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씨는 최근 생후 5개월 된 자녀의 뒤통수가 조금 납작해 보인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지금 아니면 평생 머리 모양이 굳어진다”는 글을 커뮤니티에서 본 뒤 A씨는 불안해져 헬멧 업체를 찾았고, 300만원에 달하는 맞춤형 교정 헬멧 견적을 받았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교정 시기를 놓칠까 봐 두려운 마음에 선뜻 결제했다.
영유아 부모들 사이에서 머리 모양을 바로잡아주는 ‘교정 헬멧’ 치료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미용적 목적에 매몰돼 전문가 진단 없이 고가의 치료를 덜컥 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생활습관 교정과 정기적인 검진이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두개골 납작하거나 비대칭인 사두증
사두증은 영아의 두개골이 한쪽으로 납작해지거나 비대칭적으로 변형된 상태를 말한다. 크게 ‘자세성 사두증’, ‘두개골 조기 유합증’으로 구분한다. 자세성 사두증은 두개골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출생 시 또는 성장 과정에서 외부 압력에 의해 변형되는 경우로, 영아의 약 3%가 겪을 만큼 흔하다. 만약 생후 3개월 이전에 사두증이 발견된다면 아이가 바닥에 누워 있거나 잠을 잘 때 머리의 납작한 부분 대신 돌출된 부분으로 누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교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두개골 조기 유합증’은 두개골 봉합선이 너무 일찍 붙어 발생하는 희귀 질환이다. 안면 비대칭이나 봉합선 돌출 여부를 살피는 신체검사를 비롯해 X선,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의 영상 검사로 진단한다. 특히 뇌 성장을 방해하거나 두개내압 상승을 유발할 수 있어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
자세성 사두증 예방하려면 ‘터미타임’ 필수
수면 중 아기가 갑자기 사망하는 영아돌연사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 얼굴이 하늘을 향하도록 똑바로 누운 자세로 아기를 재워야 한다는 사실은 부모들 사이에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깨어 있는 시간에도 계속 똑바로 눕혀 놓으면 뒤통수가 전체적으로 납작해지는 ‘단두증’이나 비대칭이 생기는 ‘사두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소아신경학) 강희정 교수는 “최근 영아 돌연사 예방 교육이 확산하면서 아기를 똑바로 눕혀 키우는 부모가 많아졌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세성 사두증은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세성 사두증을 예방하려면 ‘터미타임(Tummy Time)’이 필수적이다. 터미타임은 아기가 깨어 있는 동안 배(Tummy)를 바닥에 대고 엎드려 노는 시간(Time)으로, 대근육 발달을 촉진하고 머리 뒤쪽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켜 두개골 변형을 효과적으로 방지한다. 터미타임 중에는 보호자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아기가 깨어 있는 시간에만 해야 하며, 생후 초기에는 하루 2~3회, 1회당 3~5분 정도의 짧은 시간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후 아기의 적응도와 목 근육 발달 상태에 따라 시간과 횟수를 점차 늘려 하루 30~60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기가 힘들어하면 즉시 바로 눕혀야 한다. 또한 질식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푹신한 쿠션·이불 사용은 피하고 수유 직후에는 구토 가능성이 있어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정 헬멧 치료는 생후 6개월 이전에 시작해야
사두증이 심할 경우 교정 헬멧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이는 아기의 두개골 모양에 맞춰 제작된 헬멧을 하루 20시간 이상 착용해 특정 방향으로 뼈가 자라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헬멧 치료가 필요하다면 생후 6개월 이전에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12개월 이후에 시작하면 두개골이 이미 상당히 굳어져 효과가 현저히 감소한다. 강희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기적인 영유아 검진체계가 갖춰져 있는 만큼 검진 시 전문의에게 머리 모양을 세심하게 확인받는 것이 우선이다”며 “전문의 진단을 통해 치료가 꼭 필요한지 확인한 후 치료 여부를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