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은 기쁨과 설렘의 시간이다. 하지만 이 특별한 여정 속에 예고 없이 질환이 찾아오기도 한다. 임신중독증이 그렇다. 겉으로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 보이지만, 어느 순간 엄마와 태아 모두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위험 질환이다.
임신중독증은 산모와 태아의 사망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임신합병증이다. 임신 중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면서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보통 임신 20주 이후에 발생하며, 전체 임신부의 약 4~8%에서 나타난다.
문제는 뚜렷한 전조 증상이 없어 병을 빨리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이다. 증상이 감지될 무렵이면 이미 질환이 꽤 진행된 경우가 많다. 그만큼 조기 진단과 관리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임신 중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이면 임신성고혈압을 의심해야 한다. 여기에 단백뇨가 동반되면 임신중독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자각 증상 없어 정기 검진 중요
질환이 악화하면 나타나는 증상도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두통, 시야 장애, 복통, 부종, 경련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단백뇨가 동반되지 않으면서 중증의 임신중독증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임신 중 고혈압이 진단됐을 땐 수시로 혈압 측정을 하며 변화 추이를 파악해야 한다.
임신중독증으로 인한 장기 부전 여부도 주요 관찰 대상이다.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통해 간 기능, 콩팥 기능, 혈소판 수치 등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증상의 정도를 고려해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응급분만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임신중독증은 임신에서 기인한 질환이므로 출산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산부인과 송관흡 교수는 “임신 주수에 따라 산모의 혈압을 조절하고, 태아의 성장 상태를 관찰하면서 적정 분만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며 “임신중독증이라고 꼭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건 아니고,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고려해 자연분만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고위험군,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 고려해야
임신중독증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 다만 고령, 비만, 만성 고혈압, 현성 당뇨, 신장 질환 등 만성질환이 있거나 과거 임신중독증 병력이 있는 고위험군에선 임신 16주 이전부터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시작하는 것이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위험 요인을 미리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기적인 산전 진찰을 통해 혈압, 단백뇨 등 변화를 꾸준히 살피고 이상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기본이다. 송 교수는 “의료진과 상의해 식이 조절,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 건강한 생활 방식을 유지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며 “이러한 관리와 조기 대응은 임신 중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