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과를 찾아 글자가 반듯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문틀이 휘어 보이거나, 사물이 미세하게 울렁거리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더원서울안과 허장원 원장은 “눈 속 망막에 구조적인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망막전막”이라고 말했다.
망막전막은 망막 표면에 아주 얇은 막이 생기면서 망막을 서서히 잡아당기는 질환이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눈 속을 채우고 있던 유리체가 망막에서 떨어지는 과정에서 미세한 손상이 생기고, 그 자리에 섬유 조직이 자라 막을 형성한다. 외상이나 특별한 병력이 없어도 중·장년층에서 흔히 발생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이를 단순한 노안 변화로 오해한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매우 미묘하다는 점이다. 허 원장은 “통증이 없고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지도 않는다. 대신 글자가 살짝 휘어 보이거나 한쪽 눈으로 볼 때 사물 크기가 달라 보이는 정도로 시작된다”고 했다.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보니 병원을 늦게 찾는 경우도 많다.
망막전막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진행한다. 막이 두꺼워질수록 망막 표면에 주름이 생기고,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까지 영향을 받으면 시야의 질이 점점 나빠진다. 이 단계에서는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볼 때 불편함이 확실해진다. 다만 모든 환자에서 같은 속도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태에 따라 대응이 달라진다.
진단에는 망막단층촬영(OCT) 검사가 핵심이다. 이 검사를 통해 망막 위에 전막이 있는지와 얼마나 두꺼운지, 망막이 얼마나 당겨지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겉으로는 큰 이상이 없어 보여도 OCT에서는 구조적 변화가 분명히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허 원장은 “시력 저하가 크지 않고 생활에 불편이 없다면 정기적으로 경과를 관찰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경우도 많다. 시야 왜곡이 계속되거나 시력이 점점 떨어진다면 유리체절제술로 전막을 제거하는 수술을 고려한다”며 “최근에는 미세절개 수술 기법이 발전해 수술 부담과 회복 기간도 크게 줄었다”고 했다.
망막전막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술 시점 선택이다. 너무 이른 수술은 불필요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늦으면 수술을 해도 시야 왜곡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허 원장은 “망막전막은 시야의 질을 서서히 떨어뜨린다”며 “글자가 휘어 보이거나 중심부가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단순한 노안으로 넘기지 말고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