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 이제 뭐 타야하나”…갑자기 단종된 카니발에 ‘발동동’

카니발. [사진=기아]

카니발. [사진=기아]


국내 미니밴 시장의 아이콘으로 불려온 카니발 디젤 모델이 마침내 역사의 막을 내린다. 27년간 기아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해온 카니발은 이번 디젤 단종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전동화 흐름 속에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됐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8월부터 카니발 디젤 모델 생산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디젤 엔진이 시대적 변화를 거스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퇴장하는 순간이다.


지난달 카니발은 7211대가 판매되며 국산차 전체에서 월간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6월 이후 처음으로 다시 왕좌를 탈환한 성과로, 국내 자동차 판매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도 7.4% 성장세를 보이며 저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번 디젤 단종은 카니발 판매 구조에 뚜렷한 전환점을 남길 수밖에 없다.


카니발. [사진=기아]

카니발. [사진=기아]


카니발 디젤은 도입 초기부터 뛰어난 연비와 넉넉한 토크를 바탕으로 장거리 주행에서 강점을 발휘했다. 이 점은 반복적인 단체 이동이 많은 법인과 대가족 소비자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와 카니발만의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형성했다. 카니발의 성장이 곧 디젤 엔진의 성장과 맞물려 있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현행 2.2 디젤 모델은 하이브리드 모델에 비해 최대 455만원 저렴해 경제적 경쟁력이 뚜렷했다. 차주들은 실제 주행에서 리터당 약 17km의 연비를 체감했다고 평가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친환경 흐름 속에서 디젤은 결국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투싼과 스타리아에서 디젤 라인업을 정리한 바 있다. 카니발까지 단종되면 남는 승용 디젤 모델은 쏘렌토뿐으로, 사실상 국산 승용 디젤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 된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파워트레인 축소가 아니라, 글로벌 전동화 전략과 맞물려 있다. 현대차는 울산공장에 스타리아 전기차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했으며, 기아 역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중심의 라인업 확대는 물론 PBV(목적기반모빌리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디젤 단종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자, 미래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 할 수 있다.


카니발. [사진=기아]

카니발. [사진=기아]


특히 유럽 시장에서는 MPV 기반 전기밴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북미 시장에서도 지난해 출시된 카니발 하이브리드가 도요타 시에나와 경쟁하며 시장 점유율 23%를 기록했다. 이는 하이브리드가 이미 새로운 주류로 자리 잡았음을 방증한다.


반대로 디젤차는 가파르게 퇴조하고 있다. 국내 디젤차 판매는 2020년 31만6000대에 달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2만2000여 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는 20만 대를 돌파했고 전기차 역시 7만 대 이상이 판매되며 흐름의 중심이 이미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중고차 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케이카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디젤차 거래 비중은 14.9%에 불과해 1년 만에 3.5%포인트 감소했다. 수입차 시장도 마찬가지로, 2015년 70%에 달하던 디젤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1.26%로 급락하며 사실상 소멸 단계에 들어섰다.


카니발. [사진=기아]

카니발. [사진=기아]


카니발의 경우 디젤 판매 비중이 높았던 만큼 단기적으로는 수요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장거리 주행과 적재 효율성을 중시하던 고객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지만, 기아는 하이브리드 생산을 늘리고 가격 경쟁력 강화 및 옵션 다양화 전략으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카니발 전기차가 출시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는 이미 전기 미니밴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기아가 PBV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카니발 역시 하이브리드에 이어 전기차로 이어지는 새로운 진화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