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비만 수술, 다관절 복강경 기구로 정확도·안전성 높여”


분당서울대병원 박영석(오른쪽)·전동재 교수가 복강경 기구 ‘아티센셜’을 작동해 보며 수술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분당서울대병원 박영석(오른쪽)·전동재 교수가 복강경 기구 ‘아티센셜’을 작동해 보며 수술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평균 30%의 체중 감소 효과 얻어

대사질환 예방하고 생존율 향상

비만은 만성질환, 적극 치료해야


비만은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지방간·암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질병이다. 특히 고도 비만은 모든 장기에 무리를 줘 건강에 총체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비만 대사 수술은 고도 비만을 치료하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꼽힌다. 체중 감소와 함께 다양한 동반 질병을 개선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비만대사센터 외과 박영석·전동재 교수에게 비만 대사 수술의 필요성과 주요 기법을 물었다.


-어떤 이들이 비만 대사 수술을 받나.


박영석 교수(이하 박 교수) “건강보험 요양급여 적용 대상 기준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가 35㎏/㎡ 이상으로 고도 비만인 경우 ▶BMI 30㎏/㎡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대사와 관련된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BMI 27.5㎏/㎡ 이상인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선별 급여(급여와 비급여의 중간 단계) 대상이다.”


-치료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박 교수 “비만 대사 수술을 받으면 평균 30%의 체중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최근 개발돼 쓰이는 비만 치료제는 수술 대비 75% 정도의 효과를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대사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17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술받은 환자는 비수술군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49% 낮았고, 기대수명은 평균 6년 이상 연장됐다. 수술은 고도 비만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당뇨병 완치 효과도 얻을 수 있다던데.


전동재 교수(이하 전 교수) “수술이 당뇨병의 완치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치료법인 건 맞다. 다만 유병 기간이나 정도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달라진다. 원래 비만 대사 수술은 대사 질환의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사망을 예방하는 목적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수술 후 인슐린 치료나 약 복용을 완전히 중단하지 못하더라도 혈당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아티센셜을 활용해 비만 대사 수술을 ​​​​​​​​​​​​​​진행하고 있는 박영석 교수(오른쪽).

아티센셜을 활용해 비만 대사 수술을 ​​​​​​​진행하고 있는 박영석 교수(오른쪽).


-수술할 땐 어떤 방법이 쓰이나.


박 교수 “위소매절제술과 위우회술이 대표적이다. 국내 비만 대사 수술의 80% 이상은 위소매절제술로 진행된다. 위소매절제술은 위를 길게 절제해 위 용적을 줄이고 섭취량을 제한하는 방법이다. 반면에 위우회술은 위의 일부분을 작은 주머니 형태로 잘라 분리한 후 소장과 연결해 주는 방법이다. 위우회술의 경우 수술 후 자른 위를 배 속에 남겨두는데, 이곳에 위암이 발생할 수 있다. 남은 위 부위에 대한 내시경 검사가 어려워 위암 발병률이 높은 우리나라에선 주의해야 한다.”


-수술 중 어려움은 없는가.


박 교수 “비만 대사 수술은 위와 장을 정밀하게 절제하고 봉합하는 과정이 많다. 비만 환자의 특성상 좁은 복강 내에서 세밀하게 조작해야 한다. 요즘엔 아티센셜이란 복강경 기구를 활용하면서 정확성과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다. 아티센셜은 기존 복강경 기구에 손목 관절 기능을 더한 기기로, 직선형 기구보다 봉합 각도를 유연하게 만들 수 있어 문합부의 합병증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로봇 수술보다 비용은 저렴하면서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자유도, 즉 다양한 방향과 각도로 움직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수술을 정밀하게 하는 데 유용하다.”


-연구도 많이 한다고 들었다.


박 교수 “미국 연수 시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델파이(Delphi) 연구를 진행했다. 기존의 델파이 기법은 여러 전문가가 반복해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인데, 이 과정을 대형 언어 모델에 적용해 봤다. 여러 모델이 토론을 거듭하면서 합의안을 만들어내는 방식이었고, 실제 전문가들의 의견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다. 향후 AI가 의료 분야에서 합의 형성이나 의사결정 지원에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위소매절제술에 아티센셜을 활용하면 섬세한 절제가 가능해 협착 발생 위험이 적고, 그 결과 위산 역류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기도 했다.”


-수술 전후 주의사항이 있을까.


전 교수 “수술하기 직전에 환자의 체중이 증가하면 내장 지방의 영향으로 지방간이 악화하면서 수술이 어려워질 수 있다. 수술 전부터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흡연은 혈류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어 금연이 필수적이다. 수술 후에도 꾸준히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아 식단·운동 관리에 나설 것을 권한다.”


-수술을 꺼리는 이가 여전히 많다.


박 교수 “많은 비만 환자가 주변으로부터 의지 부족이나 자기 관리 실패라는 오해를 받는다. 하지만 비만은 명백히 유전적·환경적·대사적 요인이 얽힌 만성질환이다. 수술은 게으른 사람의 선택이 아니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의학적 개입이다. 환자가 심리적인 부담을 덜고 치료에 더 긍정적으로 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