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통의 맛집. 건담, 마징가Z, 코드기어스 등 가슴 설레게 하는 로봇들이 총출동하는 로망 가득한 게임 시리즈 슈퍼로봇대전의 신작 ‘슈퍼로봇대전 Y(이하 슈로대 Y)’가 출시됐다. 각기 다른 세계관이 하나로 뭉쳐 독자적인 이야기가 펼쳐친다.
하지만 슈로대 Y 이전 최신작이자 시리즈 30주년 기념작 ‘슈퍼로봇대전 30’은 팬들에게 큰 걱정거리를 남겼다. 대미지 인플레이션, 서사의 산만함, 그리고 이질적인 아트워크 등으로 혹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작에 대한 실망감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슈로대 Y 초반 저퀄리티 트레일러와 핵심 개발자 ‘테라다 타카토부의 이탈 등으로 팬들의 불안감은 한층 고조됐다. 실망스러운 비주얼들은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슈로대 Y가 출시됐다. 8만 원에 달하는 거금을 주고 구매할 만한 게임이 나왔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려와 달리 꽤 할만하다. 시리즈 입문작으로도 손색이 없는 정도다. 다만, 호불호에 따라 8만원이 아깝게 느껴질 가능성은 있다.
- · 게임명: 슈퍼로봇대전 Y
- · 장르 : SRPG
- · 개발사 : 반다이 남코
- · 유통사 : 반다이 남코
- · 출시일 : 2025년 8월 28일
- · 플랫폼 : PC / PS5/ NS
■ 메카물계 ‘어벤저스’, 아쉬움은 있어도 여전히 매력적

슈로대 Y의 구조는 이전 시리즈와 동일하다. 기본적으로 스토리를 따라 진행되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한다. 미션을 하는 와중 발생하는 전투는 턴제 전투 방식이다. 무엇보다 수많은 로봇 판권물의 크로스오버는 시리즈의 대체 불가 요소다. 메카물계 ‘어벤저스’다.
어릴적부터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즐겨왔던 다양한 메카 IP를 하나의 게임 안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게 게임의 가장 큰 즐거움인 셈이다. 슈로대 Y는 오리지널 전함 기동요새도시 ‘에어던트’를 물려받은 소녀 ‘에치카 Y 프랑버넷’과 호위 임무를 맡은 특수전투원 주인공 ‘츠키노와 크로스/츠키노와 포르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오랜 세월 시리즈가 지속됨에 따라 아쉬움을 드러내는 팬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메카 인플레이션은 물론이고 언제나 비슷하게 반복되는 게임 구조는 플레이어 입장에서 슬슬 물리기 시작한 탓이다. 더욱이 슈로대 Y는 중간에 시리즈 핵심 프로듀서가 이탈했고, 설상가상으로 공개됐던 트레일러는 저열한 퀄리티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기자 역시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첫인상은 그다지 좋진 않았다. 인터페이스는 올드해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연출이나 해상도가 아쉬웠다. 아쉬움은 있지만, 혹평을 내리기엔 장점 하나의 영향력이 너무나도 지대했다. 바로 시나리오다.
다양한 IP의 세계관이 하나의 게임 안에 모여있지만 슈로대 Y는 각각의 세계관을 하나로 잘 녹여냈다. 아울러 설정도 충실하고, 과한 세계관 설명도 없어 빠른 전개로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세계관 존중, 물흐르는듯한 인과관계 덕분에 완성도 높은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다양한 이야기가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비선형 챕터 구조이지만 메인, 사이드, 그리고 이벤트 등 미션의 성격별로 정리해 놓은 차트 덕분에 그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도 훌륭하다. 플레이어는 덕분에 여러 분기의 이야기를 감상하면서도 각각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
무엇보다 각 IP 팬들의 소위 ‘뽕’ 차오르게 만드는 팬 서비스는 그야말로 게임의 백미다. 가령, ‘건담W’ 30주년을 맞은 만큼 연출과 이야기에 ‘혼’을 갈아넣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수준이다. 건담W는 기자의 세대 만화가 아니다. 하지만 슈로대 Y에서 새로이 참전한 2022년 방영된 ‘수성의 마녀’ 주인공과 협력하는 장면은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을 느끼게 만들었다.

■ 올드비와 뉴비 모두 즐거운 진보된 시스템

슈로대 Y는 일관된 난도를 보여준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무기 개조 시 공격력 증가치나 기력 증가치가 감소하는 등 보상 체계 개편의 영향이다. 덕분에 스펙빨로 밀어버리는 플레이가 크게 줄었다.
여기에 더해 미션 클리어 시 입수하는 MXP를 소비해 다양한 효과를 획득하는 STG 메모리 시스템으로 다양한 플레이 양상을 형성하고 변수 컨트롤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턴제 게임 특유의 전략적의 재미를 장기간 즐길 수 있다.
슈로대 Y에서 새롭게 추가된 ‘어시스트 링크’ 시스템도 호평 요소 중 하나다. 캐릭터의 활용폭을 늘려주면서도 넉넉한 팬 서비스도 제공한다. 각 작품의 히로인이나 조연 캐릭터가 ‘어시스트 크루’로 등장해 지원하는 기능이다.
어시스트 게이지가 있고, 적을 격추해 이를 쌓을 수 있다. 플레이어는 쌓인 어시스트 게이지를 소모해 체력 및 에너지 회복, 공격력 상승, 그리고 방어 필드 전개 등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다양한 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난도 설정 역시 캐주얼, 노멀, 하드, 엑스퍼트 총 4단계로 세분화된다. 하드 이상부터 파일럿 육성 비용이 증가하고, 적 격파 시 팀 사기 게이지 상승하던 시스템이 삭제된다. 추가로 턴 제한 보너스라는 보상 체계를 추가해 도전 의식을 자극한다.
아울러 플레이어가 계속 플레이하게 만드는 동기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새로운 기체 해금이나 각성, 그리고 성장에 필요한 각종 재화 등을 보상으로 제공한다. 구간마다 뚜렷한 목표를 제시해 게임 전반적으로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전반적으로 낡은 디자인은 불호의 영역에 가깝다. 하지만 전작의 플레이 감각은 유지하되 그동안 지적된 불편요소들을 개선해 더 나은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고, 새로운 재미를 가미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결과적으로 슈로대 Y는 아쉬움도 명확하지만 턴제 게임이나 메카물을 좋아하는 유저에게는 재미적인 요소가 더 크다. 시리즈 팬은 개선점도 뚜렷하고 즐거움은 그대로, 새로운 유저 역시 슈로대 시리즈 세계관을 보다 쉽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장점
1. 짜임새 있는 크로스 오버 스토리
2. 전략의 다양성을 즐길 수 있는 전투 시스템
3.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활용법
단점
1. 8만원 게임임에도 FHD 해상도만 지원
2. 전작의 연출을 재활용한 요소가 많음
3. 올드하고 난해한 UX/U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