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당 기사에는 명조의 3.1 버전 조수 임무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쿠로게임즈 ‘명조: 워더링 웨이브’의 3.1 버전 조수 임무는 “역대급”이었다. 물론 3.0 스토리도 좋았다. 그러나 이제 막 이야기의 시작점이기도 하고, 회수되지 않은 떡밥이 너무 많았다.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행되려면 “3.2는 가야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기쁜 의미로 그 생각이 깨졌다.
3.0 버전에서는 ‘린네’와 ‘모니에’의 캐릭터 서사, 스타토치 아카데미에 잠입한 ‘잔성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엑소스트라이더’에 대한 떡밥을 던지며 마무리했다. 그리고 3.0 후반부 모니에를 구해준 ‘푸른색 고리를 한 소녀’에 대한 언급으로 마무리한다.
푸른색 고리를 한 소녀는 정황상 ‘에이메스’다. 따라서 명조 게이머들이 원하는 스토리 해결점은 “에이메스는 어떤 인물이며,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가”, “계속해서 유실되는 방랑자의 주파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핵심이었다.
명조가 이번 3.1 스토리에 칼을 갈았다고 느껴진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상기한 떡밥들 외에 유저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떡밥, 기존 이야기 서사에서 한 단계 비틀어 세계관과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플로우 등 스토리 전개를 위해 준비한 장치들이 치밀했다.
금주 시절부터 지금까지 명조를 빼놓지 않고 플레이 한 유저로써, 이번 스토리는 “역대급”, “또대급”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에이메스 가이드를 작성할 때, 스토리는 뒤로 미룬 채 육성부터 진행했다. 이전 기사에서는 “내 아내”라고 했는데, 솔직히 다들 스토리를 보기 전에는 비슷한 심정이지 않았는가. 지금이라도 정정하겠다. 에이메스는 “내 자랑”이다.
에이메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이야기는 에이메스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현재 라하이 로이에서 유일하게 조사하지 못한 거대한 로봇 엑소스트라이더는 스토리 최대 떡밥 중 하나였다. 방랑자의 주파수 유실과도 연관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방랑자는 엑소스트라이더에 대한 수업을 듣던 중, 본인을 구해줬던 정체불명의 분홍머리 소녀와 눈이 마주친다.
자신을 에이메스라고 소개한 그녀는 “학업의 늪에 온 걸 환영한다”며 방랑자와 인사를 나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방랑자는 이상한 점을 눈치채게 된다. 눈앞의 이 소녀는, 본인 외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업이 끝난 후 이상함을 느낀 방랑자는 루실라 교장에게 방금 겪은 일을 전달한다. 이후 루실라 교장이 말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에이메스는 10년 전에 사라진 엑소스트라이더의 적격자이자 싱크로링크 훈련 도중 사라진 학생이라는 사실이다.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에이메스와 동행하며 그녀가 사라졌던 훈련장으로 가는 방랑자, 그때 눈앞에 나타난 것은 ‘시길룸’이라 부르는 메카스카우트였다. 시길룸이 가까워지자 방랑자의 주파수 유실 증상도 심해졌다. 시길룸이라는 메카스카우트와 방랑자가 겪고 있는 이상 현상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증거다.

방랑자만이 에이메스를 볼 수 있는 이유는 3.0 버전 후반부에서 획득한 ‘리액터 코어’ 덕분이다. 리액터 코어는 엑소스트라이더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장치다. 그 에너지가 방랑자의 몸 안에 계속 저장되고 있었기에 엑소스트라이더의 공명자인 에이메스를 인식할 수 있던 것이다. 다만 에이메스는 엑소스트라이더와 공명하는 과정에서 오버클럭으로 인해 몸이 찢겨 죽었기에 다른 사람들은 인식할 수 없었다.
한 바탕 소동이 끝난 후 방랑자와 에이메스는 각자의 목적을 해결하기 위해 엑소스트라이더가 잠든 로야 빙원으로 떠나기로 결정한다. 에이메스는 시길룸에게 빼앗긴 힘의 일부를 되찾고 존재를 지키기 위해, 방랑자는 주파수 유실 증상을 멈추기 위해 동행한다.
로야 빙원에서 드러난 그녀의 진실

로야빙원에서 에이메스와 동행하는 과정은 많은 의심을 가지게 만든다. 에이메스가 의도적으로 어떠한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스토리 초반부에는 에이메스가 보여주는 다양한 표정과 행동들, 미소가 절로 나오는 귀여움으로 사람을 홀리는데,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이야기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태양의 정령을 따라 방랑자와 에이메스가 도착한 탐사 기지에서 에이메스는 시길룸에게 습격을 받는다. 이를 구하기 위해 방랑자는 보이드 매터 농도가 높은 호수에 몸을 던지며 그녀를 구해낸다. 에이메스는 감사를 표함과 동시에 “다시는 절 구하러 뛰어내리지 마세요, 당신은 ‘늘’ 절 걱정 시켜요”라는 말을 전한다. 처음 만난 상대에게는 ‘늘’이라는 표현을 쓸 이유가 없다.
시길룸의 습격으로 심화된 주파수 유실 증상, 이를 회복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작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한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태양의 정령이 과거의 환상을 보여주는데,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기억을 잃기 전에 방랑자가 어린 시절의 에이메스를 돌봐주며, 부모와 다름없는 존재로 곁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과거 보이드 스톰으로 부모님을 잃은 에이메스에게, 자신을 소중히 대해준 방랑자는 진짜 가족과 마찬가지였다. 이 시점에서 에이메스를 “내 아내”라고 부르기를 취소했다. 처음
그녀를 만난 시점도, 호수에 빠진 어린 시절의 에이메스를 구해주면서였다. 에이메스 입장에서는 2번째인 셈이다.
과거의 방랑자는 에이메스에게 “이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라는 말을 했다. 이 당시 방랑자는, 늘 자신감 넘치고 의지가 가득했던 표정이 아닌, 슬프면서도 체념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한다. 고향이 정확히 어디인지, 방랑자가 고향에서 부여받은 사명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에이메스는 한 사람에게 이토록 잔인한 운명을 강요했다는 점에서 분노하는 모습을 보인다.
치밀하게 설계된 이야기의 마무리

휴식을 취한 후 엑소스트라이더에 근접한 에이메스와 방랑자는 시길룸의 방해를 받는다. 처음엔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던 시길룸은, 방랑자의 주파수를 흡수하며 언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확인한 에이메스는 억지로 엑소스트라이더를 깨우며 의도적으로 방랑자와 시길룸이 싸우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는다. 그러나 시길룸에게 빼앗긴 힘의 여파로 엑소스트라이더를 완벽하게 조종하지 못했다. 결국 엑소스트라이더 내부로 시길룸을 끌고 와 쓰러뜨리게 된다.
그러나 그 안에서 확인한 진실은 최고의 반전이었다. 시길룸의 부서진 헬멧 안에는 다름 아닌 ‘방랑자’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향마저, 잊은 건가?”라는 대사와 함께 방랑자는 과거의 에이메스 흔적이 남아있는 기숙사로 보내진다.

에이메스의 마음을 형상화한 이 공간은, 그녀가 숨기고 있던 진실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방랑자를 ‘검은 고양이’로 빗댄 에이메스는 “그 고양이는 사실 평범한데도, 작은 상자에 떨어져 그 상자의 생명들을 도왔다”, “고양이는 그들을 위해 계속 싸웠지만, 결국 종이 상자가 닫혀 집에 돌아갈 수 없었다”며 설명했다.
정황상 사명을 부여받아 세상을 구하는 방랑자, 그리고 언제 사명이 해결될지도 모르는 채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결국 에이메스는 기억을 잃은 고양이, 즉 방랑자의 새로운 여정이 훨씬 편안하고 행복해 보이기에, 괴로움만이 가득한 진실을 알려줄 수 없는 마음으로 필사적으로 시길룸에 대한 정체를 숨겼던 것이다.

에이메스는 전자 유령이 된 이후로 ‘보이드 스페이스’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우연히 방랑자의 주파수 한 줄기를 찾았고, 너무 오랜 시간 보지 못해 그리운 사람을 추억하며 자신이 간직했다. 이 주파수에는 묘한 연결이 존재해, 이를 필두로 방랑자와 관련이 있는 엑소스트라이더의 잔해를 찾아냈고, 거대한 로봇에 대한 진실들을 알게 됐다.
엑소스트라이더는 수호신을 운반하는 운반체였으며, 수호신을 솔라리스로 보내기 위해 별바다에서 기나긴 항해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여정 도중 굶주린 명식 ‘알레프-원’에게 발견되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보이드 스페이스 내부에 있는 엑소스트라이더의 잔해는 그 과정에서 파괴된 부품들이었다.
주파수로 찾은 또 다른 연결점에는 파괴된 통신 위성의 잔해가 있었다. 내부에는 기억을 잃기 전 방랑자가 고향에 보낸 소원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단 한 번만이라도 고향에 돌아가길 바랐던 방랑자였지만, 고향에 있는 그들은 “사명에 불필요”하다며 거부함과 동시에 방랑자의 통신을 끊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에이메스는 방랑자의 소원을 외면한 그들에게 분노와 증오를 느꼈고, 이 순간 에이메스가 가진 주파수가 보이드매터에 오염되며 시길룸이 탄생했던 것이다.
잔인한 진실을 알게 된 방랑자는, 복잡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지만, 이내 생각을 정리하고 에이메스에게 담담히 말한다.
“과거가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이겠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기억을 잃은 지금도 이런 선택을 한다는 건, 이 모든 게 제 본심이기 때문이라도 믿고 싶다”, 이윽고 “저는 여러분 곁에 있고 싶어요, 언제까지나”라는 진심 어린 말을 전한다.


명조가 이런 인게임 요소를 스토리에 잘 버무린다. 이 대사는 방랑자를 파티에 편성할 때 등장한다. 스토리 텍스트로 대사를 들었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게이머들이 이런 수미상관 구조에 약한 점을 잔인할 정도로 잘 파악하고 있다. 3.1 조수 임무의 최고 명장면 중 하나다.
방랑자의 진심을 들은 에이메스는 품에 안겨 흐느껴 운다. 이 때는 정말 가족의 심정으로 바라봤다. 정말 딸과 같은 존재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세상을 구하기 위한 방랑자를 걱정하면서 정작 본인도 라하이 로이를 위해 희생했다는 점이 더욱 안타까웠다.
엑소스트라이더에 대한 소동이 마무리됨과 동시에, 시길룸을 쓰러뜨리며 에이메스는 완전한 엑소스트라이더의 공명자로 각성한다. ‘존재’가 명확해졌기에 다른 사람들도 에이메스를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스타토치 아카데미로 돌아온 에이메스는 또 다른 이명인 ‘플릿 스노우플러프’로써 화려한 복귀식을 치르고, 언제나처럼 해피 엔딩으로 끝날 줄 알았다.

너무 잔인하다, 쿠로게임즈..

큰 사건이 마무리되고, 복귀식도 끝낸 에이메스와 방랑자는 아카데미 옥상에서 휴식을 취한다. 깜빡 잠이 든 방랑자, 다시 정신을 차리자 시길룸의 모습으로 에이메스와 대면한다. 에이메스는 방랑자를 시길룸으로 착각한 채 미처 말하지 않은 진실을 전한다.
에이메스는 과거 엑소스트라이더의 리액터 드라이브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미래의 에이메스가 남긴 메시지로, 과거 엑소스트라이더가 알레프 원과의 전투에서 밀리던 상황, 명식 내부에서 에이메스가 나타나 엑소스트라이더와 공명하며 알레프-원을 격퇴했고, 그 대가로 에이메스는 스트라이더 게이트 너머로 끌려가 솔라리스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전자 유령의 몸이자 보이드매터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된 에이메스는 알레프 원이 나타난 순간으로 시간 역행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됐으며, 이로 인해 결과가 먼저 발생하고 원인이 나중에 설정되는 인과의 루프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지금 방랑자가 존재하는 이 시간대를 지키기 위해서는 에이메스의 희생이 불가피한 셈이다. 만약 에이메스가 엑소스트라이더와 공명하지 않는다면 과거의 엑소스트라이더가 알레프 원과의 전투에서 승리할 수 없고, 지금의 라하이 로이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스토리 진행 도중, 파괴된 엑소스트라이더의 잔해, 라하이 로이에 잠든 엑소스트라이더가 따로 존재했던 떡밥이 여기서 풀린 것이다. 시길룸의 시점으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방랑자는 에이메스의 희생을 막기 위해 억지로 몸을 움직인다. 그러나 에이메스의 “용서해 주세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사라진다.
깨어난 방랑자는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지만 이미 사라진 에이메스, 그때 로야 빙원에서 에이메스를 구했던 호수를 떠올리고, 방랑자는 그곳에 몸을 던져 보이드 스페이스로 진입하며 시간 역행을 하려는 에이메스를 간신히 찾는다.

그러나 보이드매터의 영향을 받는 방랑자는 오랜 시간 버틸 수 없었다. 방랑자의 간절한 외침에도 에이메스는 작별 인사와 함께 떠나갔고, 동시에 어린 시절의 에이메스가 나타났다. 현재 시간대의 방랑자는 어린 에이메스라도 구하고자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한계에 다다른 순간, ‘과거 시점의 방랑자’가 나타나 어린 에이메스를 구했다. 과거와 현재의 인과가 이 시점부터 연결된 셈이다. 현재의 방랑자는 어린 에이메스가 잃어버렸다던 ‘호신부’만이 남게 됐다.
이 시점, 시공간을 이동하던 에이메스는 라하이 로이로 넘어갈 때 알레프-원에게 습격받은 방랑자를 구해주게 된다. 명조 유저들이 3.0 시점, 라하이 로이로 처음 넘어왔을 때 봤던 장면이 바로 이 시점이었다. 3.1 버전에 도달해서야 에이메스가 전했던 그 말이 이해가 됐다.


“즐거운 여행 되시길”, “제가 당신의 자랑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는 에이메스의 말은 작별 인사였다. 결국 과거에 도착한 에이메스는 엑소스트라이더와 힘을 합쳐 알레프-원을 격퇴하고, 현재가 존재할 수 있는 인과를 완성시킨다.
이와 동시에 현재 시점의 방랑자는 “에이메스를 구하지 못한 이 흐름 자체가 현세의 인과인가”며 낙담하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엑소스트라이더를 조종해 스트라이더 게이트를 열어 명식을 해결한 뒤, 그 너머에 갇힌 에이메스를 데려오겠다고 결심한다.
그 순간 태양의 정령이 에이메스의 호신부를 건드리며 방랑자를 처음 시길룸을 만났던 싱크로 링크 훈련장으로 인도한다. 그곳에는 놀랍게도 에이메스가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루크 헤르센’은 그녀는 인간도, 잔향도 아닌 엑소스웜과 같은 생명체 상태라고 전한다. 동시에 정신 건강을 위해 “그녀를 에이메스라고 생각하지 말아라”는 당부를 전한다.

방랑자 앞에 있는 에이메스는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는다. 여기서 등장하는 에이메스는 인물 이름에 ‘「에이메스」’라는 표기를 사용한다. 분명 생김새는 에이메스지만,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 점을 일깨우는 장치다. 방랑자는 눈앞에 「에이메스」가 있는 이상 진짜 에이메스도 죽지 않았으리라 믿는다.
그 순간 「에이메스」가 방랑자의 손을 잡고 “슬퍼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전한다. 이 말을 들은 방랑자는 진짜 에이메스가 살아있음을 확신하고, 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엑소스트라이더의 공명자, 방랑자의 가족, 에이메스에 대한 이야기가 일단락된다.
알레프-원 부술 때까지 명조 안 접는다..

솔직히 기자가 그렇게 감성적인 사람은 아니다. 스토리를 즐기는 과정은 정말 좋아하지만, “과몰입”을 하며 오열할 정도로 격하게 공감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스토리를 보니, 에이메스에 대한 안타까움과 더불어 알레프-원에 대한 증오가 차올랐다. 아마 명식을 모두 격퇴하고 에이메스를 완전하게 구원하지 않는 이상 명조를 접을 일이 없을 것 같다.
이번 스토리를 “최고점”이라 표현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연출적인 퀄리티도 최상급이었지만,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던 요소는 적절한 대형 떡밥들의 회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들이 타이밍 좋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등장했던 “방랑자는 완벽한 인물인가?”에 대한 주제도 심도 있게 전달했다. 지난 2.7 버전, 리나시타의 여정을 마무리할 때도 ‘갈브레나’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 자리에서 이야기가 끝날 수도 있었다. 만약 에이메스가 없었다면, 라하이 로이로 넘어오는 시점에서 이미 알레프-원에게 게임 오버였다.

리나시타에서 자기를 희생하려 했던 카르티시아나 유노도, 결국엔 어떤 방식으로든 끝내 구원했다. 그러나 에이메스는 ‘가족’이라는 단어로 묶인 감동 넘치는 관계임에도, 끝내 에이메스가 희생하는 엔딩으로 흘러갔다. 방랑자가 정말 완벽한 존재였다면, 에이메스가 희생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방랑자, 과거의 방랑자가 했던 선행들과 인과들이 모여 현재를 뒷받침해 주는 서사의 플로우 설계가 최고였다. 에이메스라는 매력적인 등장인물이, 방랑자의 아픔을 공감해 주며 플레이어를 위해 희생하는 과정은 전혀 억지스럽지 않았다.
처음 에이메스를 봤을 때는 “엄청 밀어주는구나, 돈 벌려고 작정했구나 쿠로게임즈!!”같은 생각을 했다. 인정한다. 불경한 생각이었다. 최소한 3.1 버전에서는 “에이메스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인정한다.
명조의 3.1 버전 조수 임무는, 이 게임을 오랜 기간 즐긴 입장에서 “최고점”을 갱신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스토리였다. 힘든 요청일 수도 있지만, 명조 스토리가 앞으로도 이 정도 퀄리티를 꾸준히 유지해 준다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