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속 온열질환 피하려면 물·그늘·휴식 기억하세요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상승하고 의식이 흐려지는 상태로 응급 상황이다. 바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상승하고 의식이 흐려지는 상태로 응급 상황이다. 바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철에는 온열질환자가 속출한다. 온열질환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될 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건강한 여름을 보내기 위한 해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물을 자주 마시고 햇볕을 피하며 무리하지 않는 것. 일상에서 이러한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온열질환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함승헌 교수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만큼 온열질환 막기 위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온열질환은 체온 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나타난다. 가벼운 증상으로는 땀을 많이 흘린 후 생기는 열경련이나 땀샘이 막혀 나타나는 열발진이 있다. 탈수가 진행되면 어지럼증·두통·구토·무기력감을 동반하는 열탄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치명적인 건 열사병이다.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상승하고 의식이 흐려지는 상태로 응급 상황에 해당한다. 즉시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으면 뇌손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특히 고령자, 어린이, 만성질환자, 야외 근로자 등은 온열질환에 취약하다. 고령층은 체온 변화에 둔감하고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해 탈수 위험이 높다.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에어컨 사용을 꺼리는 경우도 있어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 어린이는 체내 열 발생량은 많지만 체온 조절 능력이 미숙하다. 열을 충분히 배출하지 못한다. 차량 안에 방치될 경우 단 몇 분 만에도 생명을 위협받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만성질환자와 야외 근로자 역시 무더운 환경에선 온열질환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갈증 느끼기 전부터 수분 보충해야


온열질환은 예방이 가장 중요한 대응책이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그늘에서 자주 쉬며 무리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갈증은 몸속 수분이 부족하다는 신호다.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의식적으로 물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야외 활동을 할 땐 15~20분마다 시원한 물 한 컵을 마시도록 한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소금물이나 과일로 염분을 보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단 맥주나 탄산음료, 카페인 음료는 탈수를 유발하므로 삼가는 게 이롭다. 


햇볕이 강한 시간대(낮 12시~오후 5시까지)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한다. 불가피할 경우 활동 강도를 조절하고 동료와 수시로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매 시간마다 10~15분 이상 그늘에서 휴식을 취한다. 통풍이 잘 되는 밝은색 헐렁한 옷과 챙이 넓은 모자는 체온 유지와 자외선 차단에 효과적이다. 수건을 시원한 물에 적셔 목에 두르는 것도 열을 내리는 좋은 방법이다. 


온열질환이 의심될 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어지럽거나 속이 메스꺼운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모든 활동을 멈추고 체온을 낮추기 위한 조치를 한다. 의식이 없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면 119에 신고한 뒤 서늘한 곳으로 옮기고 옷을 느슨하게 풀어 체온을 낮춘다. 냉찜질은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큰 혈관이 지나는 부위에 시행한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선 물을 억지로 먹이면 안 된다.


의식이 있다면 시원한 곳에 눕히고 부채나 선풍기로 체온을 내린다. 물이나 이온음료를 천천히 마시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함 교수는 “바깥 기온이 체온보다 높을 경우 선풍기 바람은 오히려 열을 더할 수 있어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