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당뇨 합병증, 의사·환자 꾸준한 소통으로 막는다”


비만·청년·중증 당뇨병 환자 증가세

20년 넘게 대사 질환자 집중 진료

평생 관리 필요해 환자 적극성 중요


국내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이 앓는 당뇨병.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제대로 작용하지 않아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병이다. 국내 당뇨병 유병 인구만 533만 명(2022년 기준)에 이른다. 주변에 당뇨병을 앓는 사람이 흔하고 초기에 증상이 없어 ‘당뇨병=경증 질환’으로 이해하기 쉽다. 일부는 진단을 받고도 “약 먹을 정도는 아니다”라며 가볍게 넘긴다.


하지만 당뇨병은 양면성을 지녔다. 초기엔 뚜렷한 증상이 없어 방심하지만, 혈관 손상이 진행되면 신장·심장·눈·발 등 전신에 합병증을 일으킨다. 당뇨병을 전신 질환의 출발점으로 보는 이유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최성희 교수는 심혈관 문제를 동반하거나 중증도가 높고 여러 대사 질환을 복합적으로 가진 당뇨병 환자를 주로 진료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최성희 교수는 “진료 과정에서 환자와 꾸준히 소통해 신뢰를 쌓을수록 질병 관리가 원활해지고 치료 효과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분당서울대병원 최성희 교수는 “진료 과정에서 환자와 꾸준히 소통해 신뢰를 쌓을수록 질병 관리가 원활해지고 치료 효과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한국형 당뇨병의 특징은 뭔가.


“예전에는 한국형 당뇨병이라고 하면 체형이 마른 편이거나 인슐린 분비가 부족한 형태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급변했다. 대한당뇨병학회의 ‘당뇨병 팩트시트 2025’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52.4%가 비만을 동반하고 있다. 한국도 서구처럼 비만형 당뇨병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20·30대 젊은 환자, 그중에서도 남성 환자의 비만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청소년기부터 비만을 꾸준히 관리해 젊은 비만형 당뇨병 환자 비율을 줄이는 게 요즘 당뇨병 치료의 주요한 목표다.”


-노인 환자도 많지 않나.


“노인 인구가 늘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 환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요즘 65세 이상 노인 10명 가운데 3명 정도가 당뇨병을 앓고 있다. 노인 환자는 일반 성인 환자와 비교해 저혈당·고혈당 변동의 폭이 크다. 혈당이 급격히 오르거나 내려가는 양상이 흔하게 나타난다. 또 두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시에 가진 경우가 많아 여러 약물을 복용한다. 이때 저혈당이 심하게 오면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 치료 목표치를 신중하게 잡아야 한다.”


-당뇨병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극단화돼 있는 것 같다. ‘식사·운동 수칙만 잘 지키면 되는 병’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합병증이 심해져 결국 사망에 이르는 병’으로 인식해 진단받으면 덜컥 겁부터 먹는 이도 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요즘 학계에서는 당뇨병을 중증도에 따라 1~4단계로 나눠 치료적 접근을 단계별로 하는 개념을 확립하고 있다. 특히 3~4단계의 중증 환자는 환자 상태에 맞게 좀 더 체계적인 인슐린 치료나 합병증·저혈당 관리가 요구된다. 건강보험 측면에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당뇨병 치료는 평생 관리가 기본이다. 하루 세끼 식사와 운동, 약 복용, 혈당 체크 등 대부분을 환자 스스로 해야 한다. 환자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어떤 치료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결국 혈당 관리의 주체는 환자이며, 의사는 그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다. 최 교수는 의사와 환자가 질병 치료를 위해 꾸준히 소통해야 하는 협력 관계라는 사실을 진료 현장에서 가장 많이 체감한다.


-오래 인연을 맺은 환자가 많은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한 지 21년 됐다. 처음 만난 환자 대부분이 60·70대였는데 어느덧 80·90대가 됐다. 20년 동안 당뇨병 관리라는 길을 함께 걸었다는 생각에 감회가 새롭다. 그 과정에서 치료제의 종류나 용량의 변화만 있었을 뿐 심각한 합병증 없이 잘 유지·관리되고 있는 환자를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환자들도 파트너십을 느끼겠다.


“당뇨병을 비롯한 내분비계 질환은 드라마틱한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수술로 종양을 떼버리면 낫는 병과는 다르게 평생 질환을 안고 가야 한다. 그러다 보니 환자는 질환도, 의사도 친구처럼 여긴다. 상의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찾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오래 겪으니 환자들과 아주 끈끈해졌다.”


-여전히 합병증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당뇨 합병증은 당뇨병을 얼마나 오래 앓았는가, 혈당 조절이 잘 이뤄졌는가, 동반 질환을 얼마나 잘 관리했는가에 정확히 비례해 발생한다. 거꾸로 말하면 혈당 수치에 문제를 발견했을 때 좀 더 빨리 조절에 나서고 고혈압·이상지질혈증 같은 위험 인자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며 치료받을 경우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예전엔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실명한다’ ‘신장이 망가져 투석해야 한다’ ‘족부 질환이 생겨 발가락을 절단해야 한다’고 알았다. 그러나 최근 치료법의 발전으로 당뇨병을 30~40년 앓아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


희망적인 건 치료 약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최 교수 말은 과장이 아니다. 최근엔 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심혈관·신장 보호와 체중 감소, 혈압 개선 등 다중 효과를 보이는 약이 나왔다. 활기를 계속 이어가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그는 “일찍부터 약물치료를 하면 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며 “건강을 위해 매일 비타민을 챙겨 먹듯 나한테 딱 맞는 약물을 찾아 치료를 시작하면 평생 관리 측면에서 아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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