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nAMD)은 백내장·녹내장과 함께 한국인 3대 실명 질환이다. 나이가 들면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드루젠이라는 세포 노폐물이 쌓이고 이로 인해 눈 속 혈관의 혈액순환이 불량해져 보상 작용으로 작고 약한 신생 혈관이 생기면서 황반변성 발병 위험이 커진다. 황반변성으로 시력의 90%를 담당하는 황반에 신생혈관이 터지면 사물이 휘거나 찌그러져 보이고 시력이 나빠진다. 한국인 5명중 1명은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노인 인구만 1000만 명이 넘는다. 늙으면 잘 안보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 시력에 문제가 있어도 방치하다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다행히 신생혈관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약을 직접 주사하면 황반변성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최근엔 황반변성 주사 치료의 간격을 늘리는 고용량 항-VEGF 주사 치료제도 도입됐다. 장우혁안과 장우혁 원장에게 황반변성의 위험성, 고용량 항-VEGF 주사 치료의 임상적 가치 등에 대해 들었다. 그는 황반변성으로 나빠진 시력을 개선하는 다양한 치료법을 다각적으로 연구하고 국내외 글로벌 학회에서 이를 발표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nag.co.kr
Q1. 고령층에서 왜 황반변성이 많이 발생하나.
“가장 큰 이유는 노화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나이가 많아질수록 발병 위험이 높다. 특히 75세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우리나라도 인구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늘면서 황반변성 환자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눈은 스스로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황반변성으로 한쪽 눈의 시력이 나빠져도 다른 쪽 눈이 전체적인 시기능을 보완해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물이 보이면 한쪽 눈에 발생한 심각한 시력 이상을 의심하지 않는다. 또 사물이 보이니 예전보다 시력이 떨어져도 나이가 들어 그런 것으로 생각해 넘긴다. 황반변성 같은 망막 질환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노화가 주 원인인 황반변성은 질병 악화하면서 빠르게 시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눈 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50세 무렵엔 망막 상태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안저 검사 등을 받아보길 권한다. 1초면 실명을 예방할 수 있다.”
Q2.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황반변성을 의심해야 하나.
“황반변성으로 시력이 나빠지면 시야가 흐릿해지고 거리와 상관없이 선이나 사물이 뒤틀려 보이는 증상을 동반한다. 여기서 더 진행하면 시야 중심부에 까만 점이 나타난다. 이런 시력 이상은 독립적 일상 생활 유지에도 부정적이다. 시력이 나빠지면서 쇼핑, 산책, 요리, 윤전 등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워진다. 가족의 도움을 받아야 하니 일상도 불편해진다. 시력은 아직 보일 때 지키는 것이다. 시력 이상을 느꼈다면 지체하지 말고 안과 병의원을 찾아 안저 검사 등을 받길 강력하게 권한다.”
Q3. 황반변성은 시력이 더 나빠지지 않는 주사 치료가 중요한데.
“맞다. 황반변성은 완치되지 않는 진행성 질환이다. 현 의학 수준에서 황반변성의 치료는 망막 내 삼출물, 출혈을 발생시켜 황반변성을 일으키는 신생혈관이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하는 약을 안구 내 혈관에 주사해 추가적 시세포 손상을 막는다. 황반변성 표준치료법인 항-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항-VEGF) 요법이다. 기존엔 레이저 치료, 광역학적 치료 등은 다른 시신경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치료했지만 시력 회복에 한계가 있다. 추가적인 시세포 손상을 막아 보는 기능인 시력을 유지·개선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주사 치료가 필수적이다. 특히 황반변성 초기 단계에서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시력 유지를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주사 치료가 필수적이다. 한 번만 맞고 끝나지 않다보니 꾸준한 유지 치료가 중요하다.
황반변성으로 시력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는 중요한 실전 팁은 치료 주기를 잘 지키는 것이다. 국내에서 처방 가능한 황반변성 치료제는 애플리버셉트를 비롯해 라니비주맙, 브롤리시주맙, 파리시맙 등으로 다양하다. 약마다 다르지만 한 번 주사하고 치료 효과가 유지되는 기간은 4~20주 간격으로 다양하다. 개인별 눈 상태에 따라 투약 주기가 달라진다. 적어도 1년에 5~7번의 주사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치료 지속성이다. 실명 위험이 높다는 황반변성으로 진단받은 초기엔 진료 약속을 잘 지킨다. 앞이 보이지 않게 된다니 두려운 마음이 커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치료에 익숙해지면 여행을 간다, 중요한 모임이 있다 등등 이유로 하루 이틀 진료 일정을 미루다가 아예 건너뛰기도 한다. 이렇게 치료 순응도가 나빠지면 황반변성이 진행해 시력이 뚝 떨어진다. 황반변성으로 인한 시력 변화는 서서히 나빠지는 게 아니라 계단을 내려가듯 뚝뚝 나빠진다.”
시력 유지 위해 장기 반복적 주사 치료 필수
실질적 병원 방문 횟수 줄여줘 치료 순응도 높여야
고용량 주사치료군 70%는 16주 간격 투약 유지
Q4. 황반변성 주사 치료의 간격이 길면 치료가 편해지나.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황반변성으로 진단받으면 첫째로 눈 상태를 살피고, 둘째로 황반변성 주사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한다. 여러 번 시간을 내기 어려우니 같은 날 두 가지 행위가 모두 이뤄지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황반변성 주사 치료는 시력 및 해부학적 기준으로 평가한 질병 활성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투약 간격이 결정된다. 눈 상태를 살펴보는 모니터링에서 질병 활성도가 높다면 투약 간격이 짧고, 질병 활성도가 낮으면 주사 시점이 더 늦어질 수 있다.

실명을 막는다는데 고작 2~3달에 한 번 병원을 가는 게 뭐 어렵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눈 상태 모니터링을 위해 예상보다 더 자주 병원을 찾아야 할 수 있다. 고령인 환자는 병원 방문을 위해 자신 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일정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치료 일정을 지키기 힘들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은 인구고령화로 황반변성 환자가 늘면서 병원 내에서 시력 모니터링, 주사 투약 등 치료 일정 관리도 빡빡해졌다. 고정 주기 요법으로 황반변성을 치료중인 환자 상당수는 매월 눈 상태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눈 상태가 양호하다면 약을 주사하지 않고 귀가했다가 주사 치료를 위해 며칠 후 별도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한 번 진료를 미루면 다시 진료 일정을 잡는게 어렵다. 이렇게 치료 일정을 자주 놓치면 황반의 섬유화가 진행되고 약제를 통한 질병 진행 억제 효과가 약해져 눈 상태가 불량해진다는 점을 기억하라.”
Q5. 치료 순응도를 높이려면 실질적 병원 방문 횟수를 줄여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 황반변성 치료 효과를 높이는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본다. 병원을 덜 방문하면 치료 일정을 놓치는 사고를 줄일 수 있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게 중요하다. 투약 주기가 늘었다고 당연하게 병원 방문 횟수가 줄어들지 않을 수 있어서다. 주사는 몇번 안 맞아도 눈 상태 모니터링을 위해 병원을 자주 오가면 치료 순응도가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다. 장기 치료가 필연적인 황반변성 치료에서 실질적 병원 방문 횟수를 강조하는 이유다.
지난해 투약 주기를 최대 20주까지 늘린 고용량 항-VEGF 치료제(애플리버셉트 8㎎)가 국내 도입됐을 때도 더 오래 안정적으로 치료 효과가 유지되는 점이 의료계에서 주목받았다. 고용량 항-VEGF 치료제는 기존 제품(애플리버셉트 2㎎)에 비해 용량을 4배 높인 고용량(Molar dose)으로 질환을 빠르게 안정화한다. 또 안구 내 유효 농도를 오래 유지해 투여 간격을 늘리고 주사 횟수를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시력 및 해부학적 검사 결과에 따라 상태가 안정적이면 Treat-and Extend 용량 용법으로 투여 간격을 최대 20주(5개월)까지 늘릴 수 있다. 병원 방문을 최소화해 치료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병원 방문 횟수를 확실하게 줄이면서 환자가 체감하는 치료 만족도도 높다. 황반변성으로 처음 진단 받은 환자에게 고용량 항-VEGF 치료제를 투약했는데 삼출성 병변이 빠르게 사라졌다. 치료 초기부터 병변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다보니 이후 유지 치료 때 투약 주기도 비교적 길게 유지할 수 있었다. 빠른 증상 안정 →긴 투약 주기 적용 →병원 방문 횟수 최소화 →치료 순응도 개선이라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고용량 항-VEGF 치료제는 약물이 분해되는 속도가 느려 지속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내가 진료한 고용량 항-VEGF 치료제 투약군의 상당수는 12주 또는 16주 간격으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8주 간격으로 3회 주사하는 로딩 투여 이후 유지 치료에서 70%가 16주 간격의 주사 치료로 안정적 유지가 가능했다. 긍정적 변화다.”
Q6. 어떤 경우에 고용량 항-VEGF 치료제가 적합한가.
“고용량 항-VEGF 치료제는 여러 임상 상황에서 활용한 치료법이다. 개인적으로는 황반변성으로 처음 진단받았을 때, 기존 치료제로는 잔존 병변이 남아 있을 때, 잦은 병원 방문이 어려울 때 고용량 항-VEGF 치료제를 권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고용량 항-VEGF 치료제는 고용량으로 조기에 병변을 빠르게 안정화시키는 것이 강점이다. 이는 장기 시력 예후와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또 치료 간격을 늘리는데도 유리하다. 황반변성으로 처음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우선적으로 고용량 항-VEGF 치료제를 고려한다.
2~3개월 간격으로 충분히 황반변성 주사 치료를 받았지만 잔존 병변이 남아있을 때도 고용량 항-VEGF 치료제로 바꾸는 것이 좋다. 기존 치료 전략으로는 병변이 고착화되기 쉬워서다. 보다 지속력이 높은 치료로 병변을 안정화시키고 점진적으로 치료 간격을 늘려나가는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실제 황반변성으로 주사 치료 중인 60대 남성이 일주일 전부터 시력이 떨어졌다고 병원을 찾아온 적이 있다. 당시 시력이 0.3이었고 중심부에 비교적 심한 출혈이 관찰됐다. 황반변성 이 외에는 별다른 전신 질환이 없었고 사회활동도 활발한 분이었는데 급작스런 시력 저하로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였다. 마침 고용량 항-VEGF 치료제가 국내에서 급여로 사용 가능해진 시기에서 병변을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투약했다. 첫 주사 후 출혈이 빠르게 흡수되면서 병변이 눈에 띄게 안정됐다. 현재는 치료 간격을 16주로 유지하고 있다. 연 3회 정도 주사로 잘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 시력도 반대안 수준으로 회복한 상태다. 고용량 치료로 단기간에 시력을 회복하는 등 치료 반응이 좋아 인상적이었다.
이 외에도 기존 치료에 반응이 양호하고 시력도 안정적이지만 고령으로 잦은 병원 방문이 어려울 때도 고용량으로 전환을 고려한다. 이를 통해 치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면서 환자의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진료 일정을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어 환자 치료에 더 집중할 수 있다.”
Q7. 황반변성 환자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은.
“황반변성이라고 두려워하지 말자. 초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하면 시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일부에선 시력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때 중요한 것이 장기 유지 전략이다. 개인별 반응에 맞춰 질환 진행을 억제하는 것에서 나아가 치료 간격을 길게 늘리면서 치료 지속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현재 눈 상태, 생활 패턴, 투약 주기 등을 고려해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