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RSV 시즌 시작, 추워진 날씨에 아기 건강 지키려면?




11월에 접어들며 기온이 빠르게 떨어지고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겨울철은 영유아 부모에게 특히 긴장되는 계절이다. 초보 부모는 아기의 기침 한 번에도 걱정이 커지기 쉽고, 발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을 보일 때 곧바로 응급실로 가야 할지 집에서 경과를 지켜봐도 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감염병이 하나 있다. 바로 RSV이다.  


RSV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의 약자로, 전 연령에서 감염될 수 있지만 영유아에게서 특히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생후 6개월 미만 영아는 RSV로 인한 중증 질환 및 사망 위험이 가장 높은 집단이다. 영유아가 감염되면 초기에는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증상이 악화되면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 등 하기도 감염으로 진행되어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RSV는 늦가을부터 겨울철 어린이 호흡기 감염으로 인한 입원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RSV의 초기 증상이 일반 감기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부모가 어떤 징후에 병원을 찾아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RSV에 감염된 영유아의 약 25~40%는 증상이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특히 기침 소리를 주의 깊게 들어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기침과 달리 쌕쌕거리거나 컹컹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하부 호흡기가 침범되어 기도가 좁아지고 염증이 생긴 신호일 수 있다. 또한 아기가 잘 먹지 않거나 평소보다 심하게 피곤해 보이면 빠르게 의료진의 평가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일부에서는 RSV가 소수의 고위험군 아이들만 걸리는 병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RSV는 1세 미만 영아 3명 중 2명이 감염될 정도로 흔한 바이러스다. 이처럼 높은 유병률과 영유아에서의 질병 부담이 크기 때문에 미리 RSV에 대해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RSV를 예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작년까지만 해도 RSV 예방을 위해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개인위생 관리뿐이었다. 일반적으로 감염병 예방을 위해 통용되는 올바른 손 씻기, 소독하기 등을 통해 RSV 감염 위험을 일부 줄일 수는 있었지만 이러한 수칙만으로는 감염병을 완전히 차단하기엔 RSV의 전파력은 강했다. 특히 비말이 주된 전파 경로인 RSV의 특성상, 밀폐된 공간에서는 확산의 위험이 더욱 커진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RSV 예방이 보다 적극적으로 가능해졌다. 첫 RSV 시즌을 맞은 모든 신생아 및 영아를 대상으로 접종할 수 있는 RSV 예방 항체 주사 베이포투스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첫 RSV 시즌이란 태어난 이후 처음 맞는 RSV 유행 시즌이다. 국내에서 10월부터 3월까지 RSV가 유행함을 고려했을 때, 이 시기에 태어나는 신생아의 경우 지금이 바로 생후 첫 RSV 시즌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출생 직후 베이포투스를 접종받을 수 있다. 


베이포투스를 몇 번 접종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도 상당히 많이 주시는데, 건강하게 만삭으로 출생한 영아라면 첫 RSV 시즌 동안 한 번의 접종으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폐·심장 등 기저질환이 있어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영유아는 두 번째 RSV 시즌에 추가 접종을 고려할 수 있다. 추가 접종 여부는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RSV 예방과 관련해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면, 현재 국내에서는 베이포투스 접종이 자부담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모든 영유아가 RSV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지자체 및 정부 단위에서 베이포투스의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의 결과로 해외에서는 대규모 인구 단위에서 RSV 관련 입원 감소 효과가 관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초로 베이포투스를 국가예방접종프로그램(NIP)에 도입한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자료에 따르면 베이포투스를 투여받은 6개월 미만 영아의 RSV 입원율은 미투여군 대비 82% 감소했다. 


저출산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다양한 출산·양육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베이포투스와 같은 RSV 항체 주사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저출산 시대에 태어난 소중한 영유아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또 영유아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도록 RSV 예방 주사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퀸스메디소아청소년과의원 송명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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