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 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전이가 없는 갑상샘암 초기로 진단받은 30대 초반 여성입니다. 건강검진에서 갑상샘 결절이 발견돼 추가 검사했는데 암으로 확진받았습니다. 특별한 증상은 없고 가끔 침을 삼킬 때 불편감이 있는 정도였습니다. 초기라 수술하면 별 문제 없이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암이니 수술은 해야겠지만 아무래도 목 부위라 흉터가 걱정입니다. 이모가 20여 년 전에 갑상샘암으로 수술을 하셨는데 생각보다 흉터가 크더라고요. 업무상 외부 미팅이 잦은 편인데 왜 목에 상처가 있냐는 질문을 들을 것을 생각하니 그 자체가 스트레스입니다. 갑상샘암 초기에 발견한 건 정말 다행이지만, 흉터없이 수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김석모 교수의 조언
갑상샘에 혹이 생긴 상태인 갑상샘 결절의 5~15%는 갑상샘암으로 진단됩니다. 갑상샘암은 양성 결절과 달리 크기가 커지면서 주변 조직을 침범하면서 림프절 전이, 원격 전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갑상샘암은 무증상이 대부분입니다. 암덩어리가 커지면서 목소리가 변하거나 식사할 때 음식을 삼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갑상샘암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입니다. 암 유병자 10명중 2명(21.4%)는 갑상샘암입니다.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더 흔한 것이 특징입니다. 예후는 비교적 좋은 편입니다. 5년 관찰 생존율이 남녀 전체에서 98.5%로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이 높습니다. 그래서 10년 생존율을 기준으로 삼기도 합니다. 특히 치료 예후가 가장 좋은 분화암은 1기 생존율이 99%입니다. 다만 병기가 진행된 경우엔 생존율이 낮아지니 적극적 치료가 중요합니다.

갑상샘암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수술입니다. 절제 범위는 암의 종류, 크기, 환자의 나이, 병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합니다. 절제 범위에 띠라 갑상샘 좌우 양엽과 그 사이 협부 등 조직을 전부 제거하는 전절제술과 암이 침밤한 한쪽만 제거하는 반절제술로 구분합니다.
최근의 갑상샘암 수술은 최소 침습적 접근으로 암 병변만 정밀하게 제거하는 다빈치 로봇 수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다빈치 로봇 수술은 의사가 조종석(콘솔)에 앉아 10배 이상 확대된 3D 고해상도 이미지를 보면서 로봇팔을 조종해 수술하는 최신의 치료법입니다.
특히 기존 내시경을 활용한 절개 수술에서는 불가능한 다양한 각도로 조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부갑상샘, 혈관, 신경 등 해부학적 주요 구조물은 보존하면서 암 병변만 정밀하게 제거하는 정교한 수술이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출혈 위험을 줄이면서 성대 신경 손상으로 인한 목소리 변화, 부갑상샘 기능 저하로 인한 저칼슘혈증 같은 합병증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수술 후 수혈 가능성을 줄여줘 회복도 빠릅니다.
미용적 측면에서 다빈치 로봇수술의 강점은 돋보입니다. 갑상샘암 분야에서 다빈치 로봇수술은 특히 목이 아닌 겨드랑이나 유방, 구강 등으로 접근해 수술하면서 목에 흉터가 남지 않습니다.
특히 얇은 로봇 팔로 아랫 입술 안쪽 부위에 1㎝ 크기로 3곳을 절개하는 방식의 경구로봇절제술(TORT·Trans-Oral Robotic Thyroidectomy)은 육안으로 보이는 바깥 피부 절개선이 없고 상대적으로 유착이 덜 생깁니다. 또 부갑상샘, 후두신경을 보존하면서 갑상샘암 병변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또 입 안쪽은 혈류가 풍부하고 습윤해 상처가 금방 낫습니다. 경구로봇절제술로 갑상샘암을 수술해도 당일 식사가 가능합니다. 다만 입 주변 신경 자극으로 일시적인 입술 감각 저하, 저림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부분 1~3개월 이내 회복됩니다.
갑상샘암 투병 사실을 밝힌 배우 진태현처럼 남성 갑상샘암 환자의 경우에도 경구 로봇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종양 크기가 지나치게 크거나 광검위한 림프절 전이, 진행성 암에서는 구강을 통한 접근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갑상샘암은 비교적 치료가 잘 되고 완치율이 높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래도 암인만큼 재발·전이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갑상샘암의 10년 재발률은 10~30%정도로 알려졌습니다. 수술 후에도 초음파 검사 등을 정기적으로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추적관찰하길 권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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