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구내염인 줄 알았는데… 전신 질환 ‘베체트병’ 주의보



입안에 상처가 자주 생기고 눈이 충혈되며 시야가 흐려진다면 단순 피로나 구내염으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전신에 염증을 일으키는 만성질환 ‘베체트병’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류마티스내과 정성수 교수는 “베체트병은 신체 여러 부위에 염증을 일으키는 병으로 특히 젊은 성인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베체트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궤양과 염증이다. 입안과 성기 주변에 궤양이 생기고 눈의 염증(포도막염)과 피부 발진이 나타난다. 무릎·발목 관절 통증이나 장 염증으로 인한 복통·설사도 동반될 수 있다. 정 교수는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루푸스·크론병 등 다른 질환과도 비슷해 진단이 쉽지 않다”며 “여러 부위에서 염증이 반복된다면 전문 진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유병률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 인구 10만 명당 10~15명꼴로 보고되며, 주로 20~40대 젊은 성인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도 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유전적 소인, 면역체계의 과잉 반응, 장내 세균 불균형 등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HLA-B51’ 유전자를 가진 경우 발병 위험이 높지만, 이 요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근본적으로는 면역 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과도한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유전·면역 이상·장내 세균 불균형 주요 요인


베체트병은 합병증이 발생하면 치명적이다. 포도막염이 반복될 경우 망막혈관염으로 진행돼 황반 손상과 시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장에 궤양이 생기면 출혈이나 장 천공 위험이 커진다. 혈관 염증은 혈전(피떡)을 유발해 폐색전증이나 뇌졸중으로 진행할 수 있다. 드물게 신경계를 침범해 마비나 경련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치료는 약물치료가 중심이다. 염증을 줄이는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구강 궤양 완화제 등이 사용된다. 정 교수는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스트레스와 피로를 줄여야 한다”며 “특히 면역억제 치료 중에는 감염 예방을 위한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눈이나 장에 증상이 있으면 안과·소화기내과 협진을 통해 정기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강·장내 미생물 불균형도 베체트병 발병과 악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 교수는 “식이요법이나 프로바이오틱스·프리바이오틱스·포스트바이오틱스 같은 보조 식품을 활용해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베체트병은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환이지만,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로 증상을 조절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정기적인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관리가 환자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