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얼라이언스 “AI 강국, 왜 자국 플랫폼이 필요한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자국 플랫폼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자국 플랫폼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센터장 이기대)는 24일 사단법인 디지털경제포럼(대표 이상우 연세대학교 교수)과 함께 프론트원 세미나실에서 ‘AI 강국, 왜 자국 플랫폼이 필요한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의 독자적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국 플랫폼의 역할과 가치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인사말에서 “AI 시대에도 우리의 일상이 외부와 만나는 접점은 플랫폼”이라며, “플랫폼을 놓치면 생태계 전체가 종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AI 시대에도 플랫폼 경쟁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발제는 이승엽 부경대학교 교수가 ‘온라인플랫폼법이 AI 생태계 발전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AI 생태계의 발전 방향은 과거 스마트폰 OS나 인터넷 포털 생태계와 비교해 볼 수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컴퓨팅 인프라와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 시장을 점유하더라도, 지역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과 서비스·애플리케이션 시장은 국내 기업들에게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한글과 같은 지역적 특성은 국내 플랫폼 사업자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온라인플랫폼법을 통한 규제보다는 오히려 우리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AI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곽규태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자국 플랫폼의 경쟁력이 인공지능 생태계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연구팀과 직접 수집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제시하며 “전 세계적으로 자국 플랫폼을 보유한 국가는 약 7개국으로 집계되었고, 2024년 기준 한국의 자국 검색 플랫폼 점유율은 43.92%로 글로벌 4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주의 국가를 제외하면 미국 외에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며, 한국의 자국 플랫폼 경쟁력은 전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OECD 등 글로벌 데이터베이스 분석을 토대로 “자국 플랫폼의 점유율은 ▲AI 기술역량 강화 ▲AI 스타트업 투자 ▲기업의 AI 활용 ▲생성형 AI 시장규모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종합토론은 이상우 연세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으며, 학계·산업계 전문가들이 다양한 쟁점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김정환 고려대학교 교수는 “플랫폼 시대에는 기업이 잘하면 곧 기업의 경쟁력이 생태계 경쟁력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지만, AI 시대에는 정부라는 이해관계자가 추가됐다”며,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국가 단위에서 생태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결과를 빨리 보여주기 위한 인프라 중심 논의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 사업 단계에서는 모델과 가장 밀접한 데이터 영역에서의 논의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준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교통 시스템을 보면 고속도로 하나의 규모가 큰 것보다 얼마나 도로망이 잘 연결되어 있는지가 이동의 효율을 결정한다”며, “AI 경쟁력도 단순한 점유율보다 데이터가 얼마나 잘 흐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AI를 도입할 때 투명성이나 책임성만 확보된다면 일단 시도할 수 있게 하고, 규제 프레임워크는 점진적으로 마련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용국 동국대학교 교수는 “정책 관점이 아니라 이용자 관점에서 어떤 논리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국가 경쟁력을 IT 플랫폼에서 찾는 인식이 많지 않았지만, 코로나 이후 세계적으로 자국 중심주의가 강화되면서 자국 플랫폼에서 경쟁력을 찾으려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역시 자국 플랫폼을 국가 전략자산의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태현 세종대학교 교수는 “모델 개발의 핵심은 양질의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플랫폼 자체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국적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이용자가 유입되도록 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성진 스타트업성장연구소 대표는 “AI 분야에서 전 세계 3위 진입은 충분히 도전할 만하지만, 3강 구도에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라며, “현재의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은 곧 서비스 경쟁으로 넘어갈 것이고, 이 경쟁력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 생태계는 과거에도 그랬듯 AI 시대에도 자국 플랫폼이 성장하고 투자와 인재를 끌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좌장을 맡은 이상우 연세대학교 교수는 “앞으로 자국 플랫폼이 AI 생태계에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증 연구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 자료집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