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을 갖춘 연구소 기업들은 투자 회수와 기업의 성장 속도 측면에서 큰 경쟁력을 갖고 있다. [출처: Gettyimagesbank]](https://i0.wp.com/livingsblog.com/wp-content/uploads/2025/11/31427_33144_3326.jpg?resize=600%2C399)
대학·연구소를 기반으로 한 창업 기업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일반 창업보다 오랜 기간의 연구를 통해 축적한 원천 기술과 지식 재산권을 바탕으로 한 기술 창업이 기업의 생존율과 성장 속도의 향상을 견인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창업진흥원이 발표한 ‘창업지원기업 이력·성과조사(2024)’에 따르면 연구소 기업의 3년 차 생존율은 86.8%로 일반 기업(41.5%)의 두 배 이상이다. 5년 차 생존율 역시 연구소 기업은 75%에 달해 일반 기업(28.5%)보다 월등히 높았다. IPO까지 걸리는 기간도 연구소 기업은 평균 7.6년으로 일반 창업 기업의 평균(13년)보다 약 1.7배 빠르며, 글로벌 평균(6.3년)에 근접했다. 이는 기술력을 갖춘 연구소 기업들이 투자 회수와 기업의 성장 속도 측면에서 큰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바이오·의료 분야에선 대학·연구소 기반의 창업이 좀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바이오·의료는 시장 가치가 매우 높은 반면 기술의 사업화가 쉽지 않은 분야다. 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 허가, 상용화에 이르는 과정에 막대한 비용과 장비, 전문 인력 등이 필요해서다. 그러나 관련 대학교수나 연구원이 창업할 경우 임상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이 우수하고 연구 인프라가 풍부하며 실제 의료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유리하다. 이미 검증된 기술과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서울 홍릉 지역 바이오·의료 클러스터에 모여 있는 대학·연구소 창업 기업들이 이런 동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대학·연구소 창업 잠재력 보여주는 성과 잇따라
고려대 안암병원 임상 전문의와 서울대 치대 교수들이 공동 창업한 ‘사이알바이오’는 구강건조증 및 자가면역 질환을 대상으로 한 재생·면역 조절 기반 세포치료제와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임상 현장을 이해하는 의료진과 연구 기반 신약 개발 역량을 갖춘 교수진이 협업한 구조로, 병원·연구소 인프라를 활용해 초기 연구·임상 개발 속도를 크게 단축한 점이 기술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창업 초기에 중소벤처기업부 딥테크팁스에 선정돼 기술성과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았으며,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승인을 획득해 연구 및 임상 개발의 실질적인 진척도 입증했다. 현재 줄기세포·항체치료제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 제약사와 공동 사업화도 추진하며 글로벌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경희대 교수 창업 기업인 ‘트윈피그바이오랩’은 TAMpep™ 플랫폼 기반 차세대 면역 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종양미세환경(TME)의 특정 표적을 동시 공략해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혁신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트윈피그바이오랩은 팁스(TIPS), 포스트팁스, S팁스에 연속으로 선정되며 기술력과 사업성을 입증받았으며,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과 공동 개발 및 기술 이전을 활발히 논의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기술출자회사인 ‘네오켄바이오’는 의료용 헴프(Hemp)에서 유래한 다양한 칸나비노이드의 의약품 등급 원료(API)를 생산하며 희귀 난치성 질환을 대상으로 한 치료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에서 기초 연구에 머물던 칸나비노이드 분야를 실제 치료제 적용이 가능한 의약품 원료 산업으로 확장하며, 연구 기반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원이 네오켄바이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일렉셀’ 역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출신 연구원이 창업한 기업이다. 만성 상처 보호와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전기자극 패치와 근감소증 예방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실 단계에서 축적된 원천 기술과 특허 기반 기술은 사업화 초기 단계에서 신뢰도를 높였다. 2025년 포춘코리아 ‘한국 헬스케어 혁신기업 40’ 선정 및 ‘MEDevice Boston 2025 올해의 제품상’ 수상 등 국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고려대 교수와 제자가 공동 창업한 ‘엔도로보틱스’는 정밀 내시경 수술 로봇 ‘로보페라(Robofera)’를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내시경 의료기기 코드와 로봇 수술 시스템 코드(NAY)를 획득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국내 의료기기 중 NAY 코드를 받은 사례는 엔도로보틱스가 처음이다. 고가·대형 장비 중심으로 형성된 글로벌 수술 로봇 시장에서 국산 기술의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로, 대학·연구소 창업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성과로 평가받는다.
대학과 연구소는 긴 개발 기간과 높은 연구개발 비용이 요구되는 바이오 스타트업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고도화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의사·연구자 출신 창업 기업들이 임상 접근성, 실험 환경, 전문 인력 등 일반 창업 기업이 확보하기 어려운 경쟁 요소를 갖출 수 있는 이유다.
사업화 전반 지원하고 오픈이노베이션 기회 제공
물론 연구 기반 기술만으로 사업적인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바이오 스타트업도 결국 기업이기에 전략적인 사업 모델과 사업화 과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창업 보육 시설은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 정교화 ▶조직 운영 체계 구축 ▶산업 파트너십 형성 등 사업화 전반을 지원하며, 기술 기반 기업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한다.
바이오·의료 전문 창업 보육 시설인 서울바이오허브 측은 “대학·연구소 창업 기업은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생존율이 높다”며 “허브에서는 이들이 기술만으로는 부족한 경영·인사·회계·마케팅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국내외 제약사와의 오픈이노베이션 기회를 제공해 성장의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연구소 창업 기업은 한국의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혁신 경제로 나아가는 핵심 주체다. 이에 더해 창업 보육 시설의 지원책은 이들의 성장 속도를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전문가들은 “기술 기반 창업이야말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