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성욕 풀려고 게임 하니?”라고 말했던 와이프가…

애니메이션 트레일러 속 이 장면에 니케를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트레일러 속 이 장면에 니케를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트레일러 속 이 장면에 니케를 시작했다.

하비사쿠라 도로시&도로롱 피규어의 배송이 1월에서 8월로 연기됐다. 선물을 기대했던 와이프가 아쉬움을 털어냈다. 피규어 이슈가 생기니까 문득 예전 생각이 떠올랐다.

2022년 11월 4일. 레벨 인피니트 신작 ‘승리의 여신: 니케’가 정식 출시됐다. 아름다운 캐릭터 디자인과 독창적인 모바일 건슈팅 조작 방식에 보자마자 매료되어 출시일을 간절히 기다렸던 게임이다. 무엇보다 ‘홍련’이라는 캐릭터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당연히 오픈런을 놓치지 않았다. 보통 서브컬처 게임을 시작하면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리세마라를 진행하지만 니케만큼은 스토리와 콘텐츠를 빨리 즐기고 싶어 그냥 시작했다.

어차피 니케를 위해 통장 잔고를 두둑하게 마련해서 홍련이 나올 때까지 과금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출혈이 커서 지금 생각하면 후회되지만 그땐 홍련을 뽑았다는 것에 그저 행복했다.

게임을 재밌게 즐기던 중 이슈가 발생했다. 기자는 디아블로, 파이널판타지14, 로스트아크, 메이플스토리, 오버워치 등 PC RPG나 FPS를 즐겼다. 모바일 게임과는 거리가 멀었다. 온라인 게임을 즐기지 않을 때는 콘솔 게임으로 시간을 보냈다.

서브컬처 게임을 포함한 모바일 게임은 보통 업무로서 2~3주, 길어봤자 1개월 집중하고 놓아주는 루틴이었다. 니케는 업무로 시작하지 않았던 터라 하루 종일 즐겼다. 니케 때문에 처음 태블릿 PC도 구매해 봤다.

집에서 니케를 재밌게 즐기는 중 갑자기 와이프가 옆에 오더니 물었다. “너는 혹시 성욕 풀려고 게임하니?”. 그 말을 듣고 당황했다. “니케가 그렇게 보이나?”.

니케는 출시 당시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 특유의 육감적인 캐릭터 디자인으로 게이머들의 이목을 끌었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는 이미 데스티니 차일드, 라스트 오리진 등이 있기에 게이머에게는 익숙한 수위다. 그러나 일반인 시선에서는 다르다. 모바일 게임에 관심 없었던 와이프에게는 꽤나 높은 수위일 만했다. 와이프는 업무일 수 있으니까 1달 동안 지켜봤다가 그 이후까지 계속 즐기는 기자의 모습에 폭발한 것이다.

“이거 그런 게임 아니야”라고 말해봤자 말싸움으로 이어질 모습이 눈에 선했다. 현명하게 “아직 업무가 남았는데 곧 끝나”라며 회피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몰래 즐겼다. 군대에서 초코파이를 몰래 먹은 적은 없지만 비슷한 심정이 아니었을까. 다행히 태블릿 PC의 존재를 와이프가 몰랐기에 모바일에 니케를 삭제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엉덩이 게임이'라고 불릴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니케.
‘엉덩이 게임이’라고 불릴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니케.

1년 넘는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니케는 몰래 즐기고 있었다. 어느 날 와이프가 모바일 게임을 오래 붙들고 있길래 궁금해서 화면을 봤다. 익숙한 화면. 니케였다. “이거 언제 시작했어?”. 와이프는 “어제. 우연히 트레일러를 봤는데 도로시가 너무 예뻐서 시작했다”고 답했다.

“나한테 성욕 풀려고 하냐는 게임이잖아”라며 따졌다. 와이프는 “그땐 야겜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먼저 물어볼까 했는데 그 말 때문에 그냥 시작해 봤다. 막상 해보니까 캐릭터들도 예쁘고 재밌다”고 답했다.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으니까 “사실 나도 계속 하고 있었다”며 이실직고했다.

그렇게 서로 니케를 즐기게 됐다. 이후 또 다른 이슈가 발생했다. 기자는 최애캐 홍련 굿즈를 꾸준히 모았다. 들킬까 봐 몰래 숨겨놨던 굿즈들을 꺼내니까 와이프가 놀라며 “돈이 남아도냐”며 질책했다. 솔직히 양이 많긴 했다.

그래도 홍련 굿즈 수집은 포기하지 않았다. 평범했던 일상을 보내던 중 의문의 택배를 받았다. 본인 택배인 줄 알고 뜯었는데 도로시가 보였다. 아크릴 스탠드였다. 와이프에게 보여주니까 “앞으로 소비를 아끼기 위해 홍련 굿즈를 살 때마다 나도 도로시 굿즈를 구매하겠다”고 말했다.

와이프의 보복성 구매 전략에 굴하지 않고 기자는 홍련 굿즈 구매를 멈추지 않았다. “시프트업에게 가계를 털릴지 언정 그 말을 후회하게 해주겠다”. 굿 스마일 컴퍼니 홍련 피규어를 갖기 위해 하비사쿠라 도로시&도로롱 피규어까지 예약 구매했다. 엄청 혼났는데 마음에는 들었는지 배송되면 책상에 두겠다고 한다.

보일 때마다 구매 중인 홍련 굿즈.
보일 때마다 구매 중인 홍련 굿즈.

최근 3주년 스토리를 보면서는 감동했는지 눈물을 보였다. 와이프가 “예전에는 지하철에서 못 하는 게임이었는데 이제는 부끄럽지 않다. 누군가에게 당당히 니케를 추천할 수 있다”라고 했다. 실제로 지인들에게 종종 니케를 추천한다. 그 추천에 입문한 후 꾸준히 즐기는 지인들도 있다.

기자가 니케와 가까워지는 동안 게임 밖에서도 니케가 자주 나타났다. GS25, 프랭크 버거, 맘스터치, 두찜 등 컬래버레이션이 대표적이다. 여태까지 단 하나도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챙겼다. 일본에서는 시부야, 후쿠오카, 삿포로 등 특정 지역 단위의 협업 이벤트나 팝업스토어가 자주 열리는데 기회가 될 때마다 직접 방문했다. 

야겜으로 오해받았던 게임의 취급이 180도 달라졌다. 라피 머그컵으로 모닝커피를 마시고, 책상에는 도로시 마우스 패드가 놓여 있고, 어두운 침실에는 신데렐라 무드등이 빛을 비추며, 술을 마실 땐 홍련 술잔을 꺼내는 등 일상이 니케로 채워져 있다. 

캐릭터의 몸매, 노출보다 스토리 중심의 업데이트를 강조하며 니케를 대중적인 게임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레벨 인피니트의 노력이 빛을 발한 사례다. 그 노력이 글로벌 인기 서브컬처 게임의 자리를 유지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어느샌가 스트리밍 시장에서 엉덩이 보는 게임이 아닌 스토리 맛집으로 평가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와이프의 시선이 달라진 것도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도로시의 기본 외형은 왕가슴, 엉덩이, 노출이라는 키워드와 거리가 먼 캐릭터였으니까. 치밀한 계획과 설계에 저절로 사로잡혔다는 표현이 맞다.

얼마 전에 만난 유형석 시프트업 니케 총괄 디렉터는 “4주년 스토리는 3주년과 비교 불가다”고 자신했다. “이보다 근사한 스토리라니 기대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기자에게 니케는 게임을 넘어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게임에서는 캐릭터를 보며, 밖에서는 굿즈를 멍하니 보며 나름의 힐링 타임을 갖는다. 이게 게임의 선한 영향력이지. 앞으로도 니케가 더 많은 게이머에게 감동을 주는 게임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니케로 장식한 벽면” 이제는 일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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