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콤 ‘몬스터 헌터 와일즈’에서 11년 만에 ‘고그마지오스’가 화려하게 복귀했다. 오랜만에 등장한 고그마지오는 몬스터 헌터 4G에서의 최종 보스 위엄을 과시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업데이트 분량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고그마지오스 전투는 몬스터 헌터 와일즈 최초로 8인 입장이다. 물론 실제 플레이어 4인은 아니다. 플레이어는 최대 4인, 플레이어 인원수와 관계 없이 서포트 헌터 4명이 함께 전투를 진행해 최대 8인이다.
캡콤이 ‘오메가’의 악명 높은 난도로 괴롭혔던 만큼 고그마지오스도 걱정이 들었다. 직접 해보니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오메가 때문에 유저 실력이 상향 평준화된 것인지 수월하게 격퇴할 수 있었다. 최종 보스라고 하기엔 심심했다.
고그마지오의 퀄리티는 만족스러웠다. 화려한 연출, 거대한 덩치에서 오는 위압감, 수렵 후반부 나오는 ‘영웅의 증표’ BGM까지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문제는 전투 패턴이다. 후반부 페이즈에서는 슬링어 발사 위주로 전환된다. 무기로 육탄전을 펼치지 않고, 패턴을 주고 받으며 싸우지도 않는다. 바닥에 떨어진 슬링어를 줍고 발사하는 과정을 반복할 뿐이다. 슬링어를 차징하면 500 이상의 대미지와 함께 용속성 기믹 억제까지 가능하다. 무기는 정말 장식이다. 애초에 근거리 무기들은 하늘에 날아다니는 고그마지오스에게 닿지도 않는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몬스터를 사냥하는 거인지, 슈팅 미니게임을 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린다. 가장 긴박한 순간 하이라이트가 공중에 있는 몬스터를 슬링어도 격추시키는 것이다. 초거대 몬스터의 위엄보다는 하늘에 날아다니는 거대한 표적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다.
엔드 콘텐츠 분량이 늘어났어도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나마 보상은 나쁘지 않았다. 아티어 무기 강화는 적절한 보상 체계였고 그간 체급이 낮아서 사용할 수 없었던 하위 티어 방어구들도 한계 돌파로 채용 가치가 생겼다.
그러나 훌륭한 콘텐츠도 지나치게 반복하면 결국엔 질리지 않는가. 고그마지오스가 몬스터 헌터 와일즈 본편의 마지막 몬스터로 확정된 탓에 의욕이 팍 식었다. 지난 타이틀 업데이트 4탄 공식 방송에서는 향후 DLC 관련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
다양한 몬스터를 사냥하고, 다양한 세팅으로 색다른 재미를 느끼는 것이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전통적 즐거움이다. 몬스터 헌터 와일즈에서 그 문법이 완전히 깨졌다. 당연히 부정적으로. 곧 추가될 역전왕 알슈베르도도 결국 이미 즐겼던 맛이다. 본편 끝까지 캡콤은 실망감을 안겼다.
연출이 훌륭한 고그마지오스, 마지막 페이즈는 아쉽다
11년 만에 돌아온 고그마지오스는 한 시리즈의 최종 보스에 걸맞은 위압감을 보여줬다. 와일즈의 뛰어난 그래픽으로 거대한 몬스터를 보고 있자니 “그래도 몬스터는 참 잘 만들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공략하는 과정에서 불속성 무기와 용속성 무기가 필요하다. 불속성 무기는 초반부에 사용하게 된다. 고그마지오스 등에 붙은 수속 파룡포를 뜨겁게 달궈 몸에서 떼어내기 위함이라는 설정이다. 후반부 페이즈에서는 고그마지오스가 가진 힘을 억제하기 위해 용속성 무기로 공격한다.
전용 맵 퀄리티도 좋고, 중간에 파룡포를 발사할 때는 몬스터 헌터에서 보지 못한 대미지 단위를 보니 감탄사가 나왔다. 파룡포에 연결하는 ‘느슨한 분맥 다발’을 옮기는 과정에서 고그마지오스가 공격하는 범위가 아슬아슬하게 플레이어를 벗어났다. 긴박한 상황을 잘 연출했다.
고그마지오스와 같은 초거대 몬스터를 상대할 때마다 걱정이 되는 점이 있다. 전통적으로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서 이런 거대형 몬스터들은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기믹 위주로 첨철되는 방향성이 많고, 사냥하는 과정이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몬스터 헌터 월드’에서 등장했던 ‘조라 마그다라오스’나 ‘제노 지바’는 좋은 평가를 듣지 못했다.
이번 고그마지오스는 거대한 덩치로 펼치는 육탄전, 위압 넘치는 브레스로 헌터가 사냥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었다. 공격 범위가 지나치게 넓기는 하지만 “거대한 몬스터니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인드로 넘어갈 수 있었다. 세크레트를 활용하면 생존도 어렵지는 않다. 적어도 마지막 페이즈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문제는 고그마지오스가 필드를 옮긴 후 진행하는 마지막 페이즈다. 고그마지오스가 계속 날아다니며 바닥에 떨어진 ‘소형 파룡통’ 슬링어를 주워 계속해서 발사하며 지상으로 격추시키는 과정을 반복한다. 한두 번 반복해야 할만하지, 계속 슬링어를 줍고 발사만 반복하니 운동회에서 진행하는 박 떨어트리기도 아니고 초중반부 좋았던 감상이 모두 사라진다.
거기에 초거대 몬스터라는 설정 때문인지 와일즈 기믹 중 하나인 힘 겨루기와 상쇄는 모두 적용되지 않는다. 상처는 잘 생기지도 않는다. 거기에 역전 상처인 줄 알고 공격해 보면 소형 파룡통 슬링어를 줍는 상호 작용 표시다. 와일즈에 새롭게 추가된 사냥 기믹들을 활용할 수 없으니 재미가 반감된다.
후반부 영웅의 증표 BGM을 들으며 설레는 감정이 벅차오르는 것도 잠시다. 좋았던 초중반부 인상을 격퇴 직전인 후반부가 모두 깎아 먹는데, 이를 어마무시하게 반복해야 한다. 호석이나 아티어 파츠들과는 달리 ‘거극 아티어 무기’에 활용하는 ‘변이한 병기’ 재료는 고그마지오스에서만 등장한다.
2월에 예정된 마지막 콘텐츠가 ‘역전왕 알슈베르도’인 현재 상황에서 고그마지오스는 실질적인 엔드 콘텐츠다. 엔드 콘텐츠에 어울리는 전투 퀄리티라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보상 체계는 훌륭하나 아티어 무기 고정은 단점
몬스터 퀄리티와는 별개로 보상은 훌륭하다. 먼저 고그마지오스 소재로 만드는 방어구는 전용 시리즈 스킬인 ‘거극룡의 묵시록’이 존재한다. 2세트 효과로 대형 몬스터가 분노하면 속성 공격치가 상승하며 4세트 효과로 일정 시간 동안 대미지를 막는 방벽이 추가된다.
특이한 점으로 알파와 베타 세트의 스킬이 똑같다. 대신 시리즈 스킬 종류가 다르다. 이로 인해 아티어 무기 강화를 통해 시리즈 스킬을 획득하고, 고그마지오스 장비만으로 여러 대형 몬스터들의 시리즈 스킬을 발동시킬 수 있다. 방어구도 장갑, 허리, 다리를 필두로 채용 가치가 높은 범용성 좋은 스킬들이 많다.
고그마지오스 방어구 외에도 기존 체급이 부족했던 5, 6레어 장비들도 한계 돌파가 생겼다. 이로 인해 스킬이 훌륭해도 장식주와 체급이 부족해서 사용하지 못했던 저랭크 장비들도 연구할 가치가 생겼다.
메인인 아티어 무기 강화는 편의성이 매우 좋아졌다. 기존에 강화를 마친 아티어 무기를 추가로 강화하는 개념인데, 시리즈 스킬과 복원 보너스 모두 재료 요구량이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또한 복원한 옵션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추가적으로 재료를 소모해 옵션을 변경할 수도 있다.
기존 아티어 무기 복원 보너스는 기존에 유저들이 부담스러운 재화 소모로 저장과 불러오기를 반복하는 노가다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복원 보너스는 기존 옵션을 유지하면서도 등급만 다르게 뽑을 수 있고, 재화 소모량도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아티어 무기 강화 방식은 긍정적으로 변했다.
문제가 있다면 기존에도 종결 무기였던 아티어 무기가 추가적인 강화까지 이뤄졌다. 이로 인해 다른 무기들은 자체적인 체급이 크게 부족해 채용 가치가 없어졌다. 다른 무기를 쓰고 싶어도 장식주 3레벨 3개, 시리즈 스킬까지 달리며 자체적인 스펙까지 압도하는 아티어 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결론적으로 이번 타이틀 업데이트 제 4탄은 엔드 콘텐츠 확장이라는 의미가 크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 고그마지오스, DLC까지 기다리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콘텐츠 분량이 발목을 잡는다. 크게 악평을 받은 와일즈 업데이트 구조에 대한 평가를 뒤집기에는 부족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