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RPG와 로그라이크는 각자 매력이 확고한 장르다. 둘 모두 본인이 가진 개성이 뚜렷하기에 이 둘을 합친 모습이 잘 상상이 가지 않기도 한다. 그런데 그 쉽지 않은 시도를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의 ‘로스트 아이돌론스: 베일 오브 더 위치’가 도전했다.
기대감을 가지고 첫 게임을 시작했는데, 처음 시도는 2번째 스테이지 보스에게 영혼까지 털려버렸다. 보스 몬스터 스펙이 너무 압도적인지라 “아니 이걸 깨라고 만든 게 맞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한 번 출정에 실패하고 난 뒤 캐릭터 승급, ‘불의 제단’과 같이 향후 모험에서 캐릭터가 지속적으로 강해질만한 요소가 추가됐다. 왜 이 게임이 로그라이크라는 점을 강조했는지 첫 번째 실패 이후에야 깨달았다.
지속적으로 도전을 했을 때 위선의 마녀는 장점과 단점이 확실한 게임이었다. 높은 완성도를 가진 전투 시스템에서 기인하는 SRPG 특유 재미는 확실하지만, 로그라이크를 내세우기엔 부족한 랜덤성과 빌드가 잘 풀렸을 때 느낄 수 있는 도파민은 적었다.
- · 장르: 로그라이크 SRPS
- · 버전: 사전 리뷰 빌드
- · 개발: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
- · 유통: 카카오게임즈
- · 출시: 2025년 10월 9일
- · 플랫폼: PC, 콘솔
■ 머리를 쥐어짜내며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 백미


베일 오브 더 위치를 즐기면서 가장 좋았던 요소는 당연히 전투였다. SRPG는 전략을 구상하고 그게 제대로 먹혀들어갔을 때 쾌감이 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위선의 마녀가 제공하는 전략과 전투는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플레이어는 모험 내내 타일과의 싸움을 하게 된다. 이동하는 칸 수, 공격 가능 범위, 적이 반격하는 거리나 유리한 위치까지 모두 내가 위치한 타일에서 결정된다. 캐릭터를 움직이는 순서부터 무슨 행동을 할지까지 구상할 수 있는 전략이 무궁무진하게 많았다. 실수를 하면 되돌리기도 가능하기에 잘 모르겠다면 일단 시도해 보고 결과를 확인해도 된다.
특히 공명석을 통해 ‘신화’ 등급 옵션을 활성화하면 캐릭터마다 일종의 필살기 개념으로 강력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각 캐릭터 콘셉트에 맞는 강력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어 이를 습득한 후 플레이 체감이 크게 바뀌기도 했다.
무턱대고 공격만 한다면 얼마 가지도 못하고 전멸할 가능성이 높다. 공격과 방어, 치료까지 적절히 활용해야 안정적으로 상황을 유지하며 모험을 완료할 수 있다. 캐릭터별로 무기도 교체할 수 있기에 전략과 판단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다가온다.
■ 로그라이크로는 아쉬운 랜덤성과 반복 요소


로그라이크는 랜덤성에 기반해서 오는 재미가 크다. 로그라이크를 즐기는 게이머들이 언급하는 핵심 재미는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랜덤 상황에서 실력으로 이득을 보는 상황이 만들어지거나, 본인이 구상하는 빌드가 매우 잘 풀려 어려웠던 스테이지가 손쉽게 깨질 때다.
위선의 마녀는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아쉬움이 남았다. 랜덤한 상황에서 실력으로 이득을 보는 상황은 나오지만, 그 랜덤 가짓수 자체가 적어 몇 판 플레이를 하면 반복 작업으로 다가온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 등장하는 다음 선택지도 종류가 적고 캐릭터 장비 강화는 단순히 공명석 등급에 나뉘기에 “내 캐릭터가 어느 방식으로 강해질까?”라는 기대감도 적은 편이다.
한 게임을 진행할 때 걸리는 시간도 매우 긴 편이다. 아무리 익숙해져도 최소 1시간은 넘어간다.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전략을 구상하고, 비슷한 선택지를 보면서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게 된다. 플레이어가 느끼는 피로감이 적은 편은 아니다.
다만 이 과정으로 인해 게임이 재미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분명 처음 할 때는 재미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게임에 익숙해지고 봤던 요소들이 계속해서 다시 등장하는 순간, 게임이 확 지루해질 가능성이 높다.
■ 실패해도 강해져서 다시, 클리어까지 유저를 붙잡을 필요가 있다


베일 오브 더 위치는 초회차에 클리어까지 이어지기 굉장히 힘든 구성이다. 아마 아무리 전략을 잘 수립해도 적 스펙에 비해 아군 스펙이 저열해서 클리어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로그라이크는 다음 도전을 위해 플레이 후 플레이어가 더욱 유리한 요소들이 해금되고는 한다. 위선의 마녀에도 캐릭터 승급이나 불의 제단처럼 다음 도전 때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상황에서 진행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이런 요소는 분명 로그라이크가 가진 필수 요소고, 플레이어가 반복되는 플레이 속에서 동기를 찾고 꾸준히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다. 그런데 반복 파밍 요소가 많은 점이 게임 진행에 발목을 잡고 있다.

앞서 말했듯 위선의 마녀는 한 게임을 할 때 플레이 시간이 긴 편이다. 쉽지 않은 게임 난도, 캐릭터 승급과 제단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재화는 턱없이 부족하고, 게임을 반복할수록 새로운 요소는 적어지니 엔딩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느끼는 피로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결국 베일 오브 더 위치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즐기는 방향에 따라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뉘는 구조다. 반복하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면 분명한 수작이지만, 지나친 반복을 싫어하고 높은 파밍 문턱에 부담감을 느낀다면 흥미를 금세 잃는다.
게임 플레이 과정은 분명 재미있지만, 재미가 아닌 파밍을 위해 스테이지를 시작하는 순간 급격히 지루해진다. 단순 플레이 타임 확보를 위해 파밍 분량을 늘리기보다는 적절한 완화를 통해 엔딩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의미 있고 보람이 느껴지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
장점
1. 훌륭한 전투 시스템 설계
2. 다양한 전략을 시도 가능함
3. 가격 대비 콘텐츠 볼륨이 풍부함
단점
1. 반복 요소가 지나치게 많음
2. 랜덤성이 부족해 선택지가 획일화됨
3. 파밍 단계가 매우 지루함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