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온이 떨어지는 이맘땐 심뇌혈관 질환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12월은 신체가 추위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습적인 한파를 맞닥뜨리는 시기다. 여기에 연말 송년 모임으로 잦은 음주와 흡연, 과로까지 겹치면 혈관에 가해지는 부담이 최고조에 달한다.
질병관리청의 ‘심뇌혈관 질환 발생 통계’에 따르면 심근경색 첫 발생 환자의 1년 내 사망률은 15.8%, 뇌졸중은 19.8%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특히 발병 초기인 30일 이내 사망률도 각각 9.2%, 8.2%에 달해 초기 대처와 예방이 중요하다. 특히 심뇌혈관 질환의 겨울철 위험성은 단순 발생 건수보다 중증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국민관심질병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2022~2024년) 심근경색 월평균 입원 환자 수는 12월 2953명에서 1월 3282명으로 증가했다. 뇌졸중 입원 환자 역시 12월 3만6104명에서 1월에는 3만8093명으로 증가해 연중 정점을 찍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 한은진 진료과장은 “겨울철엔 급격한 기온 변화로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어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같은 심혈관 질환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특히 12월과 1월은 신체가 아직 추위에 적응하지 못한 시기여서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겨울철엔 무리한 야외 활동을 줄이고, 따뜻한 복장과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겨울철 찬 기운에 노출되면 몸은 체온 유지를 위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된다. 이때 아드레날린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늘어 심박 수가 빨라지고, 말초 혈관은 강력하게 수축한다. 이로 인해 좁아진 혈관으로 혈액을 보내야 하는 심장의 부담이 커진다. 통상 온도가 1도 내려갈 때마다 수축기 혈압은 1.3㎜Hg, 확장기 혈압은 0.6㎜Hg 정도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겨울철에는 활동량이 줄고 수분 섭취가 부족해져 혈액의 점도가 높아지기 쉽다. 끈적해진 혈액은 혈관 내벽에 혈전(피떡)을 쉽게 형성하는데, 이 혈전이 심장 관상동맥을 막으면 심근경색,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을 유발하게 된다.
체온 유지와 혈압 관리가 관건
겨울철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체온과 혈압의 안정적인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출 시엔 급격한 기온 차를 줄이기 위해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 외출 5분 전 실내에서 미리 모자, 목도리, 마스크를 착용해 신체 부위를 보호하고 호흡기로 들어오는 공기를 데워주는 것이 좋다. 두꺼운 옷 한 벌보단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것이 보온성이 뛰어나고 실내외 온도 변화에 대처하기 쉽다.
운동은 기온이 비교적 높은 오전 10시 이후나 오후 2~4시 사이에 실내나 따뜻한 환경에서 할 것을 권장한다. 본 운동 전후로는 10~15분간 충분한 스트레칭과 준비 운동으로 혈관을 서서히 이완시켜야 한다. 심뇌혈관 질환 병력이 있다면 경쟁적인 고강도 운동보다 걷기, 실내 자전거 등 저강도 유산소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더욱 각별한 주의해야 한다. 아침 기상 직후와 취침 전, 하루 두 번 규칙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변화를 체크한다. 계절 변화에 따라 혈압이 오르면 의료진과 상담해 약물 용량을 조절해야 할 수도 있다. 한은진 진료과장은 “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급격히 수축하고 혈압이 상승해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특히 만성질환자는 기온 변화에 더욱 민감하므로 보온과 규칙적인 혈압 관리로 겨울철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