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폐이식 300례 달성, 생존율 세계 최고 수준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 의료진이 300번째 폐이식 환자(앞줄 왼쪽 세 번째)의 성공적인 수술과 회복을 축하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 의료진이 300번째 폐이식 환자(앞줄 왼쪽 세 번째)의 성공적인 수술과 회복을 축하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이 폐이식 300례를 달성했다. 이식 환자 5명 중 3명이 5년 이상 생존하는 성과를 기록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치료 성적을 입증했다.


서울아산병원은 기계적 환기 장치나 인공 심폐기 없이는 숨쉬기 힘든 말기 폐부전 환자들을 위해 폐이식을 시행해 왔다. 300번째 환자는 간질성 폐질환으로 폐가 딱딱해져 호흡에 어려움을 겪던 64세 남성으로, 지난달 21일(금) 뇌사자의 폐를 성공적으로 이식받았다. 현재는 중환자 집중치료와 전문적인 호흡 재활을 거쳐 안정적으로 회복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2008년 특발성폐섬유증 환자에게 뇌사자의 폐를 이식한 것을 시작으로 2017년 국내 최초로 생체 폐이식에도 성공했다. 현재까지 뇌사자 폐이식 299건, 생체 폐이식 1건을 진행했으며 2019년부터는 매년 30건 이상의 폐이식 수술을 시행 중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식 후 생존율이다. 전체 환자의 약 66%가 기계적 환기 장치나 에크모를 장기간 유지한 중증 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생존율이 ▶1년 76.5% ▶3년 67.9% ▶5년 64.2% ▶7년 60.5%에 달한다. 이는 국제심폐이식학회(ISHLT)가 집계한 전 세계 주요 폐이식 센터 평균 성적을 상회하는 수치로, 서울아산병원 환자의 중증도가 높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의미가 크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이 집계한 국내 폐이식 의료기관과 비교해도 우수한 성적이다.


폐이식은 다른 장기이식에 비해 난도가 높은 수술로 꼽힌다. 뇌사자 기증이 적어 이식 대기가 길고 호흡 과정에서 외부 공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감염 위험도 크다. 이식 거부반응이 심해 이식 후 생존율도 낮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유기적인 다학제 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집도의의 누적된 수술 경험과 더불어 폐이식 환자를 중심으로 호흡기내과·마취통증의학과·감염내과·재활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장기이식센터·중환자실 등 모든 의료진이 하나의 팀을 이뤄 집중적인 중환자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이식 후에는 면밀한 면역억제제 조절과 체계적인 호흡 재활을 통해 거부반응과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장기 생존과 삶의 질 향상에 힘쓰고 있다.


300명의 폐이식 환자 중 남성은 192명(64%), 여성은 108명(36%)이었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10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원인 질환으로는 폐가 점차 딱딱해지며 기능을 잃는 특발성폐섬유증이 가장 흔했다. 가습기 살균제 부작용으로 심각한 폐 손상을 입은 환자도 13명 포함됐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제도 개선에도 기여했다. 특발성폐고혈압을 앓던 20대 환자가 부모의 폐 일부를 이식받아 회복한 사례를 계기로 건강한 사람의 폐 일부를 이식할 수 있도록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됐다.


300번째 수술을 집도한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 교수(심장혈관흉부외과)는 “과거에는 폐이식 생존율이 다른 장기에 비해 낮았지만, 현재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이식 환자 5명 중 3명이 5년 이상 생존할 만큼 수술 성적이 크게 향상돼 전 세계 유수 폐이식 센터들의 생존율을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은 “폐이식 300례 달성은 폐이식팀 의료진이 하나의 팀으로 협력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폐이식팀의 숙련된 수술 경험과 다학제 기반의 중환자 집중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더 많은 말기 폐부전 환자들에게 새 삶을 선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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