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 빌딩과 로그라이크는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장르다. 장르끼리 궁합이 상당히 좋기에 많은 팬층이 존재하기도 한다. 아는 사람은 아는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지녔다.
스마일게이트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이하 카제나)’ 또한 덱 빌딩과 로그라이크라는 장르를 잘 버무렸다. 다양한 랜덤 이벤트, 덱이 잘 풀렸을 때 쾌감이 매우 훌륭하다. 캐릭터가 사용할 수 있는 빌드와 조합 가짓수도 무궁무진하다.
여기에 눈이 즐거워지는 인게임 연츨도 만족감을 더해준다. 캐릭터마다 핵심 카드나 필살기를 사용할 때 나오는 라이브 2D 애니메이션은 상당히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재밌는 게임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아쉬운 점 몇 개가 눈에 밟힌다. 서브컬처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가 가진 매력이 기대에 못미친 탓이다. 스토리 라인이 좋은 게임들은 그 하나만으로도 게이머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지만, 카제나는 살짝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서비스 초기임을 감안하면 아직 개선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있다. 게임의 핵심인 게임성은 나쁘지 않다. 더 좋은 게임이 되기 위해 다른 요소들을 고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 게임명: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개발: 슈퍼크리에이티브
 
 출시일: 2025년 10월 22일
- 장르: 로그라이트 RPG
 
 유통: 스마일게이트
 
 플랫폼: PC, 모바일
■ 전략이 중요한 덱 빌딩 시스템의 전략적 재미 확실하다
 
 
카제나의 콘텐츠 핵심을 담당하는 ‘덱 빌딩’에 대한 만족감을 살펴보면 상당히 훌륭하다. 캐릭터마다 보유한 기본 카드 외에 ‘고유 카드’는 ‘카오스’ 콘텐츠를 통해 모험을 하면서 직접 획득해야 한다.
이 카오스에서 다양한 변수를 마주하고 내가 원하는 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핵심 재미다. 고유 카드에는 ‘번뜩임’이라는 요소로 카드를 추가 강화할 수 있는데, 이게 묘미가 있다.
빌드마다 알맞은 번뜩임이 있어 덱 방향성을 정할 때도 좋고, 가짓수도 많기에 고민하는 과정에서 재미가 분명하다. 번뜩임으로 얻는 변화는 추가 드로우 및 행동 포인트, 각종 버프나 디버프 부여 등 용도 자체를 바꾸는 변화를 제공한다.
단순히 덱 빌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완성한 덱은 ‘세이브 데이터’라는 시스템으로 저장되고 언제든지 엔드 콘텐츠인 ‘초공간의 유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 아무리 만족스러운 덱이라도 활용할 만한 콘텐츠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를 플레이어의 최종 목표인 엔드 콘텐츠에서 활용할 수 있으니 콘텐츠 짜임새는 매우 합리적이다. 단순히 캐릭터 성장뿐만 아니라 기존 캐릭터의 전략적인 활용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카제나가 가진 콘텐츠의 매력은 뚜렷하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사이클이 완성됐다. 플레이어 레벨이 오르면 스토리 진행, 주기적으로 열리는 이벤트 임무, 게임 핵심 매력을 꾸준히 즐길 수 있는 카오스, 이를 활용하는 엔드 콘텐츠로 마무리하는 구조다.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가장 좋았던 점은 권장 스펙에서 부족하거나 게임이 잘 안 풀린 상황에서도 플레이어 판단에 따라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점이다. 일단 카드 게임이다 보니 흔히들 말하는 ‘순서’가 굉장히 중요하고 정해진 행동 포인트 내에서 할 수 있는 움직임은 정해져 있다.
플레이어가 덱 운용에 익숙해질수록 사고가 나는 비율이 줄어들고 수월하게 몬스터를 격파할 수 있다. 랜덤한 이벤트들은 모두 통제할 수는 없다. 그런 점이 로그라이크의 묘미기도 하다. 계속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실시간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다양한 선택지에서 판단을 내리는 재미가 확실하다.
■ 비문학 카드 게임은 게임성을 반감시키기 마련이다
 
덱 빌딩 게임에 중요한 점은 효과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흔히들 카드 게임에서 ‘비문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이해가 어려울 때 언급한다. 카제나는 비문학까지는 아니지만 이해가 어려운 텍스트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뽑을 카드’라는 명칭이 있다. 흔히들 카드 게임에서 ‘덱’이라고 부르는 요소인데, 카제나는 뽑을 카드라는 단어로 통칭했다. 게임을 즐기는 지인들에게 물어봤을 때 이 단어가 “다음에 뽑을 카드”인지 아니면 내가 뽑을 카드 전체를 통칭하는지” 갑론을박이 오갔다. 정답은 후자였다.
인게임 설명도 보완이 필요하다. 초보자 가이드 개념으로 도움말을 제공하지만, 개념만 대강적으로 설명할 뿐 상세한 내용은 알려주지 않는다. 세이브 데이터 가치에 따라 한도 포인트가 정해져 있거나, 완성된 덱에 포함된 카드 일부가 변환 과정에서 오염되거나 제거되는 등 설명은 알 수 없었다.
‘에테르’를 소모하는 성장 재화 획득 콘텐츠에서 ‘스킵’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 점이 아쉽기도 하다. 편의성 요소들이 하나하나 모여 게임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데, 그런 면에서는 부족한 모습이다.
■ 서브컬처 핵심 매력인 스토리는 보강이 필요하다
 
 
카제나의 게임 구성을 봤을 때 서브컬처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캐릭터와의 유대감을 강조, 스토리를 메인 요소로 어필하는 등 전반적인 특징이 명확하다. 그런데 서브컬처에서 핵심으로 내세울 스토리 매력이 기대보다는 빈약하다.
스토리에서 본 가장 큰 문제점은 플레이어인 주인공이 사실상 병풍과 다름이 없다는 점이다. 이야기의 흐름은 플레이어인 함장의 존재가 없더라도 성립이 가능할 정도로 의존도가 낮은 게 원인이다.
주인공 의존도가 높아야만 좋은 스토리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주인공 의존도가 낮으면 등장인물들이 믿음직스럽거나, 의존도가 높으면 그만큼 든든한 위치나 대체 불가능할 정도로 핵심적인 인물임이 묘사될 필요가 있는데, 그런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4장 스토리는 개선이 필요해보였다. 최고 책임자인 ‘함장’이 부하 직원의 실수로 배가 창에 꿰뚫리는 중상을 당했다. 상황이 해결되자마자 함장은 안중에도 없고 원래 목표였던 ‘고서’를 찾고, 실수를 한 부하 직원을 걱정하고 있다.
주인공이자 플레이어인 함장의 상태는 그 누구도 걱정하지 않는 탓에 스토리에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이 적으니 자연스럽게 각 캐릭터들의 개성만 뚜렷할 뿐 애정이 생기긴 어려웠다.
 
장점
ㆍ뛰어난 카드 애니메이션 연출
ㆍ고점을 깎는 재미 확실
ㆍ번뜩임을 통한 무궁무진한 빌드
단점
ㆍ매력이 없는 스토리
ㆍ불친절한 게임 가이드
ㆍ부족한 편의성 기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