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활용한 연골세포치료제가 무릎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임상시험(본임상)에 들어간다. 손상된 연골을 ‘다시 자라게 하는’ 재생치료가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은 자체 개발한 iPSC 기반 연골세포치료제 ‘MIUChon(뮤콘)’이 보건복지부 ‘첨단재생의료·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에서 고위험 임상연구로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무릎 골관절염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하는 본임상이 본격 진행된다.
닳은 연골 되살리는 게 목표
iPSC(유도만능줄기세포)는 성인의 피부나 혈액에서 얻은 세포를 백지 상태로 되돌린 뒤 원하는 조직세포로 다시 만드는 기술이다. 이번 치료제 MIUChon은 iPSC에서 만든 연골세포를 구(球) 형태의 3차원 구조로 모아 무릎 관절강(관절 안쪽 공간)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이다. 한 번 닳아 없어지면 자연 재생이 어려운 연골을 다시 자라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무릎 관절강은 면역반응이 약한 부위로 알려져 있어, 다른 사람에게서 만든 세포를 넣어도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큰 장점이다.
이번 본임상은 이미 안전성을 확인한 소규모 연구(R-3-0012)의 후속 단계로, 무작위 배정·이중맹검·위약대조 등 국제 기준의 임상 설계를 적용했다. iPSC에서 만든 3차원 연골세포를 무릎 골관절염 환자에게 주사하는 임상 연구는 세계 최초다. 환자에게 치료제를 투여하는 역할은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주지현 교수가 맡고,
가톨릭대 의과대학 유도만능줄기세포응용연구소 임예리 교수팀, iPSC 플랫폼 기업 입셀이 공동 참여한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첨단세포치료사업단은 올해 이미 1·2·3번째 환자에게 치료제를 투여했다. 앞으로 MRI 기반 연골 두께 변화, 통증 감소, 무릎 기능 개선 등을 장기적으로 관찰할 예정이다.
산·학·연·병 ‘통합 재생의료 플랫폼’
이번 임상은 대학·병원·기업이 모두 참여하는 ‘통합 재생의료 모델’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iPSC 세포주 개발과 대량 배양 기술, 임상 등급 제조 및 품질관리(QC) 시스템, 실제 환자 진료 경험을 한 플랫폼에 모아 임상 효율을 높였다.
입셀 남유준 CTO는 “이번 임상 적합 판정은 선행 연구에서 안전성이 확인된 결과”라며 “국제 기준에 맞는 임상을 통해 연골 구조 개선과 통증·기능 개선까지 동시에 입증해 글로벌 상용화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임상을 총괄하는 서울성모병원 주지현 교수는 “골관절염 치료는 통증 조절에 머물러 있어 닳아버린 연골을 되살리는 치료가 절실하다”며 “연골 볼륨, 염증 신호, 환자 증상 등을 장기간 추적해 인공관절 수술 전 단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