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하는 사람이 부쩍 늘며 환절기를 실감하는 요즘이다. 기침이 나면 대개 감기를 떠올리지만 증상이 오래가거나 호흡 곤란, 흉통 등이 나타나면 폐렴을 의심해야 한다.
폐렴은 조기 진단이 중요한 질환이다. 특히 고령층은 늦게 발견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중앙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구강모 교수의 도움말로 고령층 폐렴의 증상과 예방법을 알아본다.
![폐렴은 고령층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특히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의 경우 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출처: Gettyimagesbank]](https://i0.wp.com/livingsblog.com/wp-content/uploads/2025/10/31238_32950_462.jpg?resize=600%2C400)
노인성 폐렴, 치명률 높고 치료도 까다로워
폐렴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에 의해 기관지와 폐에 발생하는 염증성 호흡기 질환이다. 통계청의 ‘2024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폐렴은 암, 심장 질환과 함께 3대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80세 이상에서는 폐렴(11.8%)이 심장질환(10.5%)을 제치고 사망 원인 2위에 올랐다.
고령층에서 폐렴의 치명률이 높은 이유는 다양하다. 구강모 교수는 면역 노화를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노화로 인해 폐포 대식세포와 T세포의 병원체 제거 능력이 떨어지고 염증 조절 기능이 저하돼 폐렴균에 쉽게 감염된다.
또 고령층은 심혈관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당뇨병, 간질환, 신부전 등 기저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염증 반응이 과도하거나 항생제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아 치료가 어렵고 폐렴의 예후도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노인성 폐렴 환자는 기침이나 발열 같은 일반적인 증상 없이 식욕부진, 기력 저하, 탈수, 의식 저하, 갑작스러운 혼돈(Confusion) 등 비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구 교수는 “이로 인해 치매나 노쇠의 급격한 악화로 오인되고 초기 진단이 늦어진다”며 “입원 시 이미 저산소증이나 패혈증 상태로 진행돼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중증 폐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요양시설에 거주하거나 장기간 침상에 누워 있는 고령 환자들은 흡인성 폐렴 위험도 크다. 연하장애나 의식 저하 등으로 음식물이나 침이 기도로 들어가면 구강 내 세균이 폐로 들어가 감염을 일으키는데 이 경우에도 급격한 의식 저하, 호흡부전 등 비전형적인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고령 환자는 면역 반응이 둔화해 세균이 빠르게 증식하고 패혈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 조기에 항생제를 투여해야 하지만 항생제 부작용 발생 빈도도 높은 편이다. 구 교수는 “고령층에서는 항생제 사용 후 위장관 장애, 간 효소 수치 상승, 신기능 악화, 부정맥 등 부작용이 젊은 층보다 자주 보고된다”고 말했다. 노화로 간과 신장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약물이 체내에 오래 남아 독성을 유발하고 복용 중인 약물과의 상호작용 위험도 커진다.
백신접종·생활 습관으로 예방해야
노인성 폐렴은 조기 진단이 어렵고 치명률이 높은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폐렴구균 백신 접종이다. 구강모 교수는 “폐렴구균 백신은 침습성 감염뿐 아니라 폐렴으로 인한 입원율과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여러 대규모 연구에서 그 효과가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는 폐렴구균 23가 다당백신(PPSV23)을 접종하지 않은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백신도 권장된다. RSV는 노인이 감염되면 중증 하기도 감염이나 폐렴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바이러스다. 백신 접종을 통해 입원과 중증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기저질환 관리도 중요하다. 구 교수는 “COPD, 심부전, 신부전,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조절되지 않으면 면역력이 약해져 감염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며 “평소 혈당, 혈압, 체중, 호흡 상태를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의 진료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연, 손 씻기,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등 기본적인 생활 습관 관리도 챙겨야 한다. 특히 연하장애 환자는 식사 후 바로 눕지 말고 머리를 세운 자세로 휴식하는 습관을 들이길 권한다. 구강 위생을 철저히 유지하는 것도 흡인성 폐렴 예방에 도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