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섭, 전재학, 이진훈 디렉터 “걱정은 기대의 출발일뿐”


8월 14일, 대한민국 대표 MMORPG 3종이 같은 날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보통 두 게임의 방송이 겹치는 경우는 있었지만, 세 게임이 한날에 몰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방송 전, 각 게임 유저들의 마음은 기대보다 걱정이 컸다. 로스트아크는 7년 넘게 기다린 ‘카제로스 레이드’ 최종장을 앞두고도 너무나도 조용했다. 과거 ‘카멘 레이드’ 출시 전에는 시네마틱 영상과 쇼케이스 등 대대적인 마케팅이 펼쳐졌지만 이번에는 그와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여기에 만족스럽지 못한 최근 업데이트와 더불어, 스마일게이트RPG 개발진의 대거 퇴사 루머까지 겹치며 유저들의 불안감은 커져갔다. 이번 방송은 이를 해명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자리였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10~2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지만 내부 사정은 달랐다. 출시 직후부터 제기된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신규 콘텐츠 방식도 만족을 주지 못해 불만이 누적됐다. 이번 방송은 개발진이 게임에 대한 이해와 방향성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시험대였다.

메이플스토리는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챌린저스 패스’가 곧 종료되는 시점이라 신규, 복귀 유저들은 새로운 동기를 원했다. 여기에 신규 보스 ‘최초의 대적자’ 출시와 직업 밸런스 패치 요구가 맞물리면서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유저 니즈를 충족시킬 확실한 카드가 필요했다.

그만큼 라이브 방송에 나서는 세 게임 디렉터들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그러나 마치 “걱정은 기대의 다른 이름”이라 말하듯 디렉터들은 방송을 무사히 소화했고 각 게임의 라이브는 유저들의 웃음 속에 마무리됐다. 이제 게임 속에서 증명해야 할 때가 왔다.

 

■ 메이플스토리 “정상화의 신”

- 밸런스, 보스 리워드마저 정상화시키는 김창섭 넥슨 메이플스토리 디렉터
– 밸런스, 보스 리워드마저 정상화시키는 김창섭 넥슨 메이플스토리 디렉터

김창섭 넥슨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는 이번에도 ‘신(神)창섭’했다. 챌린저스 패스 후속으로 ‘프론티어 패스’를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직업 밸런스 조정, 보스 리워드 개편 패치도 빼놓지 않았다.

이때 라이브 방송 내용이 유저들의 예상보다 훨씬 심오했다. 밸런스 패치에 대해 김 디렉터는 “단순 수치 조절, 일시적 편의를 위한 조정이 아닌 각 직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대로 뜯어고치겠다”고 말했다.

라라의 상징이었던 시스템 ‘용맥’과 블래스터의 컨트롤 난이도 상징이었던 차징을 삭제한 것만으로 그 의미가 느껴졌다. 플레임위자드의 경우 리워크 실패라고 인정하며 주요 스킬 메커니즘 전체를 바꿨다. 물론 작업량이 많은 만큼 리소스의 한계로 8~10월에 걸쳐 순차 적용하는 방식은 조금 아쉬웠지만 각 직업의 유저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기엔 충분한 기조였다.

보스 리워드 시스템은 밸런스 조정보다 더 충격이었다. 김 디렉터는 “아이템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개발사의 통제를 벗어나지 않은 경제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주간 보스 제한량을 달성하면 보스 입장 불가, 하위 보스 칠흑의 보스 장신구 세트 드랍률 대폭 하향, 블랙하트 삭제, 먹자 파티 이득 막기 위한 에테르넬 조각 구조 변경 등 다양한 작업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김 디렉터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 그 시작을 위한 발판 마련이다”고 말했다. 건강한 메이플스토리를 위한 그의 노력은 많은 유저들의 공감을 얻었다.

 

■ 로스트아크 “라이브 방송에서 드디어 미소 되찾다”

- 유저들과의 소통에 적응한 전재학 스마일게이트RPG 로스트아크 디렉터
– 유저들과의 소통에 적응한 전재학 스마일게이트RPG 로스트아크 디렉터

“전재학 스마일게이트RPG 로스트아크 디렉터는 라이브 방송이랑 안 어울린다” 지금까지 대다수 로스트아크 유저들 사이에서 쉽게 들을 수 있었던 평가다. 하지만 8월 14일 기점으로 평가가 뒤집혔다. 유저들의 호응에 드디어 그가 라이브 방송에서 웃음을 되찾았다.

전 디렉터는 방송에서 카제로스 레이드 시네마틱과 쇼케이스를 만들지 못한 이유를 해명하고 지난 업데이트를 리뷰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뜨겁진 않았다. 여전히 걱정과 불만으로 냉랭했다.

하지만 카제로스 레이드 이야기와 동시에 전 디렉터의 쇼타임이 시작했다. 본래 전 디렉터의 전문 분야는 레이드 개발이다. 레이드 이야기로 넘어가자 마치 친구에게 자신이 만든 작품을 신나게 자랑하듯 이야기를 쏟아냈다.

스토리, 레이드 구조, 디테일 순서로 진행된 그의 설명은 갑작스러운 성대모사에 힘입어 유저들을 몰입시켰다. 이는 금강선 전 디렉터가 보여준 소통 방식, 로스트아크 유저들이 원하던 ‘친구와의 대화’ 스타일에 가까웠다.

내용도 만족스러웠다. 더 예뻐진 에키드나의 모습을 시작으로 카제로스 레이드의 화려한 연출, 중압감 넘치는 디자인, 괴랄한 패턴, 궁금증을 유발하는 서사는 유저들의 걱정을 기대로 전환시켰다. 덕분에 ‘레이드 깎는 노인’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사실 전 디렉터의 라이브 방송의 키워드는 불안이었다. 어색한 소통, 명확하지 않은 표현,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내용으로 질타를 받았다. 덕분에 라이브 방송할 때마다 유저들이 떠나거나 아이템 가격이 대폭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라이브 방송으로 전 디렉터는 어떤 내용 위주로 말해야 호응을 얻는지, 어떤 방식으로 말해야 자연스러운 소통을 이어갈 수 있는지 체감했다. 그동안의 트라우마를 극복한 기점이기도 하다. 그가 향후 라이브 방송에서도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많은 로스트아크 유저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 마비노기 모바일 “처음인데 이 정도면 한잔해야지”

- 익숙하면서 편안한 방송으로 즐거움을 선사한 이진훈 데브캣 마비노기 모바일 디렉터
– 익숙하면서 편안한 방송으로 즐거움을 선사한 이진훈 데브캣 마비노기 모바일 디렉터

마비노기 모바일 첫 라이브 방송에는 무려 21만 명 이상의 시청자가 몰렸다. 마비노기 모바일 스트리머 방송 시청자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넘는다. 마비노기 모바일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방송 시작 전 채팅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공식 라이브 방송에서 유저들의 채팅을 화면에 꺼내놓는 게임은 거의 없다. 최근 스트리밍 트렌드를 미뤄볼 때 채팅창을 꺼내는 방식이 대세이지만 어그로성 채팅이 그대로 화면에 노출되는 것은 공식 방송 입장에선 부담이기 때문이다. 기자도 처음 입장했을 때 다른 스트리머 방송에 들어온 줄 알고 호스트를 다시 확인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마비노기 모바일은 10~20대 사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만큼 신세대 트렌드에 맞춰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겠다는 넥슨의 의도와 준비성이 돋보였다.

다만 이진훈 데브캣 마비노기 모바일 디렉터 입장에선 긴장감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첫 방송인데 하필 김창섭, 전재학 디렉터와 라이브 진행 능력을 비교하는 시험 무대가 마련됐다. 

이 디렉터도 방송 전 “라이브를 너무 잘하는 김창섭 디렉터의 라이브 일정과 겹치는 것은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색하고 서툴렀지만 유저들의 응원과 호응에 그는 방송을 이어나갔다.

마비노기 모바일의 라이브 방송 방식은 일반 스트리머들의 방송과 유사했다. 거창하게 준비한 PPT보다 댓글, 채팅창을 캡처한 후 화면에 그대로 띄워서 말하거나 직원들과 시연 빌드에서 야자타임을 나누는 모습들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이 디렉터의 차분한 목소리는 힐링 게임을 추구하는 마비노기 모바일의 슬로건에 부합하듯 방송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미스틱 다이스, 최적화, 우연한 만남 등의 내용을 시작으로 업데이트 내용을 설명하고, 콘텐츠를 시연하고, 유저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니까 1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물론 유저들마다 궁금증이 다르기에 100% 만족감을 심어주진 못했다. 그래도 짧은 시간 내에 꽤 많은 내용이 언급되어 많은 유저가 만족감을 표했다. 게다가 라이브 방송으로 끝이 아니다. 채팅창에서의 내용들을 접수했고 9월 19일 쇼케이스도 예정된 만큼 유저들의 니즈가 계속해서 충족될 전망이다.

어쩌면 마비노기 모바일의 진정한 소통은 이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 디렉터가 첫 단추를 잘 꿴 만큼 향후 소통과 업데이트 행보에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