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에서의 반복 플레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는 플레이 타임과도 직결되면서도 만족스러운 ‘돈값’과 연관이 있다. 하지만 단순 반복 플레이는 플레이어들에게 좋지 못한 경험을 제공한다. 어떤 방식으로 설계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반복 플레이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들을 고려해야 할까.
14일 부산시,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그리고 부산 BIC 조직위원회는 부산 그랜드 조선 호텔에서 ‘부산 인디 웨이브 컨퍼런스(BIWC)’를 개최했다. 다양한 강연이 마련된 가운데, 펭고너츠 ‘스타 베이더스’의 게임 디자이너 에디 카이가 ‘반복플레이를 위한 게임 디자인 설계’라는 주제로 마이크를 쥐었다.
스타 베이더스는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 등급을 받은 로그라이크 덱빌딩 게임이다. 캐릭터마다의 개성도 뚜렷하고, 새로운 빌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매우 재밌는 게임 경험을 제공한다. 몬스터와 보스 설계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에디 카이 게임 디자이너는 게임 플레이의 반복성을 설명하기 위해 ‘슬레이 더 스파이어’, ‘하데스’ 등의 로그라이크 장르의 게임을 예시로 들었다. 에디 카이 디자이너는 반복 플레이는 게임의 지속성을 부여하고, 경험의 다양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명확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일한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다시 하고 싶다는 ‘내적 동기’, 그리고 보상을 얻고 싶은 ‘외적 동기’다. 에디 카이 디자이너는 “둘 다 좋은 동기지만 더욱 강력한 동기를 제공하는 건 내적 동기”라고 강조했다. 외적 동기는 게임 자체가 질려버리거나, 보상 자체가 고갈되는 등의 위험이 있는 탓이다. 반대로 내적 동기는 언제든 돌아와 게임을 즐기게끔 만든다.

■ 내적 동기 : 유저 스스로가 반복 플레이를 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기

내적 동기의 예시로 하데스를 예시로 들었다. 하데스는 매우 어렵지만 반복 플레이를 통해 실력과 캐릭터가 성장함으로서 꾸준히 내적 동기를 제공한다. 꾸준한 플레이를 통해 최종 보스까지 도전하게끔 만든다. 만족할 만한 단계에 이르면 만족감을 선사한다. 스포츠 훈련과 비슷하다.
다양한 트라이를 제공해 유저에게 동기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업적, 난이도, 그리고 다양한 모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는 실력 수준에 관계없이 끊임 없이 게임에 도전을 하게 만든다.
두 번째 포인트는 ‘호기심’이다. 새로운 빌드나 콤보 등을 발견하는 재미다. 에디 카이 디자이너는 “콘텐츠 자체도 중요하지만 게임의 메카닉도 중요하다”며 “빌드나 콤보, 시너지 등을 만들기 위해서는 꼼꼼한 설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모든 경험을 하나에서 할 수 없다”고 말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슬레이 더 스파이어처럼 하나의 런(Run) 안에서도 다양한 경로를 선택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여러 경로 중 하나를 고르기 때문에 다음 플레이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경로를 고르게끔 만드는 것이다. 선택지를 여러 개 줄수록 플레이어로 하여금 스스로 선택한다는 기분을 선사한다. 무작위 이벤트 등의 예상치 못한 요소들도 중요하다. 이 역시 새로움의 영역으로 예상할 수 없다는 점에서 플레이어의 흥미를 자극한다.
정체성도 중요한 대목이다. 하나의 런이 기억의 남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나의 빌드를 통해 특정한 경험을 갖을 수 있도록 만든다던가, 보스와 특정한 방식으로 인터렉션하는 등 플레이어로 하여금 기억할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다음 런에서는 다른 방법을 시도하게끔 만드는 것도 반복 플레이의 동기를 제공한다. 가령, 첫 번쨰 런에서 화염 마법 빌드를 골랐다면 두 번쨰 런에서는 얼음 마법 빌드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처음부터 모든 요소를 주기보단 랜덤성을 부여해 만들어 가는 재미도 주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빌드를 조금씩 완성해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랜덤성은 각각의 런의 정체성을 부여한다.
반대로 게임 플레이 외에는 노력을 들이지 않도록 좋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수학적 개념이나 복잡한 메커니즘은 게임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 에디 카이 디자이너는 “적절한 메커니즘을 설정하는 게 게임의 안정감을 부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외적 동기 : 내적 동기에 더욱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는 향신료

다음은 외적 동기에 대해 설명했다. 게임에는 반복 플레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보상 체계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요소가 ‘메타 성장’이다. 캐릭터 자체가 성장한다던가, 장비가 강력해지는 등 수많은 게임들이 각각의 메타 성장을 갖고 있다.
메타 성장의 첫 번째 요소는 ‘파워 메타’다.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투력 자체가 늘어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다. 다만, 어떻게 설정하냐에 따라 난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캐릭터가 강해짐에 따라 점점 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 파워에 플레이가 집중되니 지루하게 될 수 있다. 플레이도 획일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두 번쨰 요소로 ‘튜토리얼 메타도 있다. 쉽게 말하면 해금 방식이다. 게임 메커니즘을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방식이다. 시간을 두고 하나씩 잠금 해제하며 보상을 얻게 된다. 점진적인 성장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다음은 ‘수평 메타’다. 게임의 난도를 바꾸지 않으면서 플레이어에게 동기를 제공한다. 새로운 캐릭터나 장소, 그리고 난도 등 캐릭터 파워를 올리기 보단 다양성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마지막 ‘어센션 메타’는 한번 게임을 클리어한 뒤에 점점 난도가 높아지는 방식이다. 매번 플레이를 할 떄마다 점점 어려워지고, 그에 따라 더욱 강력한 보상을 얻게 만든다. 모든 메타의 목표는 유저 스스로 원해서 게임을 즐기게 만드는 것이다.
에디 카이 디자이너는 “모든 게임이 필요하진 않다”라고 밝혔다. 개발자는 본인들의 게임에서 이런 포인트를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재밌는 게임이어도 계속 반복하다보면 질리기 마련이다. 반복플레이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장르일수도 있다.
궁긍적으로 게임의 엔드 포인트를 제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만족스럽게 즐기고, 각자의 엔드 포인트를 찍고 떠날 수 있게 하는 것도 매우 필요한 기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