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다. 나에게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도무지 짐작되지 않는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격실격’ 중에서
‘사양족’을 양산한 일본의 한 시대를 풍미한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의 대표작 속 주요한 문장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을까? 그의 내면을 탐색하고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할 책이 나왔다.
리텍콘텐츠(RITEC CONTENTS) 출판사는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을 펴냈다. 고전문학 번역가이자 작가인 박예진이 편집했다.
다자이 오사무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의 인생을 조망해봐야 한다. 그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가진 자로서의 죄책감을 느꼈다.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게 성장했다.
1930년, 프랑스 문학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도쿄제국대학 불문과에 입학하지만, 중퇴하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1935년 소설 ‘역행(逆行)’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35년 제1회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단편 ‘역행’이 올랐지만 차석에 그쳤고, 1936년에는 첫 단편집 ‘만년(晩年)’을 발표한다.
1947년에는 전쟁에서 패한 일본 사회의 혼란한 현실을 반영한 작품인 ‘사양(斜陽)’을 발표한다. 전후 ‘사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인기 작가가 된다. 그의 작가적 위상은 1948년에 발표된, 작가 개인의 체험을 반영한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을 통해 더욱 견고해진다.
수차례 자살 기도를 거듭했던 그의 대표작은 ‘만년(晩年)’ ‘사양(斜陽)’, ‘달려라 메로스’, ‘쓰기루’, ‘여학생’, ‘비용의 아내’ 등이다. 그는 1948년 6월 13일, 폐 질환이 악화되자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人間失格)’을 남기고 카페 여급과 함께 저수지에 몸을 던진다.
이 책의 부제는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이다. 또한 ‘무너지며 써내려간, 인간이라는 병의 기록’ 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누구보다도 인간의 나약함과 위선을 통렬하게 들여다보았다. 그 파편을 고스란히 글에 남겼다. 단순히 파멸과 허무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죽음을 향해 가면서도, 누구보다도 ‘살고자’ 했던 사람이었다. “죄인처럼 살면서도, 죽을 용기를 내지 못한 자”로서, 그는 인간 내면의 상처와 이중성, 도망과 회복, 절망과 연민을 누구보다 진실하게 그려냈다.
이 책의 의도는 이것이다. “이 책은 다자이 오사무 작품 속 문장들을 중심으로, ‘인간은 왜 흔들리는가’, ‘고독은 무엇을 남기는가’를 탐색하는 여정이다. 문장들이 전하는 고요한 질문을 통해 독자 스스로의 삶을 비추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는 것.
각 장은 전체 줄거리 및 주요 문장, 현대적 해설, 대표 문장을 필사를 통해 음미할 수 있는 필사 공간, 그리고 독자를 위한 사유의 질문으로 이루어져 읽을 때마다 다른 감정과 의미를 발견하게 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를 “자기 파괴를 통해 끝내 인간을 긍정한 작가”라고 회고했다. 문학평론가 나카노 시게하루는 “그의 글은 상처받은 영혼을 위한 가장 진실한 위로”라고 말했다. 그의 짧은 생은 비극적으로 끝났지만, 작품은 오래도록 여전히 많은 독자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행복감이라는 것은, 슬픔의 강바닥에 가라앉아 희미하게 빛나는 사금의 알갱이 같은 것이 아닐까”-다자이 오사무의 ‘사양’ 중에서
책의 챕터만 봐도 오사무의 책 속 문장이 절로 떠올릴 수 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사양 斜陽), ‘나약한 자의 삶은 누가 위로할 것인가’(인간실격 人間失格), ‘이미 저지른 일은 돌이킬 수 없다’(어쩔 수 없구나 やんぬる哉), ‘당신의 연약함은 나의 죄’(앵두 桜桃), ‘삶은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것’(여학도,女生徒), ‘무너진 이상 속에 담긴 현실’(늙은 하이델베르크, 老ハイデルベルヒ)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