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게임 패드 던질 뻔하고 입에서 욕이 나와도 어느새 30시간 넘게 붙들고 있는 마성의 게임”
팀 체리 ‘할로우 나이트’는 메트로배니아 입문 작품을 고려한다면 항상 추천 목록에 들어가는 명작 중 하나다.
소문만 무성했던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이하 실크송)’이 7년 만에 출시되고 모든 플랫폼이 마비된 순간은 그간 게이머들이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자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할로우 나이트를 워낙 재미있게 즐겼기에 실크송 출시 소식으로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이번엔 또 어떤 탐험이 기다릴까”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정신없이 게임을 즐기다 보니 플레이 타임은 이미 30시간을 훌쩍 넘겼다. 이만한 플레이 타임을 쏟았지만 아직 게임에 남은 요소들이 한가득이다. 2만 1500원도 요즘 시장에서 믿기 어려운 가격인데 볼륨까지 상상 이상이다.
물론 실크송이 완벽한 게임이라고 말할 순 없다. 플레이하다 보면 악랄한 맵 디자인과 기믹, 백스텝을 상시로 쓰는 잡몹들이 분노를 유발케 한다. 특히 플랫포밍은 입에서 육두문자가 나올 정도로 분노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악착같이 버티며 통과하면 어느샌가 팔룸의 세계를 정신없이 탐사하고 있다. 불쾌한 순간도 많지만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순수 재미’가 매우 높다.
전작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묻는다면 스토리적으로, 숙련도적으로 반드시 즐기고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 취향에 맞는다면 실크송은 당신의 시간을 한없이 빼앗을 것이다.
- · 게임명 :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
- · 장르: 메트로배니아
- · 개발사 : 팀 체리
- · 유통사 : 팀 체리
- · 출시일 : 2025년 9월 4일
- · 플랫폼 : PC, Xbox, NS, PS
■ 수려한 아트, 맛있는 전투 시스템


처음 게임을 시작하고 짧은 컷신 후 ‘제 1장: 팔룸’이라는 강렬한 도입부가 재생된다. 이후 맵을 탐사하기 시작하면 실크송의 고유한 아트 스타일이 눈에 들어온다. 특색이 확실하고 아기자기하면서도 웅장하게 보이는 신비한 매력이 있다.
아트에 관련한 요소는 흠잡을 요소가 없다. 반드시 고퀄리티 그래픽이 아니더라도 게임 분위기에 맞는 아트 스타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전작에 비해서 애니메이션 프레임도 부드러워졌고, 그래픽도 훨씬 깔끔해졌다.
플레이어가 활동하는 주 무대인 ‘팔룸’은 말 그대로 광활한 스케일을 보여줬다. 이 넓은 맵에서 겹치는 콘셉트 하나 없이 맵마다 독자적인 분위기를 선보이니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새롭다는 감상을 받았다.
전투 스타일도 직관적이다. 적을 공격하면 ‘실크’라는 자원을 쌓을 수 있다. 이 실크를 소모해 회복을 하거나, 강력한 기술을 사용하며 적들을 격파하면 된다. “잘 피하고 잘 때리면 된다”라는 직관적인 전투 방식이다.
주인공인 ‘호넷’이 사용하는 공격 모션은 ‘문장’이라는 시스템으로 패턴에 변화를 줄 수 있다. 각 문양마다 장점과 단점, 특징이 명확하기에 탐험 도중 새로운 문장을 얻었다면 이를 활용해 보는 방식도 나쁘지 않았다.
직관적인 공격 방식과 타격감이 좋은 기술들, 체력이 부족할 때 회복을 시전하는 그 긴장감은 말 그대로 “전투하는 재미”가 훌륭했다.
■ 악랄한 필드 디자인과 보상 설계 “어려운 게 아니라 불쾌하다”


실크송을 즐기면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악랄한 필드 난도와 보상 설계였다. 어렵다고 느껴지면 극복했을 때 쾌감이 좋지만 불쾌함이 되는 순간 넘어갔을 때 쾌감보다는 트라이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더 크기 마련이다.
앞서 말했듯 실크송은 전투가 분명 맛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보스전’에 해당하는 평가다. 잡몹만 쏟아져 나오는 아레나 형식 보스전, 필드에 쏟아져 나오는 백스텝을 상시로 사용하는 공중 몬스터들, 지나친 피로감을 유발하는 필드 기믹들까지 합쳐지면 특정 지역을 탐사하는 과정 자체가 크나큰 스트레스가 된다.
특히 ‘담즙의 늪’ 지역은 불쾌감이 제일 심했던 지역이다. 악랄한 구더기 디버프, 피곤한 필드 기믹들과 악랄한 휴식 위치까지 모든 요소에서 혹평을 들어도 마땅한 지역이다.
메트로배니아 특성상 탐험에 대한 보상이 확실할수록 플레이어가 얻는 만족감도 커진다. 그런데 실크송은 이런 보상 설계가 매우 아쉬운 편이다. 애써 휴식 장소나 빠른 이동을 발견해도 탐사하면서 모은 ‘묵주’를 지불해야 해금을 할 수 있다.
대부분 보스는 처치하면 보상을 주지 않고 그저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는 관문일 뿐이다. 맵 규모는 정말 광활하고 넓지만 열심히 돌아다녔을 때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만족감이 적다. ‘가면 조각’이나 ‘실타래 조각’, ‘벼룩 구출’과 같은 요소가 필드 곳곳에 숨겨져 있지만 정말 쉽지 않은 위치들에 숨겨져 있다.
이런 요소들을 하나하나 싹 핥아먹는 것이 메트로배니아의 재미지만 그 탐사 과정 자체가 즐겁지 않고 피곤하게 다가온다면 이는 분명한 문제다. 최소한 그 지역의 마무리를 담당하는 보스 근처에는 의자가 가깝거나, 공중 몬스터들이 백스텝을 사용하는 빈도가 적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 완벽하지는 않아도, 취향에 맞는다면 적극 추천


상술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실크송은 분명 재미가 확실한 게임이다. 분명 여러 지역을 탐사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많았고, 악랄한 난도에 진절머리가 난 적도 많았지만 결국 모두 극복하고 다음 여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실크송은 분명 완벽한 게임이 아니다. 그러나 “2만 1500원의 가치를 해?”라고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게임 난도가 절대 낮지는 않다. 게임이 친절한 편도 아니다. 그래도 계속 플레이를 하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이 존재한다.
분명 이 지역에서는 모든 탐험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진행을 더 한 뒤 여러 스킬들을 해금하고 돌아오면 또 새로운 요소가 등장한다.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양파처럼 새로운 탐험 요소들이 계속해서 플레이어들을 기다린다.
기자는 곧 진 엔딩에 다다르는 진도까지 도착했다. 이 과정에서 게임을 플레이 한 감상을 돌아보면 그 시간이 절대 무의미하지는 않았다. 꺾일 것 같은 순간에도 “한 번만 더”라는 도전 정신이 떠오르며 결국 클리어까지 이어졌다.
첫 노말 엔딩까지는 15시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고, 진엔딩까지 향하는 과정은 아직까지도 진행 중이다. 이 시점에 이미 플레이 타임이 30시간이 넘었으니 게임을 계속하게 만드는 매력은 충분했다.
개인적으로는 게임이 조금 더 친절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나치게 악랄한 필드 탐험 요소만 조금 완화한다면 훨씬 즐겁게 즐길 수 있을 요소가 많다. 7년이라는 기다림에 완벽히 부합하는 ‘갓겜’은 아니지만 메트로배니아를 기다려 온 게이머라면 분명 흠뻑 빠져서 즐길 수 있다.
장점
1. 수려한 아트 디자인
2. 맛있는 전투 시스템과 보스전 그리고 성취감
3. 2만 1500원 가격 대비 풍성한 게임 볼륨
단점
1. 지나친 피로감 유발
2. 불쾌감 느낄 만한 함정 요소 다수
3. 탐험, 보스 처치 관련 보상 설계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