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암 1위 전립선암, 생존율 개선하는 치료 선택지는


최근 전립선암의 마지막 단계로 불려 왔던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에서도 환자 맞춤 치료를 적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등장했다. [출처: Gettyimagesbank]

최근 전립선암의 마지막 단계로 불려 왔던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에서도 환자 맞춤 치료를 적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등장했다. [출처: Gettyimagesbank]


전립선암이 대한민국 남성 건강의 가장 큰 적으로 부상했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23년 신규 전립선암 환자는 2만2640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남성 암 발생 순위 1위에 올랐다. 신규 암 환자의 절반 이상(50.4%)은 65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전립선암은 전체 5년 상대 생존율이 90%를 웃돌아 비교적 예후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병기별로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암이 전립선 밖으로 퍼진 원격 전이 단계의 5년 상대 생존율은 51.2%로 뚝 떨어진다. 진단명 자체보다 암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가 생존을 가르는 핵심 변수인 셈이다.


항암화학요법에 부담 느끼는 고령 환자도


전이가 확인되면 치료는 곧 시간과의 싸움으로 전환된다.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의 80~90%는 초기에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치료에 반응하지만, 평균 18~24개월이 지나면 호르몬 치료에 더는 반응하지 않는 암세포만 남아 병이 다시 진행된다. 이 단계가 바로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이다.  


mCRPC 단계의 전체 생존 기간 중앙값은 2년 남짓. 치료가 지연되거나 중단될수록 예후는 급격하게 나빠진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여년간 치료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약제가 항암화학요법제인 도세탁셀이다. 도세탁셀은 호르몬 치료와 병용하거나 순차적으로 처방돼 왔으며 특허 만료 이후에는 제네릭(복제약) 보급으로 접근성도 개선됐다.


다만 도세탁셀 역시 한계를 안고 있다.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고령 환자에서는 독성 관리와 치료 지속성 측면에 제약이 따른다는 점이다. 실제 전신 피로 등 부작용 탓에 치료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아비라테론·엔잘루타마이드 등 새롭게 등장한 2세대 호르몬 치료제(NHA)를 쓰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mCRPC 이전 단계인 호르몬민감성 전이성 전립선암(mHSPC) 단계에 급여가 적용돼 대부분 해당 시점에 사용돼서다. 특히 mHSPC 단계에서 이미 NHA 치료를 받은 환자가 mCRPC로 진행할 경우, 실질적인 치료 선택지가 항암화학요법으로 제한되는 상황이다.  


더불어 BRCA 변이 또는 기타 HRR 유전자 변이를 동반한 고위험 환자는 기존 치료 전략만으로 예후를 충분히 개선하기 어렵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mHSPC 단계에서부터 질병 진행을 고려한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2세대 호르몬 치료 이후 병이 진행한 환자에서 활용 가능한 표적치료 옵션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PARP 저해제 올라파립 새 선택지로 떠올라


다행히 최근 mCRPC 치료 환경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 호르몬 치료 이후에도 질병이 진행된 환자 중 일부에서 DNA 복구와 관련된 유전자 변이, 특히 BRCA 변이가 확인되면서 이를 근거로 치료 대상을 선별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 변이 여부는 병원에서 시행하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 흐름을 대표하는 약제가 PARP 저해제 올라파립(제품명 린파자)이다. 올라파립은 쉽게 말해 BRCA 변이 등 DNA 복구에 결함이 있는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표적치료제다. 전신의 분열 세포를 폭넓게 공격하는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달리 환자의 유전자·분자적 특성을 근거로 치료 대상을 가린다.


전립선암은 그간 다른 암종에 비해 유전자 변이 기반 치료가 상대적으로 발전하지 못했던 영역. PARP 저해제는 전립선암 치료에서 유전자 변이를 기반으로 하는 최초의 표적치료제로서 의미를 갖는다.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따른 독성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올라파립은 단독요법에 대한 임상적 근거도 확보했다. 2세대 호르몬 치료제 사용 이후에도 질병이 진행한 mCRPC 환자 중 BRCA를 포함한 HRR 유전자 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PROfound)를 통해서다. 해당 연구에서는 올라파립이 2세대 호르몬 치료 이후 질병이 진행한 환자에서 기존 치료보다 무진행 생존 기간을 유의하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받는 또 다른 연구결과도 있다. 항암화학요법 치료 경험이 없는 mCRPC 환자 대상의 연구다. 이를 통해 올라파립과 2세대 호르몬 치료제인 아비라테론의 병용요법이 항암화학요법 치료 경험이 없는 mCRPC 환자에서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4% 낮추고, 방사선학적 무진행 생존 기간 중앙값을 8.2개월 연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BRCA 변이가 있는 하위군에서는 치료 효과 차이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며 BRCA 변이가 있는 mCRPC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제도적 판단도 이뤄졌다. 이전에 새로운 호르몬 치료제 치료 후 질병이 진행한 경험이 있는 BRCA 변이 mCRPC 환자의 치료 등에 급여기준 설정 판정을 받은 거다. 연구결과로 제시돼 온 치료 옵션이 실제 진료 환경에서 논의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정인갑 교수는 “항암화학요법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mCRPC에서도 생존율을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새로운 표적치료 선택지가 생기고 환자의 연령, 질병의 진행 양상, 유전자·분자적 특성 등을 종합해 치료를 결정하는 정밀의료 접근이 실제 진료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생존뿐 아니라 삶의 질을 고려한 치료를 지속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미가 크다”며 “이에 맞는 유전자 검사 환경을 구축하고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개선하는 게 앞으로 풀어갈 과제”라고 덧붙였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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