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되면 유독 우울하고 무기력해지는 이가 많다. 평소보다 식욕이 늘어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흔한 계절적 변화처럼 보이지만, 증상이 생활에 불편을 줄 만큼 심하다면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닌 ‘계절성 정서장애(SAD)’일 수 있다.
계절성 정서장애는 계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신경생물학적 질환이다. 가장 큰 원인은 일조량 부족이다. 가을·겨울철에는 낮이 짧다.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낮에도 졸리고 무기력해진다. 이와 동시에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 우울감과 불안감이 심해진다. 그래서 다른 우울증과는 달리 잠을 많이 자도 피곤하다. 단 음식을 계속 찾으며 체중이 늘어나는 비정형적 증상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준형 교수는 “증상이 2주 이상 이어지고 2년 이상 같은 계절에 반복된다면 계절성 기분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며 “특히 과도한 수면, 탄수화물에 대한 갈망, 집중력 저하와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증상이 가볍다면 생활습관 조절만으로도 충분히 나아질 수 있다. 햇볕을 자주 쬐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된다.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이 힘들어지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광 치료(Light Therapy), 항우울제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CBT-SAD) 등이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실제 임상에서 효과가 입증돼 있다. 김 교수는 “계절성 정서장애는 단순히 기분이 가라앉는 계절적 현상이 아니라 치료가 가능한 의학적 질환”이라며 “방치하지 말고 필요할 경우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