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 환자에게 가장 흔히 나타나는 합병증 중 하나이자 국내 실명 원인 1위 질환이다. 문제는 이 질환이 대체로 조용하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혈당이 오래 높게 유지되면서 망막의 미세혈관이 서서히 손상되지만 초기에는 시야 변화가 거의 없어 환자가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가 뒤늦게 발견되는 일이 흔하다.
당뇨망막병증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눈앞에 작은 점이 떠다니는 비문증,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거나 직선이 휘어 보이는 변시증, 중심부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이는 이미 망막 내 혈관 손상이 상당히 진행됐다는 신호로 더 늦기 전에 진료와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질환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고혈당이다. 혈당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망막 혈관벽이 약해지고, 그 틈으로 삼출물이나 출혈이 생겨 시세포 기능이 떨어진다. 여기에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신장질환 같은 요인이 더해지면 질환 악화 속도가 더 빨라진다. 당뇨병을 앓아온 기간이 길수록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것도 특징이다.
당뇨망막병증 여부와 진행 정도는 안저 촬영, 망막단층촬영(OCT), 형광안저혈관조영술(FFA) 같은 정밀 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이 검사들을 통해 미세출혈이나 황반부종, 신생혈관 생성 여부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 계획을 세우게 된다. 초기 단계라면 관리와 관찰만으로도 진행을 늦출 수 있지만, 부종이나 출혈이 동반된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는 병의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비증식 단계에서는 혈당·혈압·지질 조절이 기본이다. 황반부종이 확인되면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anti-VEGF) 주사가 도움된다. 더원서울안과 박정현 원장은 “병이 더 진행돼 신생혈관이 자라는 증식 단계가 되면 레이저 광응고술로 비정상 혈관을 억제하고, 출혈이 심하거나 섬유화가 진행된 경우에는 유리체절제술을 시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 번 손상된 시세포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회복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예방과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뇨 환자라면 눈에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은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혈당과 혈압을 꾸준히 관리하고 금연과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생활습관 또한 시력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박정현 원장은 “당뇨망막병증은 조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방치되기 쉽지만 진행된 이후에는 시력 회복이 어렵다”며 “정기검진과 적절한 치료가 실명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만큼 당뇨 환자라면 반드시 꾸준히 안과 진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