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추위와 잦은 모임이 이어지는 연말은 건강 관리에 특히 주의해야 하는 시기다. 잦은 술자리, 고칼로리 안주, 그리고 추위로 인한 활동량 감소는 우리 몸의 대사 기능을 급격히 악화시킨다. 이 시기 비만,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을 아우르는 대사증후군은 우리 몸에 켜진 위험 경고등과 같다. 대사증후군은 그 자체로 심혈관질환과 뇌졸중의 위험을 수 배로 높인다.
대사증후군 환자는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약 1217만 명에서 2024년 약 1459만 명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28%에 해당하는 수치로, 국민 4명 중 1명 이상이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겨울철에는 대사증후군으로 인한 위험이 더 커진다. 잦은 모임에서 섭취하는 고칼로리, 고지방 음식과 과도한 알코올은 복부 비만을 심화시키고 혈당 및 지질 수치를 급격히 악화시킨다. 또한, 기온이 1°C 낮아질 때마다 수축기 혈압이 1.3mmHg 상승할 수 있다. 고혈압 환자는 찬 공기에 노출될 경우 혈압이 급상승하는 ‘혈압 스파이크’를 유발할 수 있다. 추위로 인한 운동 부족 역시 인슐린 저항성을 심화시켜 혈당 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대사증후군은 개별 질환 위험이 합쳐져 시너지를 내는 치명적인 위험 인자의 집합체다. 복부 비만, 높은 혈압, 높은 혈당, 높은 중성지방, 낮은 HDL 콜레스테롤 5가지 진단 기준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대사증후군으로 진단된다. 이 경우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1.5~3배 이상 높아진다.
대사증후군은 특별한 증상이 없으므로, 위험이 현실화되기 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다. 건강검진을 통해 5대 진단 기준 수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정상수치와 비교해 관리가 필요한지 점검해야 한다. 진단 기준은 ▶복부 비만(허리둘레)은 남성 90cm 이상, 여성 80cm 이상 ▶수축기 혈압 130mmHg 이상, 이완기 85mmHg 이상 ▶중성지방 150mg/dL 이상 ▶HDL 콜레스테롤 남성 40mg/dL 미만, 여성 50mg/dL 미만 ▶공복 혈당 100mg/dL 이상이다.
대사증후군은 약물치료 이전에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도 상당 부분 예방하고 호전시킬 수 있다. 관리의 핵심은 인슐린 저항성 개선과 복부 지방 감소다. 이를 위해서는 흰쌀밥, 빵 등의 정제 탄수화물 섭취를 최소화하고 현미, 채소 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과 불포화 지방산을 섭취해 혈당과 지방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인슐린 저항성의 특효약이다. 주 3회 이상, 3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과 함께 근육량을 늘리는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다만, 겨울철에는 혈압이 급격히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이 좋고, 외출 시에는 모자, 목도리 등으로 철저한 보온을 유지해야 한다. 하루 7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는 혈압과 혈당 조절에 필수적이다.
무엇보다도 건강검진을 통해 나타난 본인의 위험 인자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식단 및 운동 세워 실천해야 한다. 대사증후군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생활 습관에서 비롯되므로 습관 변화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방심하기 쉬운 연말연시에도 건강한 생활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시길 바란다.
메디체크 건강칼럼 한국건강관리협회 부산서부지부 고영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