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많다고 무조건 지방흡입술 결과가 좋은 건 아니다. [출처: Gettyimagesbank]](https://i0.wp.com/livingsblog.com/wp-content/uploads/2025/11/31363_33080_4847.jpg?resize=600%2C414)
지방흡입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체중도 정상이고, 가끔 운동도 하니 괜찮다고 믿었다. 그런데 거울 앞에 설 때마다 유독 시선이 머무는 곳이 있었다. 뱃살과 팔뚝살. ‘이건 노력으로 해결될 문제일까’ 고민했다. 그렇게 호기심 반, 체념 반으로 지방흡입 전문병원의 문을 열었다. 단지 검사를 받으러 갔을 뿐인데, 마음은 이미 수술대 위에 오른 듯 요동쳤다.
지난 7일 찾은 서울 서초구의 365mc병원. 지방흡입 전문병원인 이곳에는 오전부터 대기 환자로 붐볐다. 얼핏 봐도 눈에 띄게 비만인 사람은 드물었다. 과체중보다는 오히려 날씬한 20·30대 여성이 대다수였고, 간혹 남성 환자도 있었다.
몇 분의 대기 끝에 탈의 후 체성분(인바디) 검사를 시작했다. 체중과 근육량, 체지방률이 수치로 표시됐다. 근육량은 표준 이하, 체지방률은 표준 이상.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라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 다음 순서인 3D 체형 촬영에서 현실감이 밀려왔다. 상·하의를 벗고 카메라 앞에 서자 스캐너가 기계음과 함께 360도로 온몸을 훑었다. 거울 속에 비친 볼록한 뱃살을 보니 왠지 모를 자괴감이 느껴졌다.
상담사가 고민 부위를 물었고, 주저 없이 “팔과 복부 라인이요”를 외쳤다. 대답을 예견이라도 한 듯 상담사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흔히 지방흡입술을 체중 감량 수술이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살을 빼기보다 체형을 다듬기 위해 병원을 찾습니다. 마른 체형이라도 피하지방(피부 바로 아래, 진피와 근육 사이에 있는 지방 조직)이 한쪽에 몰려 있으면 라인이 울퉁불퉁하게 보이거든요.”
진료실로 들어서자 서울365mc병원 임준용 병원장은 가장 먼저 내 팔과 복부 라인을 유심히 살폈다. “어깨에서 팔로 내려오다가 중간이 볼록하죠? 지방흡입은 이런 굴곡을 직선에 가깝게 다듬는 수술이에요. 다만 근육이 두껍거나 피부 탄력이 떨어지면 완전한 직선을 만들긴 어렵습니다.” 그날 따라 유독 몸에 직선이 보이지 않은 건 기분 탓이었을까.
곧바로 초음파 검사가 이뤄졌다. 초음파 기기 화면에는 근육과 지방이 층층이 구분돼 나타났다. “이 하얀 선 아래가 피하지방층이에요. 같은 체중대 여성들과 비교하면 지방이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이어진 한마디. “지방흡입술을 받으면 효과가 좋을 케이스예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기분이 묘했다.
지방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명 ‘올챙이배’처럼 내장 지방이 많은 경우 지방흡입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지방흡입술은 내장 지방이 아닌 피하지방을 빼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임 병원장은 지방흡입의 성패를 결정짓는 세 가지 조건을 짚었다. 첫째는 피부 탄력, 둘째는 지방의 분포 위치, 셋째는 체형의 곡선 형태다. 임 병원장은 “피부 탄력이 떨어졌는데 지방을 과도하게 뽑으면 피부가 울거나 들뜰 수 있다”며 “지방흡입은 ‘많이 빼는 수술’이 아니라 ‘모양을 정리하는 수술’”이라고 말했다.
“수술 전 체형이 평평하면 지방을 빼도 변화가 작지만, 볼록한 체형은 수술 후 차이가 큽니다. 기자님은 팔, 옆구리, 아랫배 모두 볼록형이라 전후 변화가 확실할 거예요. 결국 지방흡입의 핵심은 감량이 아니라 균형입니다. 남은 라인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가 중요해요.”
많은 사람이 지방흡입 후 긴 회복 기간을 걱정한다. 이에 대해 임 병원장은 “통념과 달리 지방흡입은 생각보다 일상적인 수술”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수술 당일 귀가하고, 다음 날 일상 복귀가 가능합니다. 흔히 말하는 6개월이라는 회복 기간은 수술 부위 조직이 완전히 안정되는 시점을 의미합니다. 눈에 띄는 변화는 6주에서 두 달이면 충분히 체감해요.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됩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