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홍조·우울감, 한방에서 본 갱년기 해법은


한의학에서는 갱년기를 몸의 정기(精氣)가 서서히 약해지는 시기로 본다. [출처: Gettyimagesbank]

한의학에서는 갱년기를 몸의 정기(精氣)가 서서히 약해지는 시기로 본다. [출처: Gettyimagesbank]


갱년기가 오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얼굴이 갑자기 달아오른다. 별일 아닌데도 짜증이 치밀고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중년 여성에게 갱년기는 다스리는 방법에 따라 불편한 시기가 되기도, 새로운 균형을 찾는 전환기가 되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여성 갱년기 환자는 42만 명에 달했다. 최근에는 호르몬 치료 외에 한의학적으로 신체 균형을 바로잡는 접근법이 주목받는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부인과 이창훈 교수와 함께 한방에서 보는 갱년기의 원인과 관리법을 알아본다.


에너지 서서히 식는 시기


한의학에서는 갱년기를 몸의 정기(精氣)가 서서히 약해지는 시기로 본다. 난소 기능이 떨어져 배란이 중단되고 여성호르몬이 줄면 생식 기능이 멈춘다. 이 과정에서 오장육부의 균형이 흔들리며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고전 의서 『황제내경』에는 여성을 7년 단위로 나누어 생리적 변화를 설명한다. 35세(다섯 번째 주기)부터 정기의 생산이 감소하기 시작해 49세 전후에는 생식 기능이 쇠퇴한다고 기록돼 있다. 갱년기라는 자연스러운 생리적 변화에 잘 적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갱년기는 보통 45세 이후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지면서 시작된다. 1년 이상 생리가 멈추면 폐경으로 진단된다. 한의학에서는 경락기능검사, 자율신경검사(HRV), 혈관 노화도 측정, 설진(혀 상태 관찰) 등을 통해 몸의 균형 상태를 파악한다. 검사는 10분 정도이며 체질별 맞춤 처방이 이뤄진다.


뜨겁고 불안하면 열ㆍ냉 불균형


갱년기 초기에 흔한 증상은 안면홍조와 상기감(上氣感)이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발이 차가워지는 등 몸의 열 조절 기능이 흔들리는 것이다. 이 밖에도 어깨 결림, 두통, 요통, 관절통 등 통증이 잦고 수면장애·불안·무기력 같은 심리적 증상도 동반된다.


후기로 갈수록 피부 건조, 손발 저림, 질건조증, 방광염, 골다공증 위험이 커진다. 이창훈 교수는 “갱년기는 몸에 불균형이 생긴 결과로, 한의학적 치료는 오장육부 기능을 조화롭게 만들어 증상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유형은 다음과 같다.


-신허형(腎虛型): 에너지 저하, 허리·무릎 시림, 피로감.

-간울형(肝鬱型): 예민함, 화가 잦고 답답함.

-심비양허형(心脾兩虛型): 불면, 불안, 집중력 저하.

-혈어형(血瘀型): 얼굴이 붉거나 어둡고, 몸이 뻣뻣함.


치료에는 한약ㆍ침ㆍ뜸ㆍ약침 등을 병행한다. 체질과 증상에 따라 가미소요산, 청심련자음, 계피탕, 사오계피탕 등이 사용된다. 호르몬을 직접 보충하는 대신 몸이 스스로 균형을 회복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갱년기를 적응의 시간으로 받아들이길 권한다. 실제로 전체 여성의 약 75%는 별다른 치료 없이도 증상이 완화된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이 힘들 때는 상담을 통해 조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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