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배틀필드6 “싹 털어낸 2042 오명, 되찾은 정체성”


‘배틀필드’라는 이름은 전장 그 자체를 상징한다. 수많은 병력이 뒤엉키고, 포연과 폭음 속에서 팀플레이가 맞물리며 만들어내는 전장의 긴장감이 시리즈의 정체성이다. 

하지만 전작 ‘배틀필드 2042’는 그 이름값을 지켜내지 못했다. 캠페인의 부재와 미완성된 시스템, 기술적 문제들이 이어지며 시리즈 사상 가장 냉담한 평가를 받았다. 팬들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남긴 작품이기도 했다.

신작 ‘배틀필드 6’는 그 무너진 신뢰를 되찾기 위한 복귀작이다. 대규모 전장이라는 본래의 색을 되살리면서도, 현대전의 감각과 속도를 조율한 모습이 눈에 띈다. 첫 인상은 단단하다. 오랜 시간 다듬은 사운드와 연출은 전장을 다시 생동감 있게 채워 넣었다.

직접 플레이해보면 그 변화가 뚜렷하다. 시리즈 특유의 무게감 있는 전투는 유지하되, 템포가 조금 더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전장 곳곳에서 이어지는 교전은 이전보다 자연스럽고, 반응성과 조작감이 확실히 개선된 모습이다.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하긴 어렵다. 여전히 불편한 구조와 아쉬운 부분들이 보이지만, 적어도 이번 작품은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배틀필드’가 다시금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기억해냈다고 할까.

오랜 팬에게는 낯익은 귀환이고, 새로운 플레이어에게는 시리즈의 매력을 처음으로 체감할 기회다.

  • · 게임명: 배틀필드6
  • · 장르: FPS
  • · 개발: 배틀필드 스튜디오
  • · 유통: 일렉트로닉 아츠
  • · 출시일: 2025년 10월 10일
  • · 플랫폼: PC, PS5, Xbox

■ 부활한 캠페인, 연출은 뛰어나지만 서사는 아쉽다

- 마치 외화를 보는 듯한 더빙 억양이 낯설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다.
– 마치 외화를 보는 듯한 더빙 억양이 낯설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다.

배틀필드6는 전작 ‘배틀필드 2042’에서 사라졌던 캠페인 모드가 다시 돌아왔다. 나토 해체 이후 팍스 아르마타라 불리는 거대 민간 군사 기업과의 전면전을 다룬다. 이야기는 2027년부터 2028년까지의 혼란기를 배경으로, 유럽 각국의 갈등과 세계 질서의 붕괴를 그린다.

캠페인 발표 당시 기대감은 상당했다. 전작 이후 다시 싱글플레이가 부활했다는 점 외에도, 시리즈 최초로 한국어 더빙이 예고되면서 국내 팬들의 관심이 높았다. 소위 ‘밀덕’들의 판타지를 만족시킬 수만 있다면, 캠페인과 멀티플레이를 모두 만족시킨 최고의 넘버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캠페인은 완성도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연출 자체는 훌륭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서사와 디테일이 부족하다. 

- 캠페인 연출은 훌륭하다
– 캠페인 연출은 훌륭하다

특히 스토리 전개 방식이 몰입을 방해한다. 캠페인은 인물 간 대화를 중심으로 과거의 사건을 되짚는 식으로 진행된다. 특정 인물의 회상을 따라가는 방식이라 이야기의 흐름이 단절돼 맥락을 잡기 어렵다. 사건마다 인물과 배경이 바뀌면서 전체 서사가 하나로 이어지지 않고, 감정선이 쌓이지 않는다.

또한 전체적인 스토리는 익숙한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쟁의 명분과 희생, 음모를 다루지만 새로움은 부족하고, 약 5시간 남짓한 분량임에도 전개가 단조롭게 느껴진다. 화려한 연출과 실감 나는 전장은 인상적이지만, 서사적으로는 깊이와 완성도가 아쉽다.

 

■ 타격감과 무게감을 되찾은 건 플레이

- 그냥 잘한 거 같아서 올려봄ㅎ
– 그냥 잘한 거 같아서 올려봄ㅎ

전작 ‘배틀필드 2042’를 플레이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한없이 가벼워진 건 플레이었다. 배틀필드 시리즈는 그동안 타격감 있고 무게감 있는 건 플레이를 지향해 왔지만, 배틀필드 2042는 지나치게 가벼웠다.

배틀필드6는 그동안 유저들에게 호평받았던 시리즈들의 건 플레이 경험을 계승했다. 조작감과 타격 피드백은 배틀필드5의 방향성과 유사하지만, 타격감과 무게감은 한층 더 강화됐다.

총탄이 적중할 때의 반응이 명확하고, 반동의 리듬도 손에 익게 조정돼 총기마다 특유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전작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템포 변화다. 기존의 타격감과 무게감을 유지하면서도 전투 템포가 조금 더 빨라졌다. 배틀필드5와 배틀필드2042의 중간쯤에 위치한 템포로, 무게감 있는 전투를 유지하면서도 답답하지 않은 흐름을 구현했다.

- 공병의 트레이드마크 플레이도 여전히 가능하다
– 공병의 트레이드마크 플레이도 여전히 가능하다

전투 템포가 빨라지면서 교전의 긴장감은 분명 높아졌다. 하지만 그만큼 한순간의 실수가 치명적으로 이어지고, 싸움이 순식간에 끝나는 경우가 잦다. 장거리에서는 여전히 탄 낙차를 계산해야 하지만, 근거리에서는 반응 속도가 전략보다 우선시된다.

총기 커스터마이징은 굉장히 잘 구현됐다. 각 총기마다 정해진 코스트 내에서 파츠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으며 지향 사격 안정성이나 정조준 속도, 반동 제어, 탄창 용량 등 세부 수치를 조정할 수 있다.

다만 파츠 해금 조건이 다소 제한적이라, 원하는 구성을 빠르게 시도하기 어렵다. 각 총기별 숙련도 레벨을 올려야만 새로운 파츠가 해금되는데, 무기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원하는 파츠를 모두 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여러 무기를 병행해 쓰는 유저일수록 진행 속도가 느려지고, 초반에는 커스터마이징의 재미를 온전히 느끼기 어렵다.

- 50시간 동안 M2010 ESR 숙련도를 34까지 올렸지만 아직도 해금되지 않은 파츠가 남아있다
– 50시간 동안 M2010 ESR 숙련도를 34까지 올렸지만 아직도 해금되지 않은 파츠가 남아있다

 

■ 사운드 디자인과 시각 연출로 완성된 몰입감

- 게임 내내 사운드가 플레이어를 압도한다
– 게임 내내 사운드가 플레이어를 압도한다

캠페인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멀티플레이 전장에 뛰어들면 가장 먼저 플레이어를 압도하는 건 바로 ‘사운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목인데,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귀를 즐겁게 했다.

“귀에 때려 박는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총기와 가젯뿐만 아니라 군복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둔탁한 군화발이 바닥을 두드리는 감각, 사방에서 들려오는 브리핑 등이 전장을 실감나게 만든다.

더불어 총기 발포음, 포탄이 터지는 잔향, 귀를 때리는 폭압음까지 더해져 실제 전투 현장에 서 있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배틀필드 시리즈를 통해 오랫동안 대규모 FPS 전장을 설계하며 축적해온 사운드 디자인 노하우가 드러난다.

시각적인 만족도도 굉장히 높다. 치밀하게 설계된 전장의 밀도는 허투로 채운 구역이 거의 없고, 구석구석 디테일이 살아있다. 동시에 사방에서 쏟아지는 포탄에 건물 외벽이나 차량이 파괴되며, 그 순간순간의 변화가 화면을 더욱 역동적으로 만든다.

 

■ 전작의 오명을 지우고 돌아온 수작


배틀필드 시리즈를 오래 플레이해 온 팬의 시선에서 보면, 배틀필드6는 충분히 수작이라 할 만하다. ‘2042’가 남긴 오명을 지우고, 시리즈 특유의 전장 감각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특히 멀티플레이에서 느껴지는 건 플레이와 사운드 디자인은 최근 FPS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최적화 역시 인상적이다. 전작 출시 당시 불만이 많았던 프레임 저하나 서버 불안정 문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다양한 GPU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준다.

물론 캠페인은 다소 아쉬운 편이지만, 평가를 크게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다. 애초에 배틀필드의 핵심은 멀티플레이에 있고, 이번 작품은 그 본질을 충실히 살렸다.

다만 총기 파츠 해금 구조는 개선이 필요하다. FPS 팬들에게 총기 세팅은 핵심 동기 부여 요소인데, 해금 속도가 느리면 그 재미가 반감된다. 특정 총기의 해금 방식도 문제다. 일부 무기는 ‘챌린지’ 과제를 완수해야 사용할 수 있는데, 그 난이도가 현실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정찰병 챌린지 중 하나인 ‘데드아이’는 저격소총으로 200m 이상 거리에서 헤드샷 150회를 달성해야 하는 조건인데, 일반 유저가 소화하기에는 지나치게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틀필드6는 전작의 문제를 대부분 해소하며, 시리즈의 정체성을 되찾은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규모 전장의 박진감과 팀플레이의 재미를 다시금 증명해낸 점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복귀다.

장점

· 시리즈의 장점을 계승한 건 플레이

· 뛰어난 사운드 디자인

· 훌륭한 최적화

단점

· 몰입감 떨어지는 캠페인

· 과도하게 까다로운 총기 파츠 해금 조건

· 소화하기 어려운 챌린지 과제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쉽고 정확하게 전하는 생활정보 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