으로 '검은 해안' 스토리가 펼쳐지면서 포텐셜이 점점 올라갔다. 그 상승세는 현재 진행형이다. 탄탄대로를 찾은 명조가 어느덧 3.0 버전까지 왔다.
만약 과거로 돌아가서 1.0 버전을 즐기는 기자에게 “명조 2.0, 3.0에서 갓겜이니까 계속 해봐”라고 말한다면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그 누구도 명조가 이렇게까지 발전할 줄 알았을까.
명조는 3.0 버전으로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정말 훌륭한 경험이었다. 2.0 버전 '리나시타'에서 고점을 찍었으니 더 발전하지 못할 줄 알았다. 3.0 버전은 단순 재미뿐만 아니라 쿠로게임즈의 가능성을 다시금 증명해 더욱더 의미가 크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장점이 훨씬 크니까 평가는 '대만족'이다. 당신은 어떻게 즐겼는가? 아니, 혹시 명조를 즐기지 않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장 설치하라. 협찬? 광고? 홍보? 그 무엇도 아니다. 아직 광고는커녕 쿠로게임즈 본사도 못 가봤다. 추천할 만한 게임이기에 당당하다. 왜 명조가 글로벌 서브컬처 오픈월드 대표 게임으로 우뚝 섰는지 3.0 버전 후기로 알려주겠다.
오픈월드 구조에 충실한 라하이 로이


처음 라하이 로이에 도착한 이후에는 대부분 '스타토치 아카데미'에서 시간을 보낸다. 금주와 리나시타에서는 조수 임무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필드를 돌아다녔다. 그래서 라하이 로이도 조수 임무를 진행하면서 필드를 돌아다니는 구성일 줄 알았다. 그런데 스타토치 아카데미에서 조수 임무가 끝나고, 어두운 월드맵이 반겨주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이번 라하이 로이 필드 탐색은 강제가 아니다. 금주와 리나시타에서는 어느 정도 퀘스트 동선을 따라가며 맵을 탐사했는데, 이번 라하이 로이는 플레이어가 직접 지역들을 탐사하는 방식이다. 물론 에코 파밍, 보스 및 육성 재료들을 파밍하려면 자연스럽게 맵을 밝히게 된다.
이번 라하이 로이는 리나시타 맵보다 훨씬 넓다. 거의 금주와도 비견될 정도다. 그런데 라하이 로이를 탐사하는 과정에서는 지루함이 하나도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단순히 규모만 넓고 속이 텅 빈 필드가 아니었다. 이동하는 동선 곳곳에 수집, 파밍, 즐길 콘텐츠들이 꼼꼼히 존재했다.
금주가 악명 높았던 이유는, 맵 크기에 비해 오픈월드 면으로 즐길 콘텐츠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플레이어가 편히 탐사할 수 있는 보조 수단이 부족했다. 이동을 반복하다 보면 꽤나 피곤해진다.
그런데 3.0 버전에서는 '탐사 바이크'라는 걸출한 이동 수단이 존재한다. 거기에 콘텐츠들도 풍성하다. 도로를 재건하는 '개척 관측의 길', 자연스럽게 필드 콘텐츠들로 안내하는 '라하이 로이 선행 프로젝트'로 목표를 명확히 설정할 수 있다.

오픈월드 장르를 하다 보면 그런 기억이 있다. 분명 처음에는 A라는 목표로 달려가다가, 지나가는 길에 다른 B와 C를 발견했다. 자연스럽게 A라는 목표를 잊고 B랑 C를 즐긴다. 끝난 뒤 “아 맞다, 처음에 다른 거 하려고 했는데”라 말하는 자신을 떠올린다. 원래 오픈 월드의 묘미기도 하다. 이 넓은 맵에서 무엇을 하든 무슨 상관인가. 결국 주인공은 플레이어 본인이다.
라하이 로이도 필드 콘텐츠가 매우 풍성하다. 수집 요소들인 '마지막 녹음 테이프', '태양의 정령', 파밍 요소인 '보물 지점'과 '보이드 스톰 구역', 미니게임형 이벤트 '스마트프린트 큐브 재부팅', '공중 건설 기계 도전 트랙', 다양한 레귤러 이벤트들로 끊임 없는 탐사 재미를 제공했다.
물론 “이렇게 할 게 많은데, 너무 피곤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그러면 답은 간단하다. 굳이 할 필요 없다. 물론 탐사 보상인 '별의 소리', 각종 이벤트 재화는 얻을 수 없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굳이 필드를 탐사할 이유는 없다. 이를 하지 않는다고 콘텐츠가 잠겨서 플레이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명조는 이러한 필드 탐색을 강제하지 않았다.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라하이 로이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강제가 아닌 플레이어 본인이 원해서 진행하는 오픈 월드 콘텐츠, 이 전제가 있기에 플레이 내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탐사 바이크 낭만은 합격, 그래도 활공은 그립다


라하이 로이는 앞서 말했듯 맵이 매우 넓다. 그래서 이를 보조하기 위한 탐색 도구로 탐사 바이크가 등장했다. 바이크 기능은 예상보다 매우 훌륭했다. 탑승할 때 명조에서 등장했던 OST를 배경음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그뿐만이랴. 자동 주행 기능, 점프 및 공중에 있는 드론과 상호 작용, 하다 못해 전투 개시 시점에도 활용할 수 있다. 본인이 애정하는 캐릭터와 동승도 가능하기에 기능 면에서는 더 바랄 것이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조작감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특히 드리프트를 처음 사용했을 때는 예상과는 조작감이 달랐다. 자연스럽게 주행 방향을 유지하면서 꺾는 조작감이 아니라 말 그대로 바이크가 휙 돌아간다. 한 방향으로 드리프트를 계속하면 원이 그려지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바이크로 점프를 하다 보면 자꾸 어딘가 낀다. 낀 상태에서 다시 점프를 하면 빠져나오기는 하는데, 신나게 질주하다가 어딘가 턱하고 걸려버리면 고조된 텐션이 확 내려간다. 이럴 때마다 활공이 그리워지기는 한다.
개인적으로 봤을 땐 활공이 너무 끝판왕급 이동 보조 수단이었다. 조작감도 좋고, 오픈 월드에서 XYZ축을 상관하지 않고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은 엄청난 메리트다. 속도도 빠르고 원하는 지점에 정확하게 도착할 수 있는 활공이 너무 훌륭한 이동 수단이었다. 괜히 금주 시절 “금희가 활공을 통제하는 이유가 있다”는 농담이 나온 것이 아니다.
하고 싶은 대로 즐기면 OK


라하이 로이가 등장한지 5일 만에 모든 필드 탐색도를 100% 채웠다. 솔직히 말하면 금주와 리나시타는 아직 모두 100%를 달성하지 못했다. 사실 이런 필드 탐색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취향도 아니다. 그런데 이런 취향이 무색해질 정도로 라하이 로이 필드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스페이스트렉 관측대에서 시작하는 '관측의 길' 이벤트를 진행하면 라하이 로이 도로를 재건할 수 있다. 재건할수록 도로가 많아지고 이동 편의성이 높아진다. 처음 필드와 지금을 비교하면 이동 편의성이 정말 크게 늘어났다. 이동이 편해지니 자연스럽게 필드를 돌아다닐 맛이 높아졌다.
기록 임무를 진행하다 보니 선택지에 “전 단지 하고 싶은 일만 한 것뿐이에요”라는 대사가 존재했다. 그 말대로다. 기자는 이 필드 탐사를 하고 싶어서 했다. 그 누구도 강제하지 않았다. 게이머로써 그냥 재미있어서, 명조라는 게임이 매력적이었기에 즐겼을 뿐이다.
라하이 로이가 완벽하지는 않았다. 분명 활공은 그리웠고, 탐사를 하는 과정에서 버그도 많았다. 퀘스트 목표물이 등장하지 않거나, 스토리 진행 도중 크래쉬가 나면서 튕기는 등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이를 감수하고 플레이할 정도로 라하이 로이는 매력적이었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과정을 명조와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