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영하권의 추위와 함께 도로 곳곳이 얼어붙으면서 고령층의 낙상 사고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들에게 낙상은 단순한 타박상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노화로 인해 근육량이 줄고 균형 감각이 떨어진 고령층은 미끄러운 길에서 대처 능력이 현저히 낮다. 특히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진 상태에서는 가벼운 엉덩방아만으로도 고관절이 쉽게 골절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고관절 골절 환자 10만 9,457명 중 70대 이상 고령 환자는 9만 2,252명으로 전체의 84.3%를 차지했다. 월별 발생 현황을 보면 기온이 낮은 1월(10,171명)과 12월(9,330명)에 환자가 가장 많이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고관절 골절을 암보다 무섭다고 경고하는 이유는 압도적으로 높은 사망률 때문이다. 암의 경우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면 완치할 수 있고 생존율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고관절 골절은 낙상 자체에 의한 사망 위험뿐 아니라, 골절이 발생하면 높게는 60%에서 정상적인 보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령층이 고관절 골절을 당할 경우 1년 이내에 사망할 확률은 약 25%, 2년 내 사망률은 7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환자 4명 중 1명은 사고 후 1년을 넘기지 못하는 셈이다. 이는 골절 자체보다는 장기 요양으로 인해 뒤따르는 치명적인 합병증이 원인이다.
고관절이 부러지면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어져 완전히 누워 지내는 와상 상태가 된다. 장기적인 침상안정 과정에서 욕창, 폐렴, 심장질환 악화, 정맥혈색전증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신체 기능을 무서운 속도로 저하시킨다. 신체적 고통은 물론 정신적 건강까지 무너져 극심한 우울증을 겪는 경우도 많다.
겨울철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행 습관부터 주의해야 한다. 추운 날씨 탓에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것은 균형 감각을 잃게 만들어 낙상 시 큰 부상을 초래하는 주범이다. 외출 시 반드시 장갑을 착용해 양손을 자유롭게 하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블랙 아이스에 대비해 보폭을 평소 보다 좁혀 걷는, 이른바 펭귄 걸음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낙상 사고는 실외뿐만 아니라 집안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화장실의 물기나 거실 바닥의 전선,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낮은 문턱 등이 고령층에게는 치명적인 함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욕실에 미끄럼 방지 패드를 설치하거나 걸림돌이 되는 집안 환경을 재정비하는 것만으로도 사고 위험을 대폭 낮출 수 있다. 이와 함께 평소 균형 감각과 근력 강화를 위한 운동을 꾸준히 해줘 신체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고령층은 신경 반응이 둔화해 낙상 직후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 못하다가 시간이 흐른 뒤 부종과 심한 통증이 뒤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엉덩이나 사타구니 부위에 통증이 있거나 다리를 움직이기 힘든 증상이 감지된다면, 단순 타박상이 아닐 수도 있으니 즉시 병원을 찾아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한 번의 미끄러짐이 노후의 평온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예방과 신속한 대처만이 겨울철 낙상의 위협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메디체크 건강칼럼 한국건강관리협회 강원특별자치도지부 배홍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