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보호자는 질병 앞에서 늘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적절한 진료과와 병원, 치료법을 결정해야 할 때 그저 막막하기만 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의료진이 있고 체계적인 치료 시스템을 갖춘 병원에 가길 원하지만, 선별해내기가 쉽지 않죠. ‘이럴 땐 이 병원’은 이런 이들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환자·보호자 사례에 맞춰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받는 데 도움 되는 핵심 정보를 제공합니다.
환자의 궁금증
전업주부인 60대 여성입니다. 요즘 들어 물건 둔 곳을 자주 잊거나 아는 사람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아 걱정입니다. 단순한 건망증이라 생각했지만, 최근 치매안심센터에서 받은 검사에서 경도인지장애 의심 소견이 나왔습니다. 경도인지장애가 치매 전단계라는데 곧 치매로 진행되는 건지 불안합니다.
의사의 한 마디:
대전을지대병원 신경과 윤수진 교수

치매 전단계로 알려진 경도인지장애는 인지기능이 다소 저하됐지만, 일상생활은 유지 가능한 상태를 말합니다. 65세 이상 노인의 약 28%가 겪고 있을 정도로 흔히 나타나죠.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일반인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약 5~15배 높습니다. 환자의 10~15%가량은 매년 치매로 진행합니다. 하지만 미리 증상을 알고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를 진행하면 인지기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의심 증상은 기억력 저하입니다. 최근 일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고, 이해력이나 표현력이 예전보다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단순 건망증과 비슷해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평소와 다르게 증상이 잦아진다면 신경인지기능검사, 치매선별검사 등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가까운 치매안심센터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았다면 치매 진행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치매 위험을 높이는 고혈압·당뇨 등 뇌혈관질환을 철저히 관리하고, 꾸준한 신체활동과 사회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음주와 흡연도 피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경도인지장애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신약이 개발돼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어요. 이는 증상을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질환의 근본 기전에 작용해 뇌 속 병리 변화를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치매로 진행하더라도 치료와 관리의 길은 열려 있습니다. 아세틸콜린 분해효소억제제 같은 약물을 비롯해 다양한 치료 옵션이 활용되고 있으며, 기억력 저하와 인지기능 악화를 완화해 일상생활을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증상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환자의 삶의 질을 지키는 데 기여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 적극적인 치료 참여입니다. 경도인지장애를 두려운 진단명이 아니라 치매 예방을 위한 경고등으로 이해하고, 전문의와 상의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