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IP를 활용해 게임을 만드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IP가 갖고 있는 인상에서 벗어난 방향으로의 개발은 제한되기도 하고 스토리나 서사가 없는 캐릭터임에도 기존 팬들이 기대하는 바가 명확한 탓이다. 팬들 사이에서 ‘IP 파워에만 의존한 게임’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게임도 많다. 싱크홀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캐릭터 IP ‘오구’를 활용한 2D 어드벤처 인디게임 ‘오구와 비밀의 숲’도 그중 하나다. 게임 팬과 오구 팬들 모두를 만족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14일 부산시,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그리고 부산 BIC 조직위원회는 부산 그랜드 조선 호텔에서 ‘부산 인디 웨이브 컨퍼런스(BIWC)’를 개최했다. 싱크홀스튜디오 권중규 대표가 나와 ‘IP 홀더와 함께한 인디 게임 개발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권 대표는 IP 홀더가 제시한 방향을 경청하고, 현재 개발 중인 게임에 어울리게 녹여내는 게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두루뭉실한 아이디어라도 말이다. IP 홀더의 의견은 게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IP 홀더인 문종범 작가는 게임에 “거대한 하마가 몸으로 무언가를 막고 있었으면 한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권 대표는 매우 두루뭉실한 요청이지만 게임 콘셉트에 적절하게 녹여낸 예시라고 소개했다.
사막 스테이지의 기획 목표는 플레이어에게 액션성을 강조한 ‘손이 바쁜’ 콘텐츠 제공이다. 액션성을 유지하면서도 ‘무언가를 막고 있는 거대한 하마’를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회상했다.
고민 끝에 최종적으로 플레이어가 방어해야 하는 디펜스 지점을 거대한 하마가 막아주고 있다는 설정을 부여했다. 문 작가의 요청도 수용하면서도 콘텐츠와 게임 분위기를 헤치지 않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소개한 일화처럼 작가의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게임을 하나씩 조립해나갔다. 문 작가의 본업이 이모티콘 제작자인 만큼 스트라이트 애니메이션에 능력이 있어 게임에 쓰일 많은 양의 2D 에셋을 제작하는 데 익숙했다. 덕분에 작가의 터치가 들어간 그래픽을 유지하면서도 퍼즐과 전투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기획 단계에서의 목표 설정의 중요성에 대해 강연했다. 오구와 비밀의 숲은 고전 2D 어드벤처에 많은 영감을 받았지만. 당시 게임들과 동일한 호흡을 가져갈 순 없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막히는 게 있으면 고군분투하며 돌파해나가는 게 익숙하다. 하지만 현대 게이머들은 그렇지 않다. 막히면 커뮤니티에서 공략을 찾아보는 게 일반적이다.
호흡이 길어지면 지루해지고 소비자 입장에서 동일한 시간과 돈을 쓸 수 있는 게임들이 시장에 많은 만큼 이탈로 이어진다. 따라서 게임의 학습 허들을 줄이고, 콘텐츠를 구분해 최대한 많은 유저를 타깃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게임 허들을 낮추기 위해 ‘휘두르기(공격)’을 바탕으로 상호작용을 설계했다. 휘두르기로 풀을 베는 등 초반 튜토리얼을 통해 방법을 학습시키고, 이를 응용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별도의 설명이 없어도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휘두르기를 사용해 문제를 풀게 된다.
콘텐츠 구분은 계층의 구분이다. 라이트 유저와 하드 유저를 설정하는 것이다. 퍼즐의 경우 직관적인 퍼즐부터 상호작용을 활용한 응용 퍼즐, 그리고 하드 유저들이 즐길만한 도전적인 퍼즐 총 세 개로 구분한다. 탐험도 직관적인 장소부터 숨겨진 장소까지 구분해 설정한다.
좋은 평가를 얻은 게임이지만, 얼리액세스 형태로 출시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회고했다. 권 대표는 콘텐츠의 깊이감을 챙기기 위해 얼리액세스로 출시했지만 얼리액세스가 적합한 장르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나의 호흡으로 완결되는 어드벤처 장르의 특성을 간과했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