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마피아 올드 컨트리 “뿌리로 돌아간 갱의 서사”


무엇이든 간에 시작을 들여다 볼 줄 알고, 근본을 바로 잡는 ‘원시반본(原始返本)’의 정신은 매우 중요하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왜 인기가 있었는지, 팬들이 무엇을 좋아했는지를 파악해야 장수하는 IP가 될 수 있다.

2K 마피아 시리즈의 네 번째 타이틀 ‘마피아 올드 컨트리’도 그렇다. 모든 생명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 돌아간다는 이치처럼 트렌드의 자신의 게임을 맞추는 게 아닌, 시리즈가 왜 인기를 얻었는지를 고민하고 그 뿌리를 되찾은 작품이다.

원작으로의 회귀를 표방한 타이틀로서 시리즈 전통을 계승한다. 3편에서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오픈월드 요소는 과감히 버리고, 가장 잘 했던, 그리고 팬들이 사랑했던 스토리텔링 위주의 게임으로 돌아왔다.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 요즘 나오는 게임들처럼 화려한 액션을 보여준다거나 묵직한 손맛을 느끼는 형태도 아니다. 도파민 터지는 재미를 선사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끝내주는 몰입감을 제공한다.

3편 출시 후 약 9년이 지나 출시된 마피아 시리즈의 네 번째 타이틀은 프리퀄 작품이다. 빌딩숲이 드리워진 미국 대도시에서 벗어나 마피아의 기원을 따라 시칠리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 기사는 마피아 올드 컨트리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 게임명: 마피아 올드 컨트리
  • · 장르: TPS
  • · 개발사: 행거 13
  • · 유통사: 2K
  • · 출시일: 2025년 8월 8일 
  • · 플랫폼: PC, PS5, Xbox

■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탄탄한 스토리

- 노예 광부부터 시작해 마피아 수뇌부까지 올라가는 전형적인 클리셰 스토리 
– 노예 광부부터 시작해 마피아 수뇌부까지 올라가는 전형적인 클리셰 스토리 

마피아 올드 컨트리는 ‘게임’으로 보면 자칫 지루할 수 있다. 게임을 하는 느낌보단 한편의 영화를 보는 인상이 강하다. 캐릭터를 직접 조작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콘텐츠적인 재미가 그다지 크지 않는 탓이다.

그런 만큼 게임의 스토리텔링이 매우 중요하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어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드는 동기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마피아 올드 컨트리는 상당히 잘 만든 게임이다. 

깜짝놀랄 만한 반전이나 기발한 발상은 없다. 오히려 한눈에 봐도 뒷이야기를 알 수 있을 것 같은 클리셰가 많다. 클리셰가 많다곤 하지만 익숙한 맛이 제일 무서운 법이다. 탄탄한 연출과 짜임새 덕분에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보여준다. 

마피아 올드 컨트리는 과거 이야기를 다루는 프리퀄 작품이다. 1900년대 초 이탈리아의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한다. 배경 도시는 가상의 장소인 산 첼레스트다. 사회적으로 혼란스럽고 빈부격차가 심한 시기의 범죄 세계를 무대로 삼는다.

- 토리시'와 '스파다로'라는 두 마피아 세력 간 대립 사이에 놓인 주인공  
– 토리시’와 ‘스파다로’라는 두 마피아 세력 간 대립 사이에 놓인 주인공  

스토리는 살면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흐름대로 흘러간다. ‘토리시’와 ‘스파다로’라는 두 마피아 세력 간 대립이란 구도 사이 밑바닥부터 올라오며 보스의 눈에 들기 시작하는 주인공, 그리고 보스의 딸과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까지 모든 요소들이 익숙하다.

하지만 이런 클리셰 범벅의 이야기 속에서도 주인공의 고민과 선택을 속도감 있으면서도 탄탄하게 풀어간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종국에는 어떤 결말로 끝이날지 궁금해하며 게임을 즐기게 된다. 

주인공의 조직 생활을 중심으로 충성, 배신, 가족애, 그리고 성공에 대한 야망 등 다양한 인간 관계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작중 주인공을 거두어준 보스나 조력자 루카 등의 관계가 종국에는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기대감을 형성한다. 

신규 유저들도 무리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한 요소다. 마피아 시리즈 네 번쨰 타이틀인 만큼 전 시리즈에 대한 지식이 필요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프리퀄 작품인 만큼 내용을 즐기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기존 팬들은 전 시리즈에 등장했던 조직의 기원을 알 수 있는 등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일부 있는 정도다.

- 보스의 딸과의 금단의 사랑도 진부한 소재다 
– 보스의 딸과의 금단의 사랑도 진부한 소재다 

 

■ 영화 속 장면을 직접 연기하는 듯한 콘텐츠 

- 엄폐물을 활용해 침착하게 조준 사격하는 게 필요하다 
– 엄폐물을 활용해 침착하게 조준 사격하는 게 필요하다 

앞서 게임으로서의 콘텐츠는 적다고 했지만 콘텐츠로서의 재미가 없지 않다. 몰입감 높게 매우 잘 만든 편에 속한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영화 속 한 장면을 직접 연기하는듯한 느낌을 받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오픈월드였던 3편에 비하면 그 자유도나 콘텐츠 자체의 수는 적어졌을지 몰라도 내용적으로는 더 풍부해졌다. 단순 반복형 오픈월드 콘텐츠라는 비판을 받았던 전작과 달리 압축적인 경험을 전달한다.

총격전, 추격전, 그리고 잠입까지 스토리 상황에 녹아드는 자연스러운 전개가 게임의 몰입감을 끌어올리는 향신료 같은 역할을 한다. 사운드 옵션 등 다양한 환경을 제공하며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총격전은 정확한 에임과 반응속도로 적을 처치하는 방식은 아니다. 엄폐물을 활용하고 침착하게 조준 사격하는 등 클래식 슈터에 가깝다. 패드로 플레이할 경우 원활한 정조준을 위한 에임 보정도 제공한다.

- 추격전은 한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을 선사한다 
– 추격전은 한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을 선사한다 

나무나 벽 뒤에 숨어 차분하게 적의 위치와 동선을 파악하고 적의 재장전 타이밍에 맞춰 피킹해 얼굴을 들이미는 적을 명중시켜 쓰러트리는 과정은 최근 출시되는 슈터 게임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독특한 재미를 준다.

추격전 역시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다. 잡힐듯 잡히지 않게 설계된 구조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장애물을 피해 우회하는 등 레이싱 게임을 하는 듯한 운전의 재미는 덤이다. 다만, 자동차의 주행 조작감이 좋지 못하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잠입은 말그대로 적의 눈을 피해 암살, 절도 등을 하는 미션이다. 지형지물을 잘 활용하고 타이밍을 잘 재는 게 공략의 핵심이다. 메커니즘이 여타 게임과 동일해 루즈한 감이 없지 않지만, 건수를 잡히거나 명분을 제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장치다.

시리즈 특성상 화려하고 묵직한 근접 전투는 없다. 하지만 ‘킹덤 컴’ 시리즈처럼 합을 주고 받는 듯한 인상을 준다. 나이프를 활용한 액션은 베기와 찌르기, 강타 그리고 패링과 회피 등 상성관계가 물려 수를 주고 받는 식으로 흘러간다. 가령, 강타는 패링이 불가능해 회피로 피하는 등의 조작이 필요하다.

- 잠입은 생각보다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 잠입은 생각보다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 수를 주고 받는 듯한 나이프를 이용한 근접 전투 
– 수를 주고 받는 듯한 나이프를 이용한 근접 전투 

장점

– 몰입감 뛰어난 스토리

– 고퀄리티 그래픽 

– 깔끔하고 편리한 UI

단점

– 지루한 구간 존재

– 불편한 차량 조작감

– 월드맵 등 편의성 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